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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디시인사이드 가수 김사랑 인터뷰2013.08.21 PM 08:25
90년대 후반 휴대전화가 보급되던 그 시기나 화려한 스펙으로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현재나 통신회사와 휴대전화 광고모델은 톱스타들의 독무대였다. 이들은 유행의 아이콘이었고, 미래 그 자체였다. 그런 광고 전쟁에서 지금까지 대중들의 뇌리에 가장 많은 기억을 남긴 건 흥행보증수표도, 살인미소가 아름다웠던 스타가 아니었다. 바로 나즈막히 "나는 18살이다"를 읇조리던 모 통신사의 광고 속 10대 소년이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열정이 흘러나왔던 이 소년은 광고 속 카피와 같은 동명의 1집 앨범 '나는 18살이다'를 발매한 가수 김사랑이었다. 광고 속 음악은 그의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고, 앨범 속 모든 곡들은 그의 손을 거쳐 나온 김사랑의 음악이었다. 게다가 그는 작사, 작곡, 편곡 및 세션 연주와 보컬을 혼자 소화해냈다. 당시 시대를 흔들었던 서태지의 은퇴로 포스트 서태지를 찾아해맸던 언론과 대중들은 당연히 그를 주목했고, 그에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에게는 많은 팬이 생겼고, 사람들은 그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 후 2집 'Nanotime'을 발표한 그는 대중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무려 6년의 간격을 두고 3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로 공백기를 가졌다는 점을 생각해도 6년은 너무 길었다. 게다가 4집도 감감무소식. EP와 디지털 싱글을 내놓았지만, 그 이후로도 무려 3년 동안 그의 이름을 넣은 앨범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김사랑의 정규 음반 발매 간격은 6년인가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무렵인 2013년, 진짜 6년 만에 김사랑의 4집 'Human Complex Part.1'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설마했던 그의 팬들은 4집 선공개곡 'ICU'의 뮤직비디오가 등장하자 그제서야 앨범 발매 소식을 실감했고, 회색 빛 머리에 우주인의 헬멧을 물어뜯는 좀비의 모습이 독특한 그의 뮤직비디오에 대중들은 "역시 김사랑"이라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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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 름 : 김사랑
생년월일 : 1981년 12월 3일
데 뷔 : 1999년 11월 '나는 18살이다'
- 앨 범
1999년 : 1집 '나는 18살이다'
2001년 : 2집 'Nanotime'
2007년 : 3집 'U-TURN'
2013년 : 4집 'Human Complex Part.1'
- 싱 글
2009년 : EP 'Behind The Melody'
2010년 : 디지털싱글 'Goodbye'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 디시는 아세요?
알죠. 저 예전에 동영배 갤러리에서 무슨 순위를 뽑았나 봐요. 그분들이 김사랑 3집을 뽑아서 티셔츠를 선물로 줬어요. (웃음)
- 음악 시상식이 너무 상업적이라 대중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자기들끼리 만들었어요.
네. 저도 그런 걸로 알고 있었어요. 저는 좋았어요. 되게 특이한 상(올해의 보물 & 올해의 방가방가)인데 기억은 안 나요. 집에 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하하하.
- 다른 갤러리는 아세요?
잘은 몰라요. 모든 갤러리가 다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 최대 커뮤니티 아닌가요?
- 네. 맞습니다. (웃음) 질문은 갤러리 이용자들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래요? 두려워지는데요? 욕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 아이고, 애정이 많던데요? (웃음) 4집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지적이 제일 많았죠. (디시 이용자 '이굻랗')
늦게 나왔으니까요.
- 왜 이렇게 늦게 나왔나요?
첫째로 제가 게을러서 그래요. (웃음) 아시겠지만 제가 1, 2집 때부터 연주하고, 노래하고, 작곡 편곡도 다 했는데 3집 때부터는 믹싱까지 했어요. 엔지니어 쪽과 관련된 일이라 처음에는 생소했어요. 또 욕심을 끝도 없이 부리게 되니까 작업이 마무리가 안 되더라고요. 고삐를 잡아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언제까지 해라' 이러는 사람이 없으니 점점 더 욕심이 커지는 거죠. 그런 시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가 또 멘붕이라면 멘붕이죠? 좌절하고, 슬럼프였죠.
- 한 번 뒤집어엎은 적이 있나요?
네. 3집 때도 6년이 걸렸는데, 원래 앨범 완성은 2004년, 2005년 공익근무 끝날 시점에 다 했죠. 그 이후 제가 계속 그걸 놓지 못하고…. 사운드적으로 생각하고, 가사도 바꾸고 그 작업이 2년 걸린 거죠.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고요.
- 그럼 이번 앨범에 들어간 곡도 만든 지 오래됐나요?
오래된 곡도 있고요, 새롭게 만든 곡도 있어요.
- 새롭게 만든 곡이라면요?
'리본(Reborn)'이란 곡이요. '스토커' 같은 경우는 2, 3년 정도 된 것 같고, ICU도 그 정도 됐죠.
- 3집 발매 때 6년 전에 만들어 놓은 곡을 추려서 냈는데 이번에도 같은 거네요.
네. 6년까지는 아닌데, 제가 '굿바이'랑 EP앨범 '취중진담'(Behind the Melody) 냈을 때부터 구상했던 거지요.
- 이번 앨범을 파트1과 2로 나눈 이유는 뭔가요? (디시 이용자 '별이래여', 'silkycream')
일단은 아직 파트2 정리가 제대로 안 돼 있어요.
- 아이고 진짜요? 하하하.
완성됐는데 나눠서 낼 이유가 없죠. 더 욕심을 부리고 싶고, 또 스타일이 많이 달라요. 그래서 한꺼번에 넣기가 좀 그래요.
- 이것도 6년 걸리는 거 아니에요? (디시이용자 '진격의 토끼')
그렇지는 않아요. 올해 안은 좀 무리고요, 어제 라디오에서 말씀드린 것 같은데 어차피 그렇게 말씀드려도 안 믿으세요. 1, 2월 정도로 말씀드렸는데, 그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겨울을 보고 있어요.
- 수록곡이 6곡이지만 '인트로와 어쿠스틱을 빼면 4곡인 거 아니냐, 너무 적다' 이러더라고요. (디시이용자 'ㅇㅇ')
큰일났네요. 파트2도 그 정도로 낼 건데. 하하하. 저는 개인적으로 곡 수 많은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팬분들 입장에서는 곡이 많으면 '다 좋은 곡이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집중력이 흐려지거든요. 여러 곡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다 보면 어떤 곡은 대충 쓸 수도 있고. 이건 오랜만의 정규앨범이라서 인트로도 들어갔고요. 어쿠스틱 버전은 파트2에도 들어갈 것 같고. 하지만, 곡 수는 확실히 더 많을 것 같아요.
- 이번 앨범 재킷이 조금 무섭더라고요.
해골만 보면 그렇죠.
- ICU 뮤직비디오도 좀비 스타일이고 해서 혹시 죽음 쪽에 연관을 둔 건가 싶었어요.
