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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 하나도 안 무서운 소설2014.08.27 PM 06:38
A군은 요즘 어떤 노인을 자주 본다는 사실이 꺼림칙했다.
“어린노무 시키가 어서 안 비켜?”
처음은 전철 안이었다.
졸음을 참으며 동영상 강의를 보던 중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통증과 함께 까랑까랑한 노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주에 담배가 찌든 것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노인이었다. 얼굴이 벌건 것을 보니 아침 댓바람부터 어디서 막걸리라도 몇 사발 걸쳤을 것 같았다.
“싸가지 없이 어딜 쳐봐? 냉큼 비키지 못 해?”
이런 개념 없는 인간들에게 이야기 해봤자 아무 득 될 것이 없다. 한 순간 그냥 지하철 직원들을 호출할까 했지만 그러기는 귀찮은 감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여기 앉으세요.”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속으로 그런 말을 되뇌며 A군은 자리를 양보했다.
그것으로 이런 노인과의 접점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틀 후 일하던 편의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야, 이거 돈으로 바꿔줘.”
“네?”
지하철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차림새라 불쾌한 기억이 오버랩 되는데 노인이 바꿔달라는 것을 보니 참치 캔이었다.
“저기 손님. 이건 저희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입니다.”
“이 쌍노무 시키가! 내가 여기서 산건데 어디서 구라를 날려 시벌놈아! 어린노무 시키가 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고!”
한동안 지랄거리는 것이 A군은 경찰을 부르고 싶었다.
“잔말 말고 이천원으로 바꿔줘!”
“...하아, 네, 알겠습니다.”
그냥 먹고 떨어져라는 심정으로 A군이 2천원으로 바꿔주자 노인은 그걸 냅다 카운터로 던지곤 소주를 2병 꺼내왔다.
“저기, 소주값 모자라는데요?”
“뭐이 썅노마!? 소주 한 병에 천원인데 어디서 개구라를 쳐날려 시벌로마! 어른께 공짜로 드리지는 못 할 망정!”
노인의 지랄에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지도 않고 나갔다. A군은 한번만 더 참는다는 심정으로 노인을 보내고 자기 돈으로 남은 손실을 채웠다.
그리고 얼마 후, A군은 이 노인을 또 보게 되었다.
“종북좌빨은 꺼져라!”
어버이라는 단어에 똥칠을 하는 모 단체의 회원이었던 모양이다. 평화시위를 하던 A군을 노인이 알아봤는지 애미애비도 없는 놈이라느니 그 나이에 편의점 알바하는 새끼니까 좌빨이지 등등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욕설을 퍼부었고
“B야, 이러이러한데 이거 고소 가능하냐?”
A군은 노인을 고소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뭔 개 같은 소리입니까?”
“신원조회 결과가 그렇게 나오네요.”
고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이 노인이 자기의 친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어릴 적 어떤 여인네와 바람난 후 집을 떠났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어허허, 우리 손주였구먼.”
A군과 A군의 아버지에게 히죽거리는 노인의 모습에서 더욱 악취가 풍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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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는 사람 앞에서 치킨 쳐묵쳐묵하는 인간들 보고 홧김에 써봤네요...(-_-a)
저번 글과 마찬가지로 하나도 안 무서운 소설일듯
(귀신 같은 거 안 나오니까요(..)
댓글 : 1 개
- Laughing Man
- 2014/08/27 PM 07:05
무섭다기보다 홧병터질 것 같은 소설이군요...
아니 그래서 무서운건가;;;
아니 그래서 무서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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