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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아재] 장기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2022.06.18 PM 07:06
- 『월가아재』님 유튜브 커뮤니티 펌 -
지금은 댓글이 삭제되었는데, "채권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채권(장기채)에 관심을 가져라고들 하는데 좋은 선택이라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조금 위험한 조언이 아닐까 싶네요.
양적완화의 본질은 채권을 매입해서 경제에 유동성을 주입하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융위기 이후 소위 말하는 '연준의 풋'이 시장이 위험할 때마다 견인해 온 것이구요. 이런 기조 속에서 채권 트레이더들은 국채가격이 조금만 떨어지면(금리가 조금만 오르면) 마음놓고 채권 매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국채가격이 더 떨어지면 연준이 뒤에서 사줄 것을 믿고 있었으니까요.
이틀 전에 연준이 시작한 양적 긴축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제까지 국채나 여러 채권을 매입해온 연준의 Balance Sheet이 자그마치 $9 trillion인데 이걸 지금부터 줄이겠다는 것이죠. 이제까지는 들고 있는 국채 중에 만기되는 게 있으면 그 금액을 다시 국채시장에 넣어줬는데, 더 이상 그렇게 넣어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수년간 국채 시장의 어마어마한 구매자가, 정반대로 어마어마한 판매자가 되는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연준이 국채를 내다파는 것은 아니지만, 미 정부가 팔고 있는 걸 더 이상 안사주는 것이니, 그냥 편의를 위해 '판다'고 표현하겠습니다.
여튼 '응 우리 이제 어마어마한 규모로 국채 내다 팔거야'라고 불과 이틀 전에 발표했는데, 지금 장기채를 사라는 것은 제 상식으로는 상당히 위험한 의견으로 보이네요.
물론 어떤 논리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겠습니다. 보통 경기침체 및 성장둔화가 오면 장기채 금리는 하락하고 장기채 가격은 상승합니다. 지금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유동성을 빨아들이면 필히 경기 침체가 올 것이고, 당연히 장기채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것은 현재 국제 정세나 흐름에 따른 시장 체제 변화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지나치게 교과서적이고 융통성 없는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 판단이 옳은 것으로 판명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연준이 지난 13년간 그랬듯이, 경기 침체가 오면 다시 양적 긴축을 멈추고 유동성을 펌핑해줄(국채를 사줄) 것이라는 조건
2. 경기 침체로 인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조건
우선 1번에 대해서는, '지난 십수년간'과 지금은 명확하게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인플레이고, 두번째는 미중 관계입니다. 만약 지금 보이는 인플레가 단순히 경기과열에서 오는 일시적 인플레가 아니라, 지난 20년 간 중국의 WTO가입 효과 및 세계화와 분업의 효과가 역전되고 있는 현상이라면? 지난 20년간 인플레에 하락 압력을 가져다준 아마존 효과가 끝나가고 있는 조짐이라면? 지난 수년간 저탄소경제를 외친 부작용으로 생겨난 구조적인 고유가 현상이라면? 지금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부채를 터트리기 위한 포석이라면?
그 다음 2번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오면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재무부+연준은 앞으로 엄청난 양의 국채를 토해내야 합니다. 지금 연준을 위시한 미국의 고민은 이 국채 물량을 누가 받아줄 것인가입니다. 과거에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상대국들을 압박하여 그 흑자폭으로 국채를 매입하게 했습니다. 사우디, 일본, 중국 등이 그 예입니다.
이번에는 누가 사줄까요?
장기채를 사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 위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저는 그 사람의 조언을 따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당최 누가 사줄지 윤곽이 보이질 않네요. 그저 '정작 경기침체가 오면 연준도 다시 국채매입을 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불확실한 논리 외에는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동안 국채 금리에는 하단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국채 가격의 상단입니다. 국채 가격이 조금 오를라고 치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국채를 내다 팔고, 또 조금 오를라고 치면 국채를 내다 파는 현상. 양적 완화를 할 때와는 정반대입니다. 연준이 국채를 사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국채 가격이 조금만 내리면 국채를 사고, 또 조금만 내리면 국채를 사고 하던...