아! 이번 앨범은 환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죽음이 당연히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그런데 죽음이라기보다는 저는 우주를 생각했어요. 우주를 생각하면 멍해지잖아요? 그런 느낌을 좋아해요. ICU가 티저가 된 이유를 설명해 드리자면, 앨범 제목이 '휴먼 콤플렉스(Human Complex)'라서 인트로가 휴먼 컴플렉스잖아요? 하지만 그 곡을 쓰지 않고 ICU를 쓴 건 가사 자체가 우주적이지는 않아서예요. 지구적이죠.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내용이에요.
관련 질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주절이 떠들어본다면(웃음) 'ICU'의 뜻이 집중치료실, 중환자실 이거고, '내가 너를 보고 있다', 'I see you' 이것도 포함할 수 있어요. 음모론 비슷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지구 안에서 누군가가, 한 사람이, 어떤 단체가 우리를 지켜본다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취조받는 입장이 아닌가, 갇힌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사육당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의미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벗어날 방법은 없잖아요?
가사 내용 중에 언론 이야기도 있고,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돈 많은 녀석들, 불만 덩어리만 이야기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상관하지 말자'라는 결론이 나와요. 내 인생은 내 것이니 자기 할 일을 하자. 내 단점, 콤플렉스는 무시하거나 주눅 들지 말고. 내가 단점이 있으면 내가 아는 누군가가 빛날 것이다. 내가 만약 춤을 못 추면 내 친구는 춤을 잘 추는 걸 남들 앞에서 뽐낼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봤을 때, 사회적으로나 전 인류를 생각했을 때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거죠. 투덜거리지 말고 웃자는 내용이에요.
- 전 사회적 메시지가 강해서 일부러 비판을 위해 쓴 건가 싶었죠.
비판하다가 살짝 빠졌죠. 하하하. 제가 비판해봐야…. 선동가가 될 것도 아니고 제가 정치적으로 의식이 있는 녀석도 아니고요. (웃음) 남들 앞에서 이랬다 저랬다 왈가왈부하지 않죠. 저는 가수니까요. 뮤지션이니까.
- 뮤지션이 일깨워줄 수는 있죠.
그렇죠. 유일하게 제가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가사이기에 ICU를 쓴 거죠.
- 뮤직비디오가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셨는데….
하하하. 발연기죠. (웃음)
- 김가수, 김좀비, 김우주, 김똘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뭐예요? (디시이용자 '양갱에흰우유')
김좀비가 그래도…. (웃음) 하면서 좀 재밌었거든요. 사람들도 많이 웃어주고요.
- 분장하는데 시간 많이 걸려서 짜증 났을 텐데요.
저는 기분 좋았어요. 다른 모습으로 꾸며지는 게요.
- 뮤직비디오 아이디어는 감독님이 내셨다고요. (디시 이용자 '누구게요')
네. 시나리오도 다 만드셨어요. 물론 저와 협의 하에 '이런 게 어떻겠냐' 이야기를 했는데 듣자마자 전 이거 무조건 하고 싶다고 했죠.
- 좀비 영화는 좋아하세요?
즐겨 보는 편이죠. '워킹 데드'도 뭐 좋아하죠. 그런데 갈수록 막장드라마처럼 되어서…. 좀비가 왜 안 나와! 프리즌 브레이크가 되어가고 있고. 하하하. 한동안 멈췄습니다.
- 좀비 연기 때문에 특히 많이 보신 작품이 있나요? (디시 이용자 'dd')
저는 원래 좀비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좀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죠. 몸에 익어있어서 딱히 뭐. (웃음)
- 실제 삶도 좀비스러운 거 아니에요? 하하하.
그렇죠. 작업할 때는 으어어어어~. (웃음) 항상 좀비 상태죠.
- 음반 작업할 때 혼자 다 하시는 편인데, 혹시 뮤직비디오도 직접 감독을 하셨는지요? (웃음) (디시이용자 'manialov')
뮤비까지요? 그… 그것까지는! (웃음) 원래 그러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몸이 한 열 개 되어야 하니까요.
- 이번 앨범 디자인도 직접? (디시이용자 'manialov')
그것도 김용민 감독님이요. 솔직히 다 하고 싶었어요.
- 욕심 많군요.
네. 정말 많아서 3집 낼 때도 제가 하려고 하다가 저희 형님이 디자인 쪽에 계셔서 형님이 도와주셨는데, 그게 더 편하더라고요. 음악만 해도 할 일이 많은데. 제가 계속 넘어지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그냥 맡기자' 하시더라고요. 수긍했죠. 그런데 욕심은 아직도 있어요. 예전에 홈페이지 디자인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많이 했고, 어렸을 때 만화도 그렸어요. 또 저랑 성향도 잘 맞고, 저의 색깔에 잘 맞고 묻어나는 것들을 음악적으로 이해해 주고 있으니까요. 정말 만족하죠. 고맙죠. 정말.
- 인트로에 크리슈나무르티(인도의 철학자)의 연설을 샘플링 하셨더라고요.
제가 일단 명상을 좋아해요. (웃음) 간단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어요. 메시지 자체가 'ICU'라는 뜻과도 잘 맞고요. 제가 3집에 표현하려고 했던 인간 내면에 대한 모습들은 결국 나에게 집중하다 보면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특히 집착, 욕심 이런 거. 제가 앨범에 집착하듯.
앨범 작업하다 보면 바이오리듬처럼 심경변화가 점점 심해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였어요. 누구나,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그 메시지를 인트로에 담고 싶었던 건 '일단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다. 당신이 전부다. 네가 전부다. 어떤 사람도 당신 인생의 선생이 될 수 없고, 누구도 통치할 수 없다, 강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였어요. 네가 이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에 스스로 온전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요.
- 그럼 자기애가 강하게 많이 들어가 있는 거네요.
그렇죠. 내가 우주이자 천지인이다, 그런 뜻이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너무 종교적이니까요. 사실 죽음을 봤을 때 내가 죽으면 끝이잖아요. 우주가 멸망하든 태양이 거꾸로 뒤집히든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너와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 풍문으로 종교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무신론자세요?
무신론자였다가… 저는 붓다님을 좋아하기에 불교이긴 하지만 종교적으로 불교라고 하지는 않아요. 사상을 좋아하죠. 불교는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 타이틀곡이 '스토커'인데 이 곡을 타이틀로 한 이유가 뭔가요? (디시이용자 '랑느님')
이번 앨범 콘셉트는 수순이 있어요. 처음 'ICU'라는 티저를 큰 의미로 부각시켰고, 좀비로 이슈도 받고. 그다음에 과연 타이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마지막날까지도요. 저는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가 '스토커'로 정하자고 제가 말했어요. 집착에 대한 내용이 가장 강하게 들어가 있는 싱글이거든요. '너란 놈'이라는 곡도 애절하다, 슬프다 이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너란 놈'은 그렇게 매달리고 집착하는 곡은 아니에요. '스토커'는 정말 사이코패스 수준으로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자기가 좋아서 쫓아다니는 거고, '어떻게 해서든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겠어' 그런 의미가 들어 있거든요. ICU는 좀 큰 의미로 이야기한 거고요.
그리고 가장 제가 중요시하는 '인간 내면에서의 집착'이라는 내용을 담고 싶었죠. 비트도 신 나고, 여름에 어울리기도 하고요. '너란 놈'은 좀 무겁잖아요? 그래서 스토커를 정했죠.
