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 투자법] 차트 분석이냐, 폭넓은 독서냐2024.02.10 AM 12:54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LINK :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6

글 : 전영수 경제 칼럼니스트, 한양대 연구교수

 





역사의 교훈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배워야 할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그렇다. 400년을 훌쩍 넘기는 증시 역사도 마찬가지다. 4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온 결정적 갈림길을 증시역사는 반복해 알려줬다. 동서고금 증시무대는 달라도 성공이치는 같았다. 문제는 성공투자의 길이 따분하고 정적이며 흥분이 없어 대부분 투자자에게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실패첩경은 흥미롭고 동적이며 재미나기까지 해서 광적으로 달려든다는 사실이다. 다만 종착지는 명확하다. 외롭고 조용한 투자는 이길 확률이 높지만 시장중심의 열광적인 참여는 통장잔고만 갉아먹었다. 요컨대 이게 400년 증시 역사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역사자료를 중심으로 벤치마킹과 반면교사의 교훈을 구분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역사자료로 한정해 살펴보면 크게 ‘벤치마킹=독서’와 ‘반면교사=차트’로 양분해 보는 게 재미있다. 똑같이 읽고 분석하는 과거자료지만 대부분 월가 고수들에게 독서와 차트를 둘러싼 극단적 이중인식이 존재해서다.



먼저 증시 역사가 가르치는 벤치마킹 교훈은 한발 비켜선 미덕에서 찾을 수 있다. 투자교훈이야 많지만 모아보면 사실상 외롭지만 탄탄한 판단능력으로 요약돼서다. 대표적인게 독서의 가르침이다. 특히 주식투자와 직접 연결되는 재무경영학・통계학 등 실용학문보다는 철학・심리학・역사학 등 인문학의 제반 이슈가 결정적인 성공힌트를 알려준 경우가 많다. 월가의 많은 투자고수도 훌륭한 투자자(Investor)보다 더 나은 사고자(Thinker)가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시장흐름을 내려다보는 게 투자승률을 높인다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알아서다. 《지혜와 성공의 투자학》의 저자 로버트 해그스트롬은 복잡한 전문용어・재무수치보다 물리학·생물학·사회과학·심리학·철학·문학 등의 단어만으로 투자서적을 엮어냈을 정도다. 얕고 단편적인 투자정보보다는 폭넓은 지혜와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미 닳고 닳은 길을 따라 조금 빨리 여행하는 것보다 현자들의 가르침에서 얻은 고매한 지식의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워렌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만 해도 지적 수준이 대단하다. 놀랄 정도로 거의 모든 사회현상과 주제에 정통해 있다고 알려졌다. 그는 ‘세상을 보는 지혜(Worldly Wisdom)’를 자주 언급한다. 증권가에 떠도는 그때그때의 분석보고서보다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철학과 역사서에서 결정적인 투자 실마리를 찾으라는 조언이다. 그는 “망치만 가진 사람은 모든 문제가 다 못으로 보인다”며 “현명한 투자자는 늘 다양한 도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세상을 보는 지혜는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독서에서 비롯된다. 시각을 넓히는 데 독서만한 게 없으며 독서야말로 분석기술을 결정적으로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워렌 버핏도 늘 책을 끼고 산다. 평균 독서량이 보통 사람의 5배 이상일 정도다. 피터 린치도 독서와 직관 등을 통해 한발 비켜선 투자를 실천한다. 월가 데뷔 전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정치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가장 명석한 경제학자조차 주식에 대해서는 백지”라며 “주식투자는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좋은 투자란 아주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며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가치투자 선구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짧지만 극작가 경력을 가진 인문학 전공자였다. 대학시절 철학과 예술사(미술)를 전공한 ‘미스터 주식’ 앙드레 코스툴라니는 칼럼니스트로 유능해 ‘박학다식한 저술가이자 유쾌한 만담가’로까지 불렸다. 영혼이 있는 투자를 실천했다던 존 템플턴은 “역사나 철학을 공부하는 게 통계학 따위를 공부하는 것보다 주식시장에 대비한 준비과정으로 훨씬 낫다”고 했다. 그는 “모든 걸 정밀하게 수량화하도록 훈련된 사람은 오히려 주식투자에 불리하다”고 덧붙인다. “펀드매니저가 아니었다면 철학자가 됐을 것”으로 회고하는 ‘철학적 투기꾼’ 조지 소로스는 서양 철학과 역사를 주제로 대학에서 3시간이 넘는 입담을 풀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증시는 어렵고 혼란스럽다. 돈을 벌겠다는 같은 목표를 지닌 수많은 사람이 제각각의 투자도구로 매순간 경쟁하기 때문이다. 자칫 눈앞의 투자기회를 놓칠까 암호 같은 숫자정보에 목을 매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투자고수들은 폭넓은 시각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재무나 통계학에 연연하기보다는 철학·심리학 등 인문학은 물론, 필요하다면 자연과학까지 소화해 교양수준을 높이는 게 좋다. ‘세상을 보는 지혜’를 갖춰 넓고 길게 보면 투자승률은 저절로 높아진다는 경험칙이다. 월가의 투자고수들은 예외 없이 독서광이며 동시에 ‘읽기 중독증 환자’다.


