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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FT) 비트코인과 바나나, 과시적 소비에 새로운 변화를 더하다2024.11.23 PM 10:56
가격이 오를수록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무용지물의 세계에 비트코인과 바나나가 합류하다
이탈리아의 시각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덕트 테이프로 벽에 고정된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 © AFP via Getty Images
9시간 전
토르스타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이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을 때, 그는 한 암호화폐 거물이 620만 달러를 주고 바나나를 사 먹거나, 본질적 가치가 없는 디지털 자산이 거의 10만 달러에 거래되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19세기 사회학자는 두 사건에서 자신의 이론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오늘날 비트코인과 바나나는 베블렌재(Veblen goods)가 되었습니다.
베블렌재란 가격이 비쌀수록 더 매력적으로 변하며 일반적인 시장 원리를 따르지 않는 자산을 뜻합니다. 전통적으로 이는 고급차, 고급 와인, 때로는 디자이너 운동화 같은 사치품을 포함합니다. 이런 물건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수단이지만, 베블렌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 낭비”로 간주됩니다. 물건이 쓸모없고 값비쌀수록 더욱 귀중하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수년간 베블렌재의 성격을 띠었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구매는 주로 지위를 과시하기보다는 더 비싼 가격에 매도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에르메스 버킨백, 파텍 필립 시계, 테슬라 트럭과 같은 물건을 사는 부유한 구매자들에게는 보통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동기가 없습니다. 반면, 가장 터무니없는 밈 주식조차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실용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에 비트코인은 진정한 베블렌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비트코인은 엘리트의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화폐 전담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디지털 토큰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그의 새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비트코인의 팬이자 소유자라고 밝혔습니다. 우호적인 미국 행정부는 비트코인에 투자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게 더 많은 지위를 부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있습니다. 그는 암호화폐를 지지하며, 현재 도지코인이라는 농담에서 유래된 통화를 기반으로 한 정부 반(反)낭비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승마, 문장학 지식, 혹은 미술품 소유가 엘리트 계층의 지위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 거물들과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행위는 심리적으로 이들의 무리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 문장학(紋章學, heraldry) : 중세 유럽 귀족 사회에서 쓰여 온 문장(紋章)의 기원, 기호, 디자인 따위를 연구함으로써 중세 사회의 문화사를 밝히려는 학문
이 새로운 서열 체계 속에 소더비의 620만 달러짜리 바나나가 등장했습니다. 예술 작품 ‘코미디언’을 구매한 이는 트론(Tron)이라는 암호화폐 토큰의 창립자입니다. 저스틴 선(Justin Sun)은 바나나를 소비하는 것이 자신을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일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베블렌도 이보다 더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지위의 상징이다
이 모든 것은 전통적인 베블렌재들에게는 암울한 소식입니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는 최근 주춤하고 있으며, 구찌의 모기업인 케어링(Kering)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화로운 고급 의류는 점점 더 인기를 잃고 있습니다. 사치품 대기업들이 그들의 명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가방 대신 비트코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약간 “바나나스”(bananas, 터무니없다)한 일이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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