- 한 분이 가사를 해석해보니 '스토커'와 '너란 놈'의 이야기가 은근히 이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맞나요? (디시 이용자 '소소')
어떤 의미에서는 이어지죠. '너란 놈'이라는 노래는 가운데 기로에 서 있는 내용이거든요. 서로 분명히 좋아하는 건 알고 있는데 인사밖에 못하는 사이잖아요. 서로 답답한 거죠. 나만 답답한 게 아니라 상대방도 답답하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고. 그러다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엔 똑같은 결론이 나고. 서로 상처만 주고 계속 반복되는 어정쩡한 사이를 이야기하는 거죠.
- 예전에 경험하셨나요? (디시이용자 'T-Rain')
근래 들어서 경험했어요.
- 놈이니 남자랑 경험하셨나요?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하.
- 농담입니다. (웃음)
'녀'…로 할 수는 없잖아요? 하하하.
- 여자 입장에서 쓴 건가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아니아니~, 그런게 있잖아요. 하하하. 이거 정확하게 말씀드려야겠다. 큰일 나겠네요. (웃음) 남녀관계가 지속되다 보면 남자 입장에서 여자한테 '너 이놈아' 이럴 수 있잖아요. 애교 섞인 그런 거예요. '네 이놈'이라고 하는 녀석도 있고. 저희 멤버들도 헷갈려하더라고요.
- '스토커'에서는 김사랑 씨가 스토킹 하는 주체인가요? (디시 이용자 '누구게요')
저는 아니에요. 제가 당하는 입장이었죠. 이번 앨범은 다른 앨범하고 다르게 진짜 제가 다 경험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어요.
- 원래 가사를 그런 식으로…?
이번 앨범부터 이렇게 쓰게 됐죠. 전에는 제가 경험한 것들이 거의 없었어요. 슬픈 내용이라고 해도. 대부분 제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물론 조금씩 섞여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매번 말씀드리는 게 가사라는 건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거든요. 영화를 만들듯.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연주할 때부터 느껴져요. '이런 내용이 어울리겠다'. 이렇게 생각한 뒤 상상하면서 쓰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정말 그냥 담백하게 썼지요. 제가 쓰고 싶은 내용, 경험한 내용을요.
- 나이가 늘면서 경험도 늘어난 건가요, 아니면 지금은 솔직해져도 되겠다, 이건가요?
그냥 이번 앨범의 콘셉트죠. 하하하. 이번 앨범은 그렇게 하자.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 번 그렇게 써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런 것도 저한테는 경험이고 스킬이 될 수 있잖아요. 되게 어려웠어요. 가사 쓰는 게.
- 이번에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를 했다고 들었는데 그곳을 쇼케이스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따로 없나요? (디시 이용자 '김가수팬')
네, 없습니다. (웃음)
- 그냥 초청해줘서? (웃음)
시기가 딱 그랬어요. 지산을 끝내고 나서 한 10일 정도 후에 쇼케이스를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쇼케이스를 두 번 하는 느낌 아닌가요? 지산에서 충분히 내 곡을 다 보여드릴 수 있는데 또 쇼케이스를 하고…. '차라리 간단하게 지산을 쇼케이스로 하자. 그리고 단독공연을 열심히 준비해서 그때 보여 드리자' 했죠.
- 지산은 팬이 아닌 사람이 있고, 쇼케이스는 팬만 온다, 그 차이가 있는 거죠. 앨범 발매를 알리는 거니 아무래도 쇼케이스가 본인의 음악을 전달하기에는 더 좋았을 텐데요.
제 팬 분들이 다 오실 거라고 생각한 거죠. (웃음)
- 그런데 그날 지산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같이 했잖아요. '혹시 펜타 가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 안 했나요?
안 했어요. 저는 제 팬 분들을 믿어요. (웃음)
- 그나저나 정말 록 페스티벌이 많아졌어요.
네. 너무 많아졌어요.
- 너무 많다 그렇진 않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 인터뷰할 때마다 그런 질문을 받는데 좋다 나쁘다 보다는… 지산 공연할 때 보니까 너무 열악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제 입장에서가 아니라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요. 냄새, 진흙탕에 비 온다고 아무런 공지 없이 공연이 딜레이되고. 그런 것 봤을 때 많아지는 건 좋은 거지만 퀄리티가 높아져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동의하고요, 너무 많아지는 것보다는 서로 싸우지 않고 잘 뭉쳐서…. 제가 깊게는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웃음)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시스템과 환경 그리고 즐기는 게 되어야지 와서 힘들고 피곤하면 안 되겠지요.
- 이번 앨범 활동에서 단독 공연은 당연히 하시겠지요? (디시 이용자 '랑느님', '띵똥', '오예', freeps2da')
네. 9월 28일~29일에 해요. 28일은 어쿠스틱 겸 사인회 겸 팬미팅 겸 그런 식으로 가고요.
- 사인회도 하시는군요.
해야죠. 하하하. 언제쯤 하냐고 하도 말들이 많아서. '언제 네 얼굴을 맞이할 수 있느냐. 만날 얼굴 올려다 봐야 하냐' 하하하.
- 안 그래도 교보문고, 영풍문고 이런 데서 팬사인회좀 하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디시이용자 '럽킴수니')
으하하하. 교보문고.
- 이번 활동은 팬하고 만나는 걸 많이 하시려나 봐요.
네. 그럴 예정입니다.
- 질문을 보면 예전엔 팬들을 보아도 시크한 표정으로 '좀 떨어져 달라' 그러셨다는데, 요즘은 바뀌신 것 같네요. (디시이용자 '누구게요')
네? 제가요? 언제… (웃음)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있어요. 채팅할 때였나? 그 당시 제 성격이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과 닿는 게 좀 싫었어요. 대인기피증도 좀 심했었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나지 않았나 싶어요. 살이 닿아 제가 '저리로 가세요'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그건 아니죠.
- 대인기피증은 활동하시면서 생긴 건가요?
네. 1, 2집 때 제가 본의 아니게 욕을 많이 먹었어요. 제2의 서태지다, 괴물이다, 천재다…. 지금은 누가 천재라고 하면 '네, 맞아요. 저 천재입니다' 이렇게 말하는데 그때는 제가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 들으면 답답했죠. 말도 못하고. '네가 무슨 천재야'라고 이야기하면 '저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정색하게 되더라고요. 장난으로 이야기했음에도.
그리고 약간 비아냥식으로 말하는 것도 있어 상처도 받고, 대부분 사람들을 피했어요. 3집 내기 전까지 우울증도 있었고,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그랬었는데 3집 준비하면서부터 조금씩 바뀌었죠. 좋은 분도 계셨고, 치료도 많이 됐고요. 좋은 분들이 저를 바꿔주셨죠. 성격도 많이 변했고요. 제 기본적인 성향은 안 변했어요. 내성적이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될 대로 되라. 하하하.
