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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역주행, 결정적 요인은 이것2022.11.06 AM 12:33
올해의 가장 드라마틱한 역주행곡은 단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아닐까 싶다. 1일 오후 3시 기준 멜론 TOP100 차트 3위에 올라 있는 이 곡은 최신곡이 아닌 이미 지난 3월에 발표된 노래다. 그의 정규 6집 리패키지 앨범 <엔드 띠어리: 파이널 에디션(END THEORY: Final Edition)>의 타이틀곡인 것.
발표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체됨에 따라 재개된 대학축제와 각종 페스티벌 공연에서 윤하가 라이브로 부르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동시에 입소문까지 타면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재조명'이다. 지난달 4일 멜론차트 98위로 진입해 역주행 낌새를 보이더니, 이후 23일에는 TOP10에 진입하며 계단식 성장을 보였다.
일단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 제목이 독특하다. 물리학에 무지한 나는 처음에 '너무 거창하게 멋 부린 제목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있는 용어란 걸 알고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 사건의 지평선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너머의 관찰자와 상호작용할 수 없는 시공간 경계면이다. 보통 블랙홀의 특성으로 언급되나, 등가원리에 의해 가속운동하는 관찰자에 대해서도 사건의 지평선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중 물리학백과 발췌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사건의 지평선 밖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감지할 수 없다. 즉,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을 뜻하는 게 '사건의 지평선'이다. 보통은 블랙홀의 경계를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사건의 지평선'을 직접 작사·작곡한 윤하는 이 물리학 이론을 예측되지 않은 이별 그 너머의 이야기로 빗대어 풀어냈다.
그러고 보면 윤하의 6집 앨범은 '사건의 지평선' 외에도 전체적으로 우주와 관련된 제목과 가사로 통일성 있게 짜여 있다. 수록곡 '오르트구름', '살별', '물의 여행', '별의 조각', '블랙홀' 등이 그것이다. 앨범의 곡들을 차례대로 들으면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윤하는 앨범을 소개하며 "우리는 선택한 대로 살아간다. 설령, 선택이 정해져 있더라도. 모든 선택은 고민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끝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시간을 일단락 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사건의 지평선'은 좋았던 날의 끝에 서 있는 화자가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며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슬픈 가운데서도 희망이 느껴지는 양가적인 감정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노랫말 중에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라는 부분이 마지막을 암시하게 해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지만/ 노력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니라서/ 마지막 선물은 산뜻한 안녕
하지만 '마지막 선물은 산뜻한 안녕'이라는 또 다른 가사에서 비치듯, 화자는 이별을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산뜻한'이라는 형용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이 노래의 특징은 이렇듯 반어적인 가사에 있는 듯하다. 조금은 어려운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제목은 심오한 가사와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신비롭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윤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이번 앨범을 통해 가감 없이 발휘했고, 대중은 늦게나마 이에 반응했다.
지난달 29일 방송한 JTBC 음악 프로그램 < 뮤직 유니버스 K-909 > 6회에 출연한 윤하는 이번 음원차트 역주행에 대해 "믿을 수 없고 거짓말인가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윤하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도 감개무량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댓글로 "윤하가 차트3위라니..." 하고 기뻐하며, 덧붙여 "이제라도 일반대중 상대로 '기다리다', '비밀번호486', '우리 헤어졌어요' 말고 윤하의 다른 명곡들이 빛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1위 가자!"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윤하의 곡 실력을 알아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윤하도 어마어마한 싱어송라이터였구나... '기다리다'도 본인 작곡이고 '사건의 지평선'도 자작곡이고. 거의 최근 앨범은 모두 본인 자작곡으로 채웠네."
이렇듯 가사와 곡이 좋았던 게 큰 이유였겠지만, 윤하의 가창력도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편안한 목소리를 기본 무기로 하지만 곡의 클라이막스에 가서는 폭발하는 가창력을 터뜨림으로써 리스너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런 윤하의 주특기가 이 곡의 장르적 특성과도 묘하게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포크록과 모던록이 섞인 경쾌한 리듬이 그의 시원한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
문을 열면 들리던 목소리/ 너로 인해 변해있던 따뜻한 공기/ 여전히 자신 없지만 안녕히
'여전히 자신 없지만 안녕히'라는 구절이, 이별을 부정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가 닿길, 그리하여 그들에게 용기를 주길 바라본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을 보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이 곡에는 분명 위로의 힘이 깃들어 있다.
- 꼭지
- 2022/11/06 AM 08:23
전 리패키지 전에 샀어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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