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152013.06.11 PM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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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이 보이는 곳까지 접근한 케산 소대원들은 정찰병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찰병은 응우옌반렘 소대장이 시계를 한 번 확인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정찰을 마쳤다는 신호를 보내며 소대 집결지로 돌아왔다.

“상황은?”

정찰병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곧바로 기습해도 되겠습니다. 경계근무고 트랩이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 근처는 저 부대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마 메리아카 장성들이 술에 절어서 흘린 ‘새똥’ 같습니다.”

응우옌반렘 소대장은 코웃음을 치며 양쪽 입 끝을 살짝 올린 뒤, 부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그딴 쓰레기 같은 부대니까 민간인 학살이나 저지르는 거라고. 전 병력은 막사 주변을 포위하면서 놈들이 나올 때 사격을 실시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한 개 분대만 부대 근처까지 진입해서 놈들을 천막 밖으로 끌어낸다. 다들 알아들었나? 알아들었으면 바로 이동해!”

소대장은 입으로는 쓰레기 부대라고 하면서도, 최대한 병력 손실이 나지 않게끔 작전을 세우고 행동했으며. 기습을 하기 위해 접근을 할 때도 기도비닉과 은폐 엄폐에 최대한 신경을 쓰며 천천히 이동했다.

하지만 막상 커스터 부대의 막사 앞에 다다른 소대장과 병사들은 허탈함에 입을 쩍 벌린 채 확 풀어져 빛을 잃어버린 눈으로 앞을 쳐다봤다. 지금 케산 소대의 병사들 눈앞에 보이는 징집군, 아니 짐승들을 상대로는 작전을 짤 필요조차 없었다.

소대장과 함께 막사 앞까지 진입한 분대원들은 막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눈이 뒤집혀졌다. 붉게 물든 연병장 한 가운데에서는, 병사들이 팔팔 끓는 거대한 솥 안에 벌목도로 토막 낸 젊은 여성의 시체를 집어넣고 있었으며. 그 중 몇몇은 배를 가르고 끄집어낸 내장을 그 자리에서 씹어 삼키기까지 했다.

간부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을에서 잡아온 싱싱한 여자들의 육질을 연하게 만들기 위해 마구잡이로 주물러대거나, 다리 사이에 빳빳하게 일어나 있는 몽둥이를 쑤셔 넣고 마구 흔들어댔다. 지금 야전막사의 연병장은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보다 더욱 지저분해 보였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광경에, 소대장을 포함한 전 분대원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저건 이미 군대가 아니라고. 지옥이야!”

잠시 후 가장 먼저 소대장이 눈을 뜬 뒤, 분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뺨을 일일이 때려가며 두 눈을 부릅뜬 채 질타했다.

“다들 정신 차리고 눈을 뜨라고! 지금 눈을 감으면 우리 동지들이 더 죽어나가고 능욕 당한다. 오늘 저녁의 그 참상이 자네들 가족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이 악 물고 눈에 힘을 주란 말이다!”

병사들은 소대장의 일갈에 눈을 뜨고 소대장을 올려다봤다.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응우옌반렘 소대장은 손가락으로 커스터 대령의 막사를 가리키며 다시 한 번 지시를 내렸다.

“지금 바로 기습한다! 팀을 둘로 나눠서 한 팀은 여자들을 부대 밖으로 안전하게 빼놓고, 나머지 반은 나와 함께 저 사람 같지도 않은 악마들을 물리친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병사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눈을 번득이며 지옥이라도 뚫고 갈 기세로 달렸다.


케산 소대가 커스터 대령의 부대까지 진입하자마자, 소대장이 일어서 있는 간부 중 한 명을 노려 그의 몸뚱이를 벌목도로 힘껏 내리그었다. 그러자 그 간부의 몸뚱이가 구워진 소시지마냥 갈라지면서, 터진 만두처럼 새빨간 육즙과 갖은 내용물들이 흘러내렸다.

그 다음부터는 병사들이 총알 한 발 쏠 필요조차 없었다. 커스터 대령의 병사들은 적을 확인하려 들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번갯불에 놀란 산짐승처럼 달아나기에 바빴다. 소리 지를 틈도 없이 달아나는 병사들 대신, 아직 살아남아 있는 여자들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비명소리와 케산 소대 병사들이 내지르는 기합에 놀라, 천막 밖으로 나온 병사들과 간부들 역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살충제를 맞은 바퀴벌레 마냥 뿔뿔이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케산 소대의 병사들은 달리는 와중에도 손가락으로 달아나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폭소를 터트렸고, 항상 석상 같은 표정을 유지하던 소대장 역시 크게 웃으며 다음 지시를 내렸다.

“무기를 챙길 여유도 없이 도망가는 놈들을 당장 쫓아갈 필요 없다! 우선 살아남아 있는 여자들을 구한 다음에 나머지 놈들을 섬멸한다!”


커스터 대령 역시 총성이 들리자마자, 식량이 가득 들어있는 백팩과 소총부터 챙겨 달아났다. 그리고 대위급 간부 몇몇과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커스터 대령은 얼마 가지 못하고 두 손에 든 더플 백을 떨어트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뭐, 뭐야 이건!”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병사와 간부들 역시 어깨에 매고 있던 소총을 늘어트리며 입을 쩍 벌렸다.

소대장이 미리 나눠놓은 소대원이, 이미 커스터 대령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먼저 달아났던 전우의 시체가 수산시장의 썩은 생선더미 마냥 겹겹이 쌓여 있었다. 커스터 대령의 주변을 애워싼 병력은 그다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앞뒤 경황없이 달아난 커스터 대령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다들 죽는다! 다들 한 곳만 집중사격해서 길을 뚫어!”

커스터 대령은 이내 정신을 추스르고, 힘껏 호루라기를 불었다. 하지만 총성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방아쇠는 당겨댔지만 총알이 한 발도 나가지 않아, 그냥 빈총을 갈겨대고 있는 것이었다.

“뭐야! 왜? 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거야!”

커스터는 총성이 들리지 않는 것에 넋이 나가, 뒤에 서 있던 대위의 멱살을 틀어쥐고 마구 흔들어댔다. 이에 대위는 짜증을 내며 커스터 대령을 군홧발로 밀쳤고, 대령은 축구공 마냥 바닥을 굴렀다. 오히려 케산 소대의 병사들이 그 상황에 당황하며,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커스터 대령과 그 뒤를 따르는 패잔병들만 멍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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