- 제가 책에서 봤는지 누가 말한 걸 들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천재라는 말이 싫다. 천재라고 말하면 그 실력을 얻기 위해 내가 한 노력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렇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죠. 맞아요. 그래서 저는 1집 냈을 때 천재라는 껍데기라고 해야 하나? 포장이 싫었어요. 그냥 괴물로만 취급받고. '얘는 원래부터 이렇게 된 아이' 이런 게 기분이 별로였어요. 그게 칭찬이긴 한데 사람들이 천재라고 말하면서 '얘는 부족한 것이 있을 거야, 장애가 있을 거야' 그걸 잡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해요. 사람이 칠칠맞을 수도 있고, 뭘 흘리고 이래도 되는 건데 제가 뭘 흘리면 '쟤는 음악만 잘하지 잘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러고. 저는 그런 소리 듣는 게 거북하고. 하루 청소 안 했는데 '역시 천재라서 내가 치워줘야지' 이러는 것도 마음 상하고요.
- 아오, 그건 좀 못됐다.
그런 의미가 들어 있어요. 저는 음악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단지 천재라는 말로…. 음악도 평가절하되거든요. '어린 놈이 이만큼 잘하는 거다' 생각하시는 거니까요. 저는 그전부터 열심히, 겨우겨우 해서 '1집 나왔다, CD 나왔다. 정말 좋다' 그렇게 생각한 어린 아이였는데 '얘는 원래 금방 후다닥 해서 나와'라고 생각하시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 시기가 IMF라서 당시 사회가 초월적 존재가 나타나 뭔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욕망이 많았죠.
그렇죠. 서태지 선배님이 한동안 잠적하시는 바람에 제2의 서태지가 필요했던 시기가 길었어요. 그전에도 제2의 서태지 칭호가 있었어요. 조PD 선배님도 그렇고. 다 제2의 서태지가 되고 있는 와중에 제가 나오니까 역시나 돌직구를 던지고, 전 맞고 쓰러지고 사라졌죠.
- 그래도 1집 앨범 뒤에 인쇄된 '전체 김사랑'의 무게감은 솔직히 엄청났죠.
저는 굉장히 오그라들었어요. 하지 말자고 했는데 당시 사장님이 그걸 또 궁서체로. 하하하.
- 궁서체다. 진지하다. (웃음)
아오~ 너무 오그라든다~. 그것도 간단하게 쓰면 그나마 난데 키보드, 프로그래밍, 샘플링… 그거 다 비슷한 이야기거든요. 다 똑같은 이야기를 길게 써서 사람 참… (웃음) 그러니까 더 욕먹고. '얘가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으면 이렇게 썼을까' 생각하시는 거죠. 하하하.
- 그때 아이돌 그룹도 많았는데, 그런 쪽으로 스카우트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우주인')
받은 적 없어요. 하하하. 저는 '청년단체'라는 하드코어 밴드에서 인디 활동을 하다가 캐스팅됐기에 아이돌 쪽으로는 제의가 없었어요. 음반사 쪽에서 제의는 좀 받았는데 저는 그런 분들 만날 때마다 제가 예전에 불렀던 노래 테이프를 들고 다녔어요. 아니면 우리 밴드 전체를 다 데리고 가 밴드로 활동하게 해달라고 했죠. 대부분 '안 된다, 너만 나와서 앨범 내라', '싱어송라이터가 되어서 활동해라' 제의하셔서 결국에는 배신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죠. (웃음)
- 욕 좀 들으셨겠네요. (웃음)
사장당했죠. 하하하. 그런데 원래 밴드 내에서 불화가 심했어요. 리더와 다른 분들하고. 거의 밴드가 부서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나왔어요.
- 밴드 하는 사람이나 록음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 밴드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실 생각은 없어요? (디시이용자 '폭주천사')
있어요. 그런데 다들 피하더라고요.
- 왜요? (웃음)
저한테 하자고 해서 진행하자고 해요. 그런데 제가 '김사랑'처럼 곡 다 쓰고, 기타 리프 다 쓰고 그러면 밴드의 의미가 없잖아요. 분업이 돼야 하는데. 저와 밴드를 하려고 하는 분들과 무산된 게 실제로 몇 번 있었는데, 자꾸 그런 걸 원하시는 거예요. 저의 색깔, 제가 해왔던 것들을 알고 있기에 그런 걸 자꾸 의식하시고. 그러다 보니 음악적인 부분에서 부닥치게 되고.
- '네가 알아서 해' 그런 느낌?
'네가 잘 하잖아', '가사는 네가 써야지'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아니었거든요. 가사도 같이 쓰고 싶고…. 그게 밴드잖아요. 누구 한 명이 주축 되지 않는 것. 한 명이 주축 되는 건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건데 그걸 그 사람들과 굳이 또 같이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 지금은… 애초에 제가 하자고 해도 피하시고요. (웃음)
- 왜 그러세요. 하하하.
저를 너무 독불장군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쟤는 여태껏 혼자 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이렇게. 세션도 안 쓰는 거 보면 남들 다 무시하고, 세션 하는 것 하나하나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에 자기 혼자 다 한 거라고 색안경 쓰고 보시는 분들이 음악 하시는 분 중에서도 많았어요.
- 그럼 왜 혼자 다 하셨나요?
처음에는 돈이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3집 낼 때 금전적인 문제가 있어 제작비 좀 아껴보자 했죠. 1, 2집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세션 쓰면 좋지요. 실제로 세션 분들이 해주신 경우도 있는데 제 음악에는 좀 안 맞더라고요. 난감해하시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세션 뭘 해야 하지?' 제가 처음 하는 거였으니까요. 그래서 2집부터는 '그럼 네가 알아서 다 쳐라' 하시더라고요. 1집도 마찬가지지만 세션 녹음했던 거 다 들어내고 다시 연주했죠. 굳이 말씀드린다면, 일부러 제가 다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하다보니까 상황이 어떻게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 사실 '왜 그렇게 혼자 하느냐' 뉘앙스의 질문도 있었어요. (디시이용자 'samdhi82', '최실장')
저 힘들어요. 그렇게 힘들게 음악 하고 싶지 않아요.
- 그럼 앞으로 외부 작곡가와 프로듀서와 작업할 생각은 있나요? (디시이용자 '망아지')
맞는 분이 생기면 하지요.
- 그분을 찾기가 어렵다?
아무도 안 하려고 하니까. 하하하.
- 아, 진짜 왜 그러세요. 하하하.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돈이에요.
- 회사가 알아서 하겠죠. (웃음)
지금은 익숙해져 있어요. 고집부리면서 음악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내가 꼭 할 거야' 이런 건 없지요.
- 작사, 작곡, 노래 등 가장 어려운 게 있다면요? (디시 이용자 'ㄷㄷ')
당연히 다 어렵죠. 너무 어려워요. 곡 만드는 건 재밌어요. 곡 만드는 게 제일 쉬워요. 쉬운 건 있어요.
- 보통 한 곡 작곡하는데 얼마 정도 걸리나요? (디시 이용자 'T-Rain')
한 한 달? 두 달? 다른 분들보다는 꽤 오래 걸리는 편이죠. 막히면 한두 곡 가지고 반년도 가고요, 아예 버려지는 곡도 있어요. 가사가 좀 더 오래 걸리는 편이죠.
- 가사를 세세하게 쓰시나 봐요.