그런데... 단순히 정반대일까요? 연준이 없다면 국채의 본질적인 방향성은 어디일까요? 연준이 상단이나 하단을 형성해주지 않는다치면, 지금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갈까요? 미국 정부의 빚잔치를 보면 답은 나옵니다. 지난 몇년간 미국 정부의 빚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고, 맨날 주기적으로 부채 한도와 관련한 정부 셧다운 이야기가 나오죠... 빚잔치를 하는 사람에게 여러분은 돈을 빌려주고 싶을까요? 다시 말해서, 미국 정부의 빚이 GDP 대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미국 국채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는 게 거시적인 트렌드입니다. 양적완화는 그 떨어지는 매력도를 올리기 위해서 연준이 국채 수요를 형성해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연준의 태도는 정반대로 돌았는데, 미국 정부의 빚은 정반대로 가고 있지 않습니다.
그 말은... 연준이라는 외생 변수를 제외하고 나면, 본질적인 미국 국채 가격의 방향은 하락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양적완화 시절 채권 트레이더들은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사서 연준의 부스팅을 받고, 또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사서 연준의 부스팅을 받는 식으로 트레이딩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 미정부(+연준)이 팔기 전에 채권 트레이더가 팔고,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 미정부(+연준)이 팔기 전에 채권 트레이더가 파는 패턴이 가능할까요?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이라는 연결고리를 누가 형성해줄까요? 그게 키 포인트입니다.
어쨌든... 제 의견일 뿐이고.. 당연히 미래의 결과는 어찌될지 모릅니다. 정말로 경기침체가 왔을 때 연준이 한발짝 물러서게 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속도로 안정되고, 장기채 투자가 수익률이 좋은 걸로 판명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인 것이고, 지금 현 시점에서 장기채 매수가 좋은 매매가 되기 위해서는,
"누가 미정부(+연준)의 국채 물량을 받아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구요. 그런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경기 침체가 올테니 장기채를 사라'는 조언을 하는 건 위험하기 짝이없는 조언이라 봅니다. 특히나 제가 금융상품 시리즈에서도 강조했지만 국채 시장은 대형 기관들의 전쟁터이자 지극히 효율적인 시장입니다. 그곳에서 초과수익을 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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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위에서 말한 마지막 질문인, "누가 미정부(+연준)의 국채 물량을 받아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늘 아침에 쓴 "연준은 경기 침체를 바라고 있을까?" 포스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자 제가 지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헥헥.. 여기에 대해서는 이제 힘들어서 오늘은 20000..
Q. 그러면 채권과 주식의 음의 상관계수에 크게 의지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줄이는 정적 자산배분 전략(60:40이나 올웨더 등)은 앞으로 그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 보시나요? 과거 ‘큰 노력 없이 투자하려면 RPAR(올웨더 구현 ETF)과 같은 상품이 좋다’고 추천해주신 적도 있었는데, 혹시 그 생각도 지금은 바뀌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이게 연준이 엄청나게 유동성을 주입하고, 또 엄청나게 빼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전부 높아지는 현상이라 봅니다. 시장체제가 변하는 상황에서 과거 팩터를 보는 백테스팅은 무의미합니다.
지수추종과 RPAR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지수추종의 허와 실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한번에 몰빵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으로 꾸준히 적립식으로 해야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문제는 지수추종이나 올웨더같은 것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1) 수익 내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2) 스스로 노력해서 공부하긴 싫어서' 한다는 것입니다. 1도 좋고, 2도 좋은데, 2이면서 1을 충족하려 하니 미스매치가 생기고, 그 결과 적립식으로 하지 않고 주식시장이 과열될 때 냅다 고점에서 목돈을 덜컥 ETF에 넣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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