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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시서 짐싸는 개미들 '정보 비대칭에 루머·음모론 지쳐'2024.11.19 PM 11:13
회사 해명 못믿는 개미…롯데 “사실무근” 공시에도 주가 급락
삼성전자 주가반등에…외인·기관, 자사주 계획 미리 알았나 의심
“개인투자자, 기업과 소통 창구 없어”…반복되는 디스카운트 사례가 불신 키워
▲코스피가 2% 넘게 상승하며 2460선으로 마감했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21(2.16%)포인트 상승한 2469.07을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국장(국내 장)은 내부 정보 모르면 눈뜨고 코 베이는 사기장”, “외인과 연기금 대량 매수, 자사주 매입 정보는 미리 샌 거냐?”, “이수페타시스도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가 유상증자해서 주가 반 토막 났는데 롯데라고 믿을 수 있을까”(종목토론방)
국내 증시가 급락하며 힘겨운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본시장에 대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신뢰도 바닥을 치고 있다. 이들은 정보의 비대칭에 불만을 토로한다. 외국인·기관과의 정보 격차로 개인이 손해를 보게 되고, 정보에 목마른 개인이 루머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 루머,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후 주가 반등, 이수페타시스 주가 폭락 등의 사태 등을 겪으며 개미들의 이같은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더불어 개인투자자의 증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5일 기준 995억73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680억2300만 달러보다 46% 증가한 규모다.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도 돈을 빼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3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11월 들어 약 5000억 원 순매도하고 있다. 올해 월 기준 최대 규모 순매도세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 수익률이 개인의 국내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도 개미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루머가 돌면서 18일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공시했지만, 롯데지주(-6.59%), 롯데쇼핑(-6.6%), 롯데케미칼(-10.22%)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는 회사의 해명공시에도 쉽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롯데지주 종목 토론방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 “회사가 아니라고 해봤자 의미 없고, 진짜 안 좋으니 기관과 외인이 판 것 아니겠느냐”, “거짓말 공시 후 부도나면 누가 책임지나” 등의 글이 올라오며 회사의 공시를 불신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15일 장 마감 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7.21% 상승 마감했다. 외국과 기관은 각각 1279억 원, 531억 원 순매수했다.연이은 주가 하락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미리 인지한 외국인과 기관이 발표전 선매수 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국내 한 개인투자자는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지라시’에 흔들리고, 시가총액 1위 삼성의 자사주 매입에 음모론이 불거져 나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불신이 팽배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달 11일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주가가 하루 새 22.68% 급락했다. 시장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발표를 기대했지만, 회사가 이차전지 관련 기업 인수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실망감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대한 회사의 기업설명(IR)도 기관투자자 대상으로만 열렸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자세한 설명이나 소통의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독립리서치 관계자는 “상장사 IR 담당자에게 연락해도 전화를 돌리기만 하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다”며 “돈이 필요할 때만 일반 주주를 찾는 일부 기업들의 태도가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몇년간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페이 등의 물적분할 이슈,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논란 등 여러 상장사들의 사례가 쌓이면서 국장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를 증시 밖으로 내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여러 사건이 반복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은 소액주주와의 소통에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쓰는 한편,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무형자산인 ‘신뢰’를 높이기 위한 중장기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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