네. (웃음) 곡은 느낌 대로, 가는 대로 쓰면 되지만 멜로디를 붙여서 작사한다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발음도 맞아야 하고, 어색하지 않게끔 써야 하고, 내용도 제가 쓴 곡 바탕에 어우러져야 하니까 굉장히 힘들죠.
- 그럼 지금까지 만든 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가 있다면요? (디시이용자 'T-Rain')
마지막 앨범인지, 최근 앨범인지 모르지만 'ICU'나 '리본'이요.
- 마지막 앨범이라고 하시면 팬분들이 오해해요.
최근! 가장 최근 앨범! (웃음)
-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물어볼 때 '음악 관뒀다'라고 이야기해서 팬들이 상처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디시이용자 '감자', '지연')
왜요? 제가 상처 더 받았는데. (웃음) 멘붕일 때는, 슬럼프일 때는 '앨범 언제 나와요?' 그 질문이 가장 싫어요. 그리고 지금 파트1 발매된 지 얼마 안 됐는데 '파트2 언제 나와요?' 묻는 게 가장 힘들거든요.
- 아, 죄송해요. 하하하.
아니에요. 괜찮아요. (웃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다시 방구석으로 들어가 컴퓨터 붙잡고 씨름할 생각을 지금을 안 하고 싶거든요. 당분간은 쉬고 싶고. 그런데 다음 앨범 언제냐 물으시고, 이 앨범 준비할 때도 '야, 앨범 왜 이리 오래 걸려. 언제 나오냐' 그러시니 '음악 안 해, 나 안 해. 나중에 나오면 듣든지 말든지' 이렇게 되는 거죠.
- 거기서 팬분들은 '어? 정말 음악 그만두는 거야?' 이렇게 되는 거죠.
제가 정말 그만둘 거였으면 그만둔다고 말씀드리지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 안 하죠. '그냥 그렇게 하고 있었다' 하는 투덜거림이었죠. 저의 공간이었으니까. 공식적으로 그만 둔다면 제가 쇼파르뮤직 홈페이지에 '김사랑은 오늘부로 음악을 그만두겠습니다' 그렇게 했겠죠. 웃기지만. 하하하.
- 그런데 다들 못 떠나시더라고요.
떠나는 게 없지요. 떠날 수 없죠. 저는 이거 그만두면 할 일도 없고요. (웃음)
- 열여덟살에 학교를 자퇴하셨잖아요? 어린 나이에 평생 이걸로 먹고 살아야겠다 생각한 건데 무섭진 않았나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음악에 눈이 뒤집혀 있었죠. 어렸는데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 (웃음) 부모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죠. '내 아이가 사회에서 도태되는구나' 부모님의 이런 마음을 생각했을 때 고민이 많이 됐었죠. 어머니께는 제 공연 보여 드리고, 아버지는 제 공연 보시지도 않고 집에서 제가 음악하는 거 보면서 '에이 그냥 관둬라' 하시고. (웃음) 아버지는 저와 성격이 비슷하셔서 '네 인생 네 거니 네가 알아서 해라. 그래도 나중에 네가 후회되면 나중에라도 학교 다녀라. 언제든지 도와줄테니' 그런 말씀을 해주셨죠.
그만 두겠다고 말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그만뒀어요. 지금 후회는 없어요. 없습니다. 아까 말씀하셨지만, 돈 적인 부분이죠. 내가 이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대학도 못 가고, 음악에 미쳐 있다가 음악 때문에 후회하게 돼 음악을 그만두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남들 하는 것들을 다시 다 시작해야 하는 그런 생각 자체가 그때는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나는 할 거야' 이미 마음먹었고, 지금도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 혹시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실 계획은 없나요? (디시 이용자 'dd')
없어요.
- 해외 나가서 활동할 계획은요? (디시 이용자 'dd')
있어요. 그게 공부죠. 어떻게 보면. 어차피 제가 표면적으로 하고 있는 음악이 우리나라의 음악은 아니니까요. 제가 민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창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본 고장에 가서 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죠.
- 미국?
미국도 좋고 영국도 좋고 어디든지요.
- 국내활동부터 하래요. (디시 이용자 'dd')
가끔 일본이나 영국 쪽 인디레이블 쪽에서 컨텍 올 때가 있어요. 저한테 직접 오기도 하고 회사로 오기도 하는데 저도 그 생각 때문에 항상 안 된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녀석인데, 인정도 못 받는데 거기 가면 시작도 못 해보고 돌 맞고 끝날 것 같다' 자신감도 없고. 맞는 말씀이에요. 우리나라에서부터 뭘 하고 나서. 하하하.
- 너무 활동이 없다 이거죠. 방송도 잘 안 나오시고, 그렇다고 공연을 자주 하시는 것도 아니고.
나름 공연 자주 했어요. 1년에 한 두세 번 정도 단독공연 하면 자주 하는 거 아닌가요?
- 페스티벌에도 자주 나오고, TV에도 얼굴도 비쳤으면 좋겠고,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거죠.
그게 다 음악 때문에 그렇죠. (웃음) 앨범을 자주 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앨범도 안 나오는데 갑자기 팬미팅 하면 웃기잖아요. 놀자고 그러는 것 같고. 요새 음악 안 하고 놀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요즘 같은 때는 활동 열심히 해야죠. 방송도 하고 미팅도 해야 하고요.
- '불후의 명곡' 같은 데 나올 생각 있느냐 질문이 있었어요. (디시 이용자 '김좀비', 'ㄴㄴ')
불러주셔야 나가죠.
- 방송활동에는 거리낌 없이 나가겠다? (디시 이용자 'mudcandy', '야옹')
거리낌이 없는 방송에만 나가고 싶지요. (웃음)
- 예능 이런 프로그램은요? (디시 이용자 '김좀비')
처음에는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1, 2, 3집 때 다 안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활동적인 부분에 대해서 나름 억울하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방송이 거의 없어요. 저는 말주변도 없고, 사람들을 휘두를 수 있을 만한 예능감도 없거든요. 일단 자신도 없고요. 또 불러주시지도 않고요. 일단 그거예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 게 불러주신다면 나가죠. 내가 잘하든 못 하든 나가서 얼굴 알리고. '얼굴 좀 보자' 홍보가 그런 의미라면 보여 드려야죠. (웃음)
- 그런데 되게 안 늙으셨네요. (디시 이용자 '랑느님')
많이 늙었어요. 직접 보시니까 잘 아실 거 아니에요.
- 주름도 없고.
하하하. 주름 엄청 많습니다.
- 보톡스 이런 거 맞으시나요. (웃음)
아니오. 하하하.
- 젊게 사시네요.
생각이 없어서 그래요. 철이 없어서요.
-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나이 생각을 잘 안 해서요. 제가 몇 살인지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는데 서른셋이라고 그러면 깜짝 놀라요. 가끔 댓글 보면 '늙었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는데 좀 화가 나서 콘서트에서 늙었다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하하하. 아예 저한테 쪽지를 남기는 분도 계세요. '당신 늙었어요', '오빠 전보다 많이 늙었네요. 음악 잘하세요' 왜 이걸 나한테 알려주지? 나도 내가 나이 먹어가는 거 아는데? 그랬죠. 하하하.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가는 게 좋은 거죠. 동안? 언젠가 확 늙겠죠. 지금보다 더. 서로 늙어가는 처지에서…. (웃음)
- 15년이라는 시간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디시이용자 'atomeunz')
음악하는 그 15년이요? 늦었다.
