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일본 고찰, 경쟁이 죽은 사회2019.08.01 PM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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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찰, 경쟁이 죽은 사회

 

 

 

한국 고찰 해본 김에 일본 고찰도 해보겠습니다. 사실 일본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간단하게 써볼게요.

 

지금 일본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고 해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돈 풀기)를 하고 있는데, 몇 천조를 풀었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다고 하더군요.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재정수지 적자 악화로 미래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하더라고요. 음 왜 그런 걸까요?  여기서 왜 양적완화가 실패했느냐가 아니라, ‘왜 양적완화를 하고 있느냐예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다른데 있는데, 왜 양적완화를 하고 있는 걸까요?

 

일본의 문제점은 간단하게 말해서 경쟁력 악화에서 온 겁니다. 단순히 경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악화되었어요.

 

 

 

세습 정치

 

정치에 대해 간단히 다뤄보죠. 일본의 정치는 경쟁이 거의 없어요. 소소하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세습화나 16선 국회의원(깜짝 놀람) 등을 떠올려보면 거의 안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번에 어떤 일본 정치인 성을 보고 옛날에 봤던 정치인 성과 같길래, 저는 같은 사람인지 알았어요. ‘아직도 (정치인) 하나’, 싶었는데 혈연이더라고요. . 정말 아주 작은 틀에서 아주 작은 경쟁만 하고 있어요. 일본은 정치부터가 경쟁이 죽었다는 겁니다.

 

 

 

가마우지 경제

 

경제에 대해 간단히 다뤄보죠. 저는 가마우지 경제라는 걸 알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아니 이런 걸 해놓고 경쟁력을 유지하길 바랐던 건가?” 가마우지 경제란, 한국이 일본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를 말해요. 일본 원자재를 쓰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을 일본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거죠. 얼핏 보면 일본이 굉장히 이익을 보는 구조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에요. 여기서 세계와 경쟁을 누가 하죠? 한국이 하죠. 그러면 누가 경쟁력이 늘죠? 한국이 늘겠죠. 일본은 안정을 택했고, 한국은 경쟁을 택했다는 거예요. 아니 이러고도 경쟁력 악화가 안 올 거라 생각한 거예요? 딴에는 원천기술로 원자재 생산만 하면서 이익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그게 경쟁력 악화를 부른 겁니다.

 

인구수가 줄어서 경쟁 없이 취업할 수 있다고 하죠. 그런 상황에서 경쟁력이 어디까지 유지될지 모르겠네요. 예전에도 한번 말했었는데, 기업이 경쟁력 있는 사람을 모집하고 싶으면, 그 경쟁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 기회 평등을 위한 복지체계가 만들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까 기업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복지제도에 반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인정신은 경쟁이 아니라 안정이 만든 것 같네요.

 

 

 

매뉴얼 사회

 

사회를 간단히 다뤄보도록 하죠. 일본은 매뉴얼 사회로 유명하죠. 매뉴얼에 맞춰서 질서 있게 살아가고 있어요. 길거리에 쓰레기도 없고 깨끗하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번화가는 더럽다는데, 뭐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대체로는 지키고 있다고 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집안에 재난 매뉴얼에 따른 재난용 물품이 갖춰져 있다는 거였어요. 이런 매뉴얼 때문에 체계적인 사회가 갖춰진 거겠죠. 그런데 그 대신에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해요. 정확히 말하면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려고 하니까 돌발상황에 약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걸까요? 그건 바로 순종이 미덕인 사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자, 선배 등) 힘이 있는 사람이 만든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매뉴얼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순종이 미덕이 사회기 때문에, 권력자와 경쟁할 수가 없고, 선배와 경쟁할 수가 없는 거죠. 잘은 모르지만 세습 정치를 보면 적어도 권력자와 경쟁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순종이 미덕이니까 항의나 시위도 하려는 사람이 적은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는 사람이 있어도 호응이 적은 까닭이 이런 이유 같아요. 순종을 옳다고 여기니까 바뀌는 것이 없는 거죠. 분명 불의에 맞선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시민단체, 지식인 계층, 심지어 학생아이돌까지. 학생아이돌이 일당독재를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다가 그 정당에 찍혀서 고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네요. 어쨌든, 소수는 나서는 사람이 있더라도, 순종이 미덕이니까 같이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항의나 시위는 미개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개인주의도 영향을 끼친 것 같긴 한데, 정치와 일반인의 거리감이나, 부정선거에 대한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냥 순종이 미덕이라 그런 것 같아요.

 

따라서 일본이 바뀌고 싶으면 순종이 미덕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맞서는 걸 미덕으로 여기게 만들어야겠죠. 정치인 입장에선 썩 마음에 안 들지 모르겠는데,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싶으면,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돼요. 매뉴얼을 만든 사람과 경쟁해 새로운 자신만의 매뉴얼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정치인은 골치 아플 거예요.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경쟁의식이 없어야 유리한데,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의식이 있어야 유리하니까요. 권력자도 물어뜯을 수 있는 경쟁의식이 있어야 경쟁력이 강화되어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죠.

 

 

 

갈라파고스화

 

문화를 간단히 다뤄보도록 하죠. (갈라파고스가 문화에 한정된 것은 아닌데, 일단 문화로 넣을게요.) 갈라파고스화란, 간단히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해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이라고 해요. 굳이 이걸 설명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간단히 말해 세계와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이러는데 어떻게 경쟁력이 악화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한국도 없는 건 아닌데, 일본은 더 심하다고 해요. 이러니까 문화들이 경쟁력을 잃어가죠.