이젠 증시 역사가 가르치는 버려야 할 것을 살펴보자. 과거의 역사교훈에서 실패사례를 꼽는다면 역시 차트(기술적 분석)무용론이 첫손에 꼽힐 확률이 높다.차트를 둘러싼 인식이 갈리긴 해도 월가 고수의 전체적인 의향은 무용론으로 요약된다. 차트를 활용하려면 확실히 이해하든지, 잘 모르면 절대 안 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어설픈 의존은 절대금물이다. 워렌 버핏은 초보시절 차트분석을 통해 주식을 매매했다. 하지만 전혀 수익을 낼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가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내재가치 분석)에 관심을 가진 동기가 바로 차트분석의 비경제성을 경험한 결과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좀더 직설적으로 ‘차트불패론’을 질타한다. 코스톨라니는 “차트에 현혹되는 건 돈을 죽이는 행위이며 경험상 차트분석가들은 모두 망했다”고 강조한다. 과거와 오늘은 알지언정 그 이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차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룰렛 도박꾼들과 다를 바 없는 미치광이”라며 “미친 사람에게 최대의 불행은 게임시작과 동시에 돈을 딸 때”라고 봤다. 첫 게임에서 벌어들인 돈 때문에 사고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존 보글도 “아무리 역사라지만 과거자료로 투자결정을 내리는 건 백미러만 보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잘못과 같다”고 했다. 정작 투자자가 알고 싶은 건 지금과 내일이다. 이 갭을 과거지향적인 차트가 메울 순 없다. 또 차트란 누구에게든 공개되는 탓에 작전세력의 도구로 전락할 개연성도 경계대상이다.


물론 반론도 없잖다. ‘CANSLIM’ 모델 창시자 윌리엄 오닐은 “그림 한 장은 수천 마디 말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차트는 의사가 X레이나 MRI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역사가 되풀이되듯 성공적인 투자성과를 가져온 주가패턴과 거래량구조도 반복된다고 봐서다. 즉 인간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차트 패턴은 중대한 힌트가 될 것이란 입장이다. 그래도 월가 고수의 절대다수는 확실한 이해를 차트이용의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 차트 신봉자였던 제시 리버모어조차 “무분별한 차트분석은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이유로 니콜라스 다비스는 “차트 움직임을 보되 최소 2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분석하는 게 필수”라고 했다. 대부분의 월가 고수들조차 차트를 활용하진 않을지언정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차트는 양날의 칼이다. 적을 벨 수도 있지만 본인이 베일 수도 있어서다.


400년 증시 역사는 차트에 최대한 신중할 것을 강조한다.

 

 

▣ 월가 고수 코멘트


◎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망치만 가진 사람은 모든 문제가 다 못으로 보여. 현명한 투자자는 늘 다양한 도구를 갖고 있어야. 진정한 빅 아이디어는 어딘가 이미 쓰여 있고, 누군가 발견해 데려가기만 기다리고 있어


◎ 피터 린치(Peter Lynch)

가장 명석한 경제학자조차 주식에 대해선 백지. 주식투자는 과학이 아닌 예술. 좋은 투자란 아주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워.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효과적


◎ 존 템플턴(John Templeton)

역사나 철학을 공부하는 게 통계학 따위를 공부하는 것보다 주식시장에 대비한 준비과정으로 훨씬 나아. 모든 걸 정밀하게 수량화하도록 훈련된 사람은 오히려 주식투자에 불리해


◎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

차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룰렛 도박꾼들과 다를 바 없는 미치광이. 미친 사람에게 최대의 불행은 게임 시작과 동시에 돈을 딸 때


◎ 존 보글(John Clifton Bogle)

아무리 역사라지만 과거자료로 투자결정을 내리는 건 백미러만 보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잘못과 같아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