- 어떤 면에서요?
좀 더 빨리 내야 했는데.
- 하하하.
너무 많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미안하다. 하하하.
- 사람들이 '김사랑의 정규 앨범 발매 텀은 6년인가 보다' 말씀하시죠.
그건 아니에요. 앞으로는 자주 낼 거고요, 재밌어요. 음악 하는 게 물론 죽을 만큼 힘들지만 재밌기에 자주 내야죠. 활동도 자신감있게 하고요.
- 예전에 미니홈피에 데모곡을 올리신 적이 있는데, 이거 모아서 앨범 낼 생각은 없나요? (디시이용자 '럽킴수니')
아, 너무 창피한데 그거. (웃음) 너무 옛날거라서요. 음…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무료로 공개해드렸던 이유가 다운받아서 들으시라 이거였죠. 앨범으로 낼 정도의 퀄리티가 되지도 않고요.
- 김사랑 씨 팬들 보면 1집 때부터 꾸준히 좋아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앞선 음악이 지금보다 좀 센 편이라 1, 2집에 대한 향수가 있더라고요. 그런 음악은 다시 안 하실 건가요? (디시 이용자 '물빛', '진격의 토끼')
해야죠. 프로젝트 앨범 따로 구상하고 있어요. 일단 파트2를 먼저 하고.
- 이분들은 김사랑 씨가 항상 다양한 장르를 한다고 받아들이셔서, 다음에는 어떤 장르를 하실 건지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디시 이용자 'T-Rain', '최실장')
저도 궁금해요. 이번 앨범도 사실 큰 틀만, 메시지만 잡아놨지 장르적으로 '어떤 장르를 해야지' 이런 생각은 없었거든요. 네 곡만 봐도 사실 약간씩 스타일이 달라요. '너란 놈' 같은 경우 모던록, 록발라드 그런 식이고, 'ICU'같은 경우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고. 하여튼 어떤 장르라고 이야기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할 것 같아요. 비트가 빠르다, 느리다 정도만 생각하고 있지 '세게 해야지', '약하게 해야지' 그런 건 생각 안 했어요. 어차피 이 곡들 처음부터 통기타로 만든 곡이에요.
- 작곡은 통기타로 하세요?
피아노로 할 때도 있어요. '스토커' 같은 경우도 처음엔 피아노로 했었고 'ICU'는 기타로 했지요.
- 한 분이 작곡하는 과정을 알려달라고 물어보셨어요. (디시 이용자 'T-Rain')
매번 달라요. 어떻게 표현을 해 드릴 수 없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뭐부터 그리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아요.
- '모조리다' 같은 댄스음악은 안 하실 건가요? (디시이용자 '갹ㄱ갹', '랑느님')
되어야지 하죠. (웃음) 아유, 오그라드네요.
- 지금은 몸이 안 움직이세요?
지금도 몸은 관절이… 안 좋네요. 안 되겠네요.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 요즘 음악 관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은데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김사랑 씨의 생각을 묻고 싶어요. (디시이용자 'T-Rain')
음… 안 좋아해요. 그렇게까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됐을까 생각도 들고요. 프로로 활동하는 밴드들인데 나가서 경쟁하고, 사람들은 재밌겠지만 평가받는다는 게 그들에게는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일 수도 있거든요. 물론 제가 아는 형들이기도 하고,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지만, 음악이 그렇게 살아남아야 하고, 경쟁해야 하고, 순위를 정해야 하고, 대중들에게 평가받는 거라면 괜찮다고 할 수 있는데 심사위원같은 분들이 계시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해요.
- 그런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잖아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 인디 1세대인데 혹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시나요?
하아, 저는 워낙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라…. 뭐라도 제가 해놨어야 책임감도 있는데. 어쨌든 그런 프로그램에 대해 좋지 않다 이거보다는 그렇게까지밖에 될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환경이 가장 안타까워요.
- 예전에 한 분이 '자기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라고 하셨죠.
저도 많이 들었어요. 거기에 나간 분들, 대부분 안면 있는 밴드들인데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죠. 어쩔 수 없다고. 그게 뭡니까. 환경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 이번 앨범에서 신비주의는 안 하실 건가요? 사람들은 김사랑 씨가 신비주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디시 이용자 '김좀비')
그건 제가 방송에 잘 꽂아넣어 지지 않아 못 나간거지 안 나간게 아니라서요. 그런 의미의 신비주의라면 지금도 방송이 잘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홍보가 잘 되면 신비주의가 없어질 거고요. (웃음)
- 하도 TV에 안 나오고, 앨범도 안 내니까 '집이 잘 살아 음악 활동을 열심히 안 해도 괜찮다' 그런 소문도 있었고요. (디시 이용자 'dd')
아까 말씀드렸지만 전 돈이 없어서 믹싱을 시작했고요, 방송을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못 나가는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웃음)
- 이번 앨범 어느 정도 만족하세요? (디시 이용자 '사랑은사랑')
70%? 지금까지 앨범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고요.
- 30%는 뭐가 문제인가요.
늘 있는 문제죠. '여기서 왜 기타를 이렇게 칠까' 이런 연주적인 문제, 노래, 사운드적인 문제….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문제인 거죠. 그때는 음악에 빠져 있으니까 모르다가 앨범 내고 1주일 후에 보이는 그런 문제들.
- 음악적 욕심이 굉장히 세군요.
세야죠. 욕심 안 부리면 음악 할 자격이 없죠.
- 너무 완벽주의자 아니냐 이거죠.
음악 하는 사람들 보면 모두 다 완벽주의자예요. 대충대충 음악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웃음)
- 아, 제 뜻이 전달이 잘 안 되네.
결벽증?
- 아! 그 의미였어요. 우와, 어렵다. (웃음)
그런 의미라면 제가 좀 심한 편이죠.
- 그런데 개인적으로 1집부터 4집을 순서대로 들으니 유순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맞아요.
- 나이 변화 때문인가요?
나이 때문도 있겠죠. 저도 계속 철없이 강한 척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저는 강한 척하는 걸 좋아했어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이 사람이 나를 공격할까 봐 미리 방어하고, 대화도 안 하고, 단답형으로 이야기하고,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지금은 그렇게 하거나 말거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거면 싫어할 거고, 좋아할 거면 좋아할 거고 그렇게 생각해요.
-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김사랑이 아닌 본인이 말하는 김사랑은 뭔가요? (디시이용자 'atomeunz')
저는 '김사람'이에요. 사람입니다. 김4집도 되고, 김좀비가 될 때도 있는데, 저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사람답게 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요.
- 사람답다는 게 뭔가요?
평범하고 싶다는 거죠. 내가 사람을 대할 때요. 쉽게 말씀드리면 누군가를 만나 '안녕하세요' 인사할 때, 웃을 때 진심이 담긴 웃음으로 대하고 싶다는 거죠. 벽을 두지 않고. 아직도 저는 그 싸움을 하고 있어요.
- 그거 은근히 어려운데요.