 

외국인이 등장하는 자존감 회복프로그램도 갈라파고스화를 부추기는 것 같아요. 그걸로 만족해버리니까요.

 

 

 

경쟁의식부재

 

경쟁의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발적 경쟁의식과 피동적 경쟁의식. 스스로 경쟁에 뛰어드느냐, 아니면 남이 시켜서 경쟁에 뛰어드느냐, 이 차이가 있다는 거죠. 본래 일본은 피동적 경쟁의식으로 국가를 발전시킨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블랙회사 따위로 사원들을 강제로 경쟁시키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였죠. 그런데 현대에 와서 그런 경쟁 강요가 어려워진 세상이 와버렸어요. 강제로 시키면 인권 문제로 난리가 되어버리죠. 피동적 경쟁의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자발적 경쟁의식을 유도해야 되는데, 정치가 계급사회화 되고, 경제가 안정을 추구하고, 사회가 매뉴얼에 종속되고, 문화가 갈라파고스화 되어버려서, 자발적 경쟁의식을 유도할 수가 없어져버렸어요. 경쟁이 죽어버렸죠. 스스로 원해서 경쟁에 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임 강국인데, 경쟁게임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개인대 개인으로 경쟁하는 건 그래도 두각이 드러나는 모양인데,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에서 같은 팀플레이 경쟁게임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죠. 특히 대회 경기에서는 모습이 잘 안보여요. 게임이라고 해서 얕볼지도 모르겠는데, 게임 또한 사회현상 중 하나예요. 다수가 경쟁이 없는 게임을 즐겨 하는 시점에서 경쟁기피가 현상으로 나타나는 거죠.

 

정치인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연금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번에 일당독재가 끝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끝난 이유가 연금문제 때문이라고 해요. 노후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의지

 

지금 일본 경제는 경쟁력 악화가 만든 거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양적완화 해도 살아나질 않는 거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이 아니니까요. 근데 그걸 해결하려면 지금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할 거 같네요. 일반 시민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순응이 미덕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불의에 맞서서 초식화 현상에서 벗어나 경쟁사회에 뛰어들 강인함을 키워야 가능한 거라서요.

 

분명 개개인은 우수한 사람들도 많은 나라예요. 근데 사회전체적인 현상을 살펴보면 환경으로 경쟁력 악화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어디부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지는 아마 알거라 생각해요.

 

 

 

가마우지 경제는 필요하니까 한국하고 비교했는데 나머지는 되도록 안 했어요. 그러니까 한번 비교해보세요 과연 어떤지.

 

지식이 늘면 나중에 다시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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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할지도 모른다고 하죠. . 자신 있는 건가? 뭐가 원인이 되었건 이렇게 된 이상, 경쟁 한번 붙어볼 때가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과연 누가 경쟁력이 뛰어날까요?

 

 

한국의 미래는 일본이란 얘기가 있죠. 그런데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린 학생들이4.19 혁명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감명 받았었어요. 초등학생들이 어깨동무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특히 어떤 중학생의 편지에 눈가에 물이 맺히고 입술을 깨물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본에도 학생운동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과격하여 이어져 내려오진 않았죠.)

 

어머님께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을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 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니,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잘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간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가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은 이미 바치려고 결심하였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이만 그치겠습니다.

 

4.19 혁명에 참여하여 희생된 고 진영숙(한성여중 2학년)의 편지

 

아마 잊기 어려운 이야기일거라 생각됩니다. 적어도 4.19 중학생 편지는 기억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힘이 있는 사람들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정한 경쟁, 공정한 판결이 우리나라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비가 내리네요. 매일 매일.

 

그럼 또 만나요.

댓글 : 7 개
우리나라같은 경우도 겉으로 보이기엔 경쟁이 있는것 같지만 속은 아닌것 같네요 뭔가 고여있는것을 가리기 위해 경쟁을 유발시키거나 있는것처럼 보여지는 느낌이 크네요
뭐 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글을 잘 쓰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느낌이 훨씬 정갈하고 읽기 쉽게 정리돼서 읽으면서 공감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당사자인 일본인들은 이런 걸 정말 인정하지 못 하고 애써 부정하려 하기 때문에 (보통은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치부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게 정상이긴 해도) 더더욱 발전을 못 하고 침체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정작 자신들이 한심한 걸 인지 못 한 채로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위하기를 워낙 좋아해야지 원... 촛불혁명이나 시위만 보면 그놈의 "미개"드립 ㅋㅋㅋ

암튼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순종이 미덕"이 망치고 자유 의지가 사라진것이 와닿네요
잘보고갑니다
간혹 이런 일목요연한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잘 읽고갑니다.
일본이 뭐 장인정신 장인정신 하지만..
실제 그 장인정신이라는걸 조작해서 품질조작하는 경우가 몇번 나온적이 있으니..
장인정신이라는 말로 보티는것도 슬슬 힘들어지고있는 상황은 아닌가 합니다..
경제 전문가가 말이 일본 최고 장점이 장인 정신과 내수 시장 하지만 이 두개가 일본의 국제 경제력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새로운걸 만들지 못하는 장인 정신 내수로 먹고 살 수 있으니 해외에서 힘들게 경제 할 필요 없다
재밌어요 잘읽히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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