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설] 군견에 대한 추억2012.07.04 PM 12:27
사정게에 군견에 대한 글을 올리고 나니, 문득 전경대에서 복무했을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03년도 입대해서 2년간 볼거 못볼거 다본 충남 전경대 소속으로(현재는 해체되었다고 한다)
거기서 2차량반장님은 '블랙 킹' 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로트와일러를 거느리고 있었다.
이 블랙킹이라는 개는 특수 훈련을 받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 값을 하듯 아주 똑똑하고 용감한 녀석이었다.
2반장의 명령엔 무조건 복종하고 뭐든지 따르며, 심지어 곰하고도 싸우라는 명령에 오줌을 지리면서 덤벼드는걸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민봉사를 나갔는데 곰을 키우는 농가가 있었다. 곰은 쇠창살 안에 갇혀 팔 하나만 내민 상태였는데,
평소에 킹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반장이 "킹! 물어!"라고 시키자 킹은 2초정도 주저하다가 오줌을 지리면서 덤벼들어 곰의 팔을 물었고 곰은 킹의 목덜미를 잡고 우리 안으로 끌고들어가려다가 킹의 목걸이만 끊었다.
아마 목걸이가 끊어지지 않았다면 킹은 가슴속에 남았겠지)
다만 매우 포악하고 성격이 더러워서 부대에 들어오는 개란 개들은 모조리 물어 죽였고,
(부대원들이 청소하다 목격한바에 의하면 들어온 떠돌이개 하나를 반죽여버리고 킹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자,
반장님 曰 "킹 끝내!" 라고 외치자 그대로 해치워버렸다고 한다.)
인기있던 왕눈이(떠돌이개 출신이지만 작고 아담하며 눈이 툭튀어나와 짬밥을 주며 이뻐했다)는 평소 대원들이 숨겨놓던 장소가 결국 킹에게 발각. 한입에 물려서 반토막이 날정도로 너덜너덜해져 개들의 낙원으로 향하게 되자
부대원들의 킹에 대한 분노는 폭발해서 킹을 해치울 궁리도 하곤 했었다.
(킹이 물어죽인 개가 4-5은 넘고, 킹이 물어 터뜨린 축구공만 두자리수가 넘는다. 킹은 공을 아주아주 좋아해서 축구하면 난입한다. 체중 5-60키로의 대형견이 한창 드리블하고 있는데 뒤에서 침 질질 흘리며 쫓아온다고 생각해보라.
공포다 ㅅㅂ)
아무튼 킹죽이기 프로젝트는 다양했는데,
짬에 퐁퐁을 조금씩 타서 중독으로 해치우자
퀸과 붙여서 죽이자(퀸: 운동장 구석에 묶여있는 핏불테리어 암컷. 킹이 패배했다는 소문이 있다.)
겨울에 물뿌려서 해치우자(내 의견. '막내야 킹한테 물주고 와라.' 를 반복하면 감기나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갈거다)
하지만 결국 킹 죽으면 영창갈거라는 공포에 아무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런데 군생활 말년에 나에겐 한가지 특기가 생기고 말았는데 그것은 바로 킹에게 명령하는 2반장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성대모사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축구를 하다가 킹이 난입하면 난 스탠드에 앉아서 "킹 멈춰! 앉아! 이리와!"를 명령하고 그러면 킹이 나한테 오곤 했다.
그게 워낙 재미가 있어서 (마치 철인28호 조종기를 손에 넣은 느낌)
2반장과 대결했는데 2반장이 킹 이리와! 하면 내가 옆에서 킹 앉아! 라는 식으로 명령에 혼선을 주자
킹은 앉다가 오다가 안절부절했고, 2반장은 울컥했는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2반장
-"야 너 내 멱살 잡아봐라"
나
-제가 어떻게 잡지 말입니다.
2반장
-괜찮아 임마.
나
-못하지 말입니다.
2반장
-아 짜식(자기 손으로 내팔을 잡고 멱살을 잡게하곤 스스로 몸을 흔들었다)
즉, 2반장은 내가 자신과 싸우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게 한건데....
이 모습을 본 킹 곧바로 야수로 돌변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아무리 "킹 앉아! 앉아!"를 외쳐도 전혀 듣지 않고 내 허리 높이로 점프해 나를 깔아뭉게고 앞발로 목을 누르고
으르렁 거리는데..................... 시위대랑 맞붙을때도 안나오던 주마등이 잠깐 스쳐갔다.
2반장은 호쾌하게 웃으며 킹을 진정시켰고, 주위사람(당시 축제라 외부 사람들이 놀러왔다)들에게 자랑하길
"킹은 주인만을 따릅니다. 위험하면 주인을 지키죠."
라고 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ㅎㅎ
아 나름 그립네 그때가 킹은 뭐하고 살려나 대략 7년이 지났으니 죽었으려나
댓글 : 9 개
- 시오리
- 2012/07/04 PM 12:40
04년에 gop에서 군견병이랑 같이생활해봤는데 이양반들도 나름 골치아프겠더라고요
새벽4시에 기상해서 개 물떠다주고 사료주고 개집청소하는 순서의 일과를 시작하고
여단에 훈련있을때마다 불려가서 개랑같이 고지점령하고 ㅋㅋㅋ
새벽4시에 기상해서 개 물떠다주고 사료주고 개집청소하는 순서의 일과를 시작하고
여단에 훈련있을때마다 불려가서 개랑같이 고지점령하고 ㅋㅋㅋ
- 큰개미핥기
- 2012/07/04 PM 12:43
왕눈아....ㅠㅠㅠㅜㅜㅜ
- 울프맨
- 2012/07/04 PM 12:50
큰개미핥기// 그때 왕눈이 죽는걸 목격한 후임한테 제가
'왜 그걸 막지 못했나' 라고 묻자 후임曰 '울프쌤(수경을 그렇게 부릅니다)은 킹 막을 수 있습니까?' 라고 반문
할말이 없었죠 ㅋ; 그걸 누가 막아..
'왜 그걸 막지 못했나' 라고 묻자 후임曰 '울프쌤(수경을 그렇게 부릅니다)은 킹 막을 수 있습니까?' 라고 반문
할말이 없었죠 ㅋ; 그걸 누가 막아..
- MMA
- 2012/07/04 PM 12:55
글 읽어보니
개주인이 개새끼네요 아주
개주인이 개새끼네요 아주
- MMA
- 2012/07/04 PM 12:57
개주인은 아니고 군견병?
저는 97군번으로 군수사 7탄약창 경비중대 나왔거든요.
우리중대도 군견있었는데 "이슈"라고 저먼 셰퍼트인데 나이가 많아서 장애물 두 번돌고나면 헥헥대면서
일어나라 말해도 듣질 않았죠. 몸이 안따라주니...
저는 97군번으로 군수사 7탄약창 경비중대 나왔거든요.
우리중대도 군견있었는데 "이슈"라고 저먼 셰퍼트인데 나이가 많아서 장애물 두 번돌고나면 헥헥대면서
일어나라 말해도 듣질 않았죠. 몸이 안따라주니...
- 울프맨
- 2012/07/04 PM 12:57
ㄴ간부죠.
- 울프맨
- 2012/07/04 PM 12:59
사실 군견이라긴 애매하고 애완견에 가깝지 않았나 합니다.
- @Crash@
- 2012/07/04 PM 01:29
엄청난 놈이었군요.덜덜덜...
- 하치쿠지_마요이
- 2012/07/04 PM 01:36
주적은 간부..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