어렵죠. 누구에게나 다 잘 할 수 없으니까요. 그것도 욕심이죠. 사람을 더는 색안경쓰고 보고 싶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사람의 기준으로서 그게 올바른 사람이 아닌가 해요. 김사람이 되고 싶고 김사랑이 되고 싶어요.
- 만약 가수가 안 됐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ㄷㄷ')
글쎄요. 지금 욕심인데 물리학이나 컴퓨터공학 쪽으로 했을 것 같아요. 천체물리학이나. 그쪽으로 관심이 많아서요.
- 그래서 우주?
그렇죠. 그리고 수학도요. 수학은 매번 빵점이었지만. (웃음) 그건 후회되네요. 수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걸. 지금 보면 정말 재밌는데.
- 아니, 수학을 지금 보세요?
가끔 수학 다큐멘터리 보면 정말 재밌잖아요. 수학이나 우주에 관련된 이야기나. 관심이죠. 그 당시 학업으로 돌아갔을 때 그게 싫어서 또 그만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어요.
- 그런 꿈을 놓고 음악으로만 갈 수 있게 해준,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요?
없어요. 누구 때문에 음악을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 그럼 어떻게 한 건데요?
그때 피아노 학원이 유행이었잖아요. 누구나 다 피아노를 치던 시즌이 있었잖아요? 분명 이해하실 거예요. (웃음) 피아노 아니면 암산, 주산, 속셈학원. 당연히 저도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가요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와 다른 소리가 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클래식이 싫다기보다는 이해가 안 간 거예요. '이걸 배우면 재즈를 칠 수 있기는 한가?' 이렇게. 제가 성격이 급하거든요. 바이엘 칠 때부터 그게 느껴졌어요. 제가 피아노를 빨리 배운 편이에요. 3개월 만에 체르니 30까지 갔어요. - 빨리 간 거 아닌가? (웃음) - 그만두고 싶었어요. 지겨웠거든요. 이게 뭐야? 내가 듣는 가요나 팝과 상관없는 소리를 내가 왜 해야 하나 생각이 들어서 형한테 물어봤어요. '이런 소리는 어떻게 나는 거야? 컴퓨터에서 나는 거야?' 그래서 노래를 틀었는데 그 소리가 아니더라고요. 그때가 4학년 때였어요.
그래서 형이 사운드카드를 바꿔줬어요. 물론 게임 때문에 바꾼 거지만. (웃음) 그런데 비슷한 소리가 나는 거예요. 진짜 재밌는 거예요. 소리들이. 소리를 쫓아갔던 것 같아요. '예쁜 소리를 치고 싶다'. 예를 들면 '에릭 클랩튼의 기타 소리가 있는데 왜 이런 소리는 안 날까?' 생각했는데, '집에 있는 통기타를 내가 쳐야 이 소리가 나는구나' 했죠.
- 집에 통기타가 있었네요.
부모님 거요.
- 부모님이 음악 좋아하셨나 봐요.
네. 통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셨죠. 그 영향이 어떻게 보면 제일 컸죠. 자연스럽게 통기타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피아노도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웃음)
- 피아노 배운 거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것 같죠?
배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배우지 않았다면 다른 생각도 안 하게 되겠죠.
- 부모님은 좀 후회하셨겠어요. 내가 왜 얘한테 피아노를 가르쳤을까 이렇게. (웃음)
그러실지도 모르죠. 하하하. 아니면 기왕이면 좀 더 오래 가둬놓고 아예 피아노 쪽으로 시킬걸. 이렇게.
- 팬들이 영향받은 음반이나 후세에 유산으로 물려줬으면 하는 음악,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꼽아주시기 어렵겠네요. (디시이용자 'atomeunz')
그럼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한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우리나라 뮤지션으로는 항상 많이 말씀드렸는데 윤상 선배님이에요. 계속해서 제게 영감을 주고 계세요. 항상. 음악적으로 제게 가장 좋은 스승님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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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왜 여자팬들보다 남자팬들을 좋아하세요? (디시 이용자 '사랑은사랑', '양갱에흰우유')
잘 놀잖아요.
- 요즘 여자들 얼마나 잘 노는데요.
아니던데. 계속 제 얼굴만 쳐다보던데.
- 어, 이거 자랑인가요?
저는 움직이라고 하는데 계속 쳐다보고… 물론 음악이 신 나면 움직이겠지요.
- 왜 본인만 자꾸 볼까요? (웃음)
내가 쳐다봐서 그러나? (웃음)
- 김사랑에게 남성팬이란? (디시 이용자 '사랑은사랑')
하하하. 더 놀아. 안 뛸래? 이런 거?
- 그런데 요즘엔 사람들이 옛날보다 잘 안 뛰어요.
즐기는 거죠. 가만히 서서 음악 듣는 것도요. 신 나는 걸 꼭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건 웃기잖아요. 클럽 간다고 모든 사람이 다 춤추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에 취해서 음악 들으러 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데 그때 약간 몸이 안 좋았어요. 그럼에도 노래를 열심히 했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도대체 왜 안 좋았던 거지?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래서 물어봤는데, '음악이 정말 신 나면 쳐다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누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느꼈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게 나쁜 게 아니구나'. 하긴, 생각해보니까 정신없이 자기들끼리 놀면 음악에 집중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어요.
- 작곡가로서 고질적인 문제인 자아복제가 있는데, 3집과 EP, 4집 수록곡 중 멜로디가 겹치는 곡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디시이용자 '워워')
어느 부분이죠?
- 모르겠어요. 저는 그런 거 잘 못 느끼거든요.
저도 그래요.
- 자기복제를 극복하려고 하나요? (디시이용자 '워워')
극복하려고 안 하고, 제 것을 오히려 카피하려고 노력했지요. 앨범마다 이어지는 뭔가. 전 앨범에 있었던 소리 이런 것들을 가져다 쓰는 걸 되게 좋아해요. 재밌는 것 같아요.
- 음악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그렇죠. 제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 15년 가까이 활동하셨는데 정규가 4장이니, 죽기 전까지 얼마나 앨범 내실 건가요? (디시 이용자 '별이래여', '랑느님')
10집 이상은 내겠지요.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 하하하.
- 예전 앨범이 지금 판매가 안 되는데, 언제쯤 다시 발매하시나요? (디시 이용자 '이굻랗', 'mudcandy', '럽킴수니', '폭주천사', '진격의 토끼')
그건 제 권한이 아니라서요. 예전 앨범은 제가 제작한 게 아니에요. 요구가 많으면 유통사나 제작사 측에서 알아서 피드백이 와요. 그런데 그만큼 오지 않는다는 거죠. 절판됐다면요.
- 피드백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거죠. 팬들은.
레코드사에 전화하셔도 되고. 음… 그렇죠. 그게 가장 크죠. 제 앨범을 유통했던 레코드사에 문의를 드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게 많아지다 보면 그쪽에서 제게 연락이 오고 협의를 보겠죠? 비용적인 측면이 들어가니까요. 전 제작자분과 협의해야 하는 복잡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원하는 분이 많다면 해야죠.
오랜만에 신곡을 공개하는 무대였는데 어땠나요. 공연 내내 계속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비 오는 걸 엄청 좋아하나 보다.
