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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다시 읽기] [우상의 눈물] 다시 읽기-part02-무사안일.2023.01.18 PM 10:23
자율이란 단어로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담임이 말하는 것은 전체주의입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내세우며 등장했던 전두환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그리고 이유대는 그 사실을 간파하고 도전해 보지만, 노련한 담임에 의해 오히려 역습을 당합니다.
이 장면에서 담임의 위선을 눈치챈 사람은 두 명이 있습니다. 한 명은 이유대고, 다른 한 명은 임형우입니다. 여기서 이유대는 도전하기로, 임형우는 가담하기로 결정하면서, 각각 최기표와 담임의 대리인으로서 갈등을 벌이게 됩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무사안일'이 중요한 가치로 등장합니다. 담임이 추구하는 것도 결국은 1년 동안의 무사안일이고, 이후의 컨닝 사건에서도 사건을 흐지부지 덮어버린 영어선생이 '인자하다'는 평가를 받고, 최기표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끝내 문제를 덮어버린 임형우가 학교 전체의 영웅이 되어 추앙을 받습니다. 여기에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담임은 이유대의 집을 가정방문하는데, 이는 후반부를 위한 설정입니다. '가정방문을 당하면 꼼짝을 못한다'라는 설정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단편소설답게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지식인인 이유대의 욕망입니다. 그는 번거롭게 권력자가 되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로서 권력자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임형우 역시 동일한 욕망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회에 설명했던 것과 같이, 이런 나약하고 조금은 비뚤어진 지식인 유형은 70 ~ 80년대 소설에서 특히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이유대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켜 줄 대상으로 최기표를 선택하는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한병태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때문에 한병태가 그랬듯이 이유대 역시 최기표를 숭배하게 되고, 오히려 그에게 당한 담배빵의 흉터를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종의 훈장처럼 인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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