당연히 첫 무대인데 떨리죠. 사실 그 날 컨디션이 최악이었어요.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전날 미리 가서 숙소에 가서 잤는데 양옆에 함께 간 분들이 코도 골고, 더 시끄럽게 하시더라고요. 후회했죠.(웃음) 비 오는 날씨 좋아해요. 그날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진짜 비가 내리긴 하더라고요. 그때 지산 날씨가 많이 안 좋기도 했고.
.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네. 곡도 춥고, 배고프고, 비올 때 더 잘 써지고, 컨디션도 더 좋더라고요. 햇볕이 ‘쨍쨍’나서 덥고, 습하고, 배가 부른 느낌을 싫어해요. 여름에는 거의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쭉 활동은 여름에만 했네요. 지난 3집 때도 그랬고.
비 오는 거 말고 또 뭘 좋아하나요.
최근에는 바빠서 잘 못했는데 예전에는 컴퓨터 게임도 많이 했어요. 제가 뭘 하나 하면 뿌리를 뽑는 스타일이거든요. 만렙까지.(웃음) 성격 자체가 뭐 하나에 푹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혹시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 마치고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도 봤나요?
아니요. 바로 올라갔어요. 공연이 끝나면 많이 지치고 허해져서요. 멍한 좀비처럼. 그냥 혼자서 막걸리나 술을 먹고 싶은 기분은 들어요. ‘잘했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랑은 좀 안 맞아서 뒤풀이 자리도 잘 안 가고요. 혼자 진정하고 가라앉히고 싶은 기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힘을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더라. 김사랑 씨는 후자인 것 같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맞아요.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고, 내성적이에요. 좁고 깊은 인간관계에서 아마 ‘깊은’도 빼야 할걸요? 만나는 사람만 계속 보는 편이긴 한데 친한 사람들 만나면 또 그렇진 않아요. 편안하게 잘 보죠.
마지막 싱글 ‘굿바이(Goodbye)’ 이후 3년 만이고 정규 앨범으로만 따지면 무려 6년 만에 컴백인데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잘 놀았어요. 앨범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해서 산에도 가고 여기저기 다녔어요. 혼자 캠핑도 하고, 기타도 치고요. 최근에는 앨범 발매부터 갑자기 일정이 휘몰아쳐서 통 못 갔네요.
혼자서 산에 자주 가나요?
네. 좋아해요. 주로 계룡산에 많이 갔어요. 안 그래도 혼자 산에 다닌다니까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며칠씩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잠깐씩만 다녀오는 건데요 뭘. 사람 많은 곳도 싫어하고, 혼자가 더 편해서요. 바다보다는 산을 더 좋아해요.
- 국내 곡 중 듣고 충격적이었거나 신선했던 곡이 있으면 세 곡만 뽑아주세요. (디시 이용자 'T-Rain')
국내 곡 중에서요? 김수철 선배님의 곡인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나요. 일단 윤상 선배님 곡 중 '새벽'이라는 곡이 있어요.
(스마트폰을 검색하더니 형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곡명을 물어본다)
김수철 선배님의 '지친 어깨'라네요. 민망하네요. (웃음)
- 제가 되게 고마운데요.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찾아주셔서. 하하하.
한 곡 더 뽑아야 하죠? '강남스타일'이죠. 요즘에 들었던 곡 중에서는요. '와, 잘 만들었다~' 했어요.
- 그럼 걸그룹 음악은 들으세요?
아… 아니오. 다 잘 몰라요.
- 다른 가수들이 '곡 좀 주세요' 그러진 않아요? (디시 이용자 '김좀비')
가끔 있기는 한데 제가 생각이 없어요.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되물어보는 편이에요. '나도 대중적인 음악이 없는데 나같은 놈에게 곡을 받다니, 얼마나 망하고 싶어서?' (웃음)
- 대중적인 음악이 뭘까요.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 음악인 거죠.
- 취향 사이클은 바뀌잖아요. 그리고 저는 김사랑 씨 음악 대중적이라고 보는데요?
판매량을 보시면 됩니다. (웃음)
- 왜요. 이번 앨범 선판매 순위가 높던데요. (디시 이용자 '별이래여')
저도 깜짝 놀랐어요. 생전 10위권 내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 그만큼 많이 기대했다는 거죠.
그런거 보면 신기해요.
-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김사랑 씨 하면 '나는 열여덟살이다'를 이야기하죠. 그게 너무 무겁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그게 아직도 제가 가진 짐이죠. 제가 그걸 아직도 쇄신하지 못했으니까 사람들이 계속 그걸 기억하는 거죠. 제가 열심히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겠지요.
- 마지막입니다. 함께 늙어가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랑느님')
공연 많이 놀러 와 주시고, 응원, 파트2 기대해 주시고.
- 그런데 오래 기다려야 해요. (웃음)
어쨌든 파트1좀 많이 들어주세요. 하하하. 파트2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나올 테니까 기대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날카로운 외모에 '천재'라는 수식어 때문인지 몰라도 인터뷰에 가기 전 약간은 까칠할 것 같은 가수 김사랑을 예상했다. 인터뷰 진행도 어려울 것 같은 예감도 들었고.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동석한 소속사 관계자에게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어? 뭔가 다른데?'라는 신선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편안한 또래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상쾌함이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친구들에게만 쓸법한 가벼운 단어를 입에 올려 민망하기도 했었으니까. '사람' 김사람이 이런 모습인가 싶어 왠지 기쁘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 그를 짐작한 게 미안하기도 하다. 늘 생각하지만, 타인에 대한 선입견이라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인 게 분명하다.
그는 타인의 그런 좋지 않은 습관에 상처받았다. 스스로 벽을 치고, 사람들을 피했다고 했다. 음악과 자기 자신을 갈등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뮤지션이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갈등했다. 그리고 그 갈등은 괴물같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대중, 바로 우리가 만들어냈다.
김사랑의 선공개곡 'ICU' 뮤직비디오에는 좀비가 등장해 '나는 18살이다'라고 적힌 묘비명을 지우고 '32'라는 숫자를 쓴다. 단순히 나이의 변화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와의 인터뷰 후 이 장면은 내게 왜 그가 그리 긴 시간동안 음반을 준비했는지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되었다. 툴툴거리지 말고 웃어보자는 서른 두살, 천재가 아닌 사람 김사랑이 반갑다.
이런 인터뷰도 있었군요 헠헠
앨범은 이미 구매 완료~
9월에 하는 콘서트 가고 싶다 ㅠㅠ
- 후시딘연고00
- 2013/08/21 PM 08:38
- 김아영
- 2013/08/21 PM 08:41
그래도 배우 김사랑으로 알고 오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ㅠ
- 자유인강산에
- 2013/08/21 PM 08:41
정말 멋진 뮤지션입니다! ㅎ
- 김아영
- 2013/08/21 PM 08:42
- TOKYO JIHEN
- 2013/08/21 PM 08:47
- 김아영
- 2013/08/21 PM 08:49
Feeling 지금 들어도 좋죠. ㅋㅋ
- 럭키스피어
- 2013/08/21 PM 08:58
- 김아영
- 2013/08/21 PM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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