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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느정도 충실한 하루였다고 생각해요2017.07.23 PM 09:32
어느정도 충실한 하루였다고 생각해요. 빵도 구웠고 책도 읽었고 누구랑 얘기도 했네요. 언제는 얘기 안했다는거 아니지만 대화를 얘기하는거에요. 대화. 마지못해 이야기 들어주거나 마지못해 얘기를 나눠주는거 말고요.
아침에 잘 일어났어요. 짜증나는 꿈도 꿨고요. 주변 사람들 대화와 행동에 맞춰주는 굽실거리는 짜증나는 꿈. 싫고 마음에 안들어요. 여기에 쓰기도 싫네요. 그런데 왜 쓰냐고요? 그러게요. 어제 늦게 잤어요. 11시인가 잠든걸로 기억하네요. 뭐 하다 그랬을까요. 오늘 그러지 않으면 돼요. 오늘은 빨리 잘거니까요.
아침에 깨서 정신 못차리다가 트위터 하다가 그러다보니 씻으러 간 시간이 일곱시를 넘어서였어요. 씻고 와서 하루 시작한게 여덟시 정도라고 생각해요. 두시간을 그냥 버린거에요. 잘 했어요. 잘 했네요 정말. 갈수록 다 버리고 포기하고 잘 하고 있어요. 좋은 현상이에요. 아니 정말 그렇다는건 아니에요. 비아냥거리는거에요. 이렇게 지내면 누가 칭찬해줄까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일주일에 오일은 일찍 일어나니 괜찮은걸지도 모르죠.
아침에 깨서 무언가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책을 본 것도 아니고. 트위터는 했던 것 같고요. 제가 여기에 모든 일을 쓸 필요는 없겠죠.
아..생각 났다. 아침에 레시피를 찾아봤어요. 시나몬 롤 레시피를요.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적당하면서 만들기 어렵지 않은 레시피로요. 글로만 있는 레시피가 아니라 그 레시피대로 실제로 만들었던 영상이 있는 레시피. 그래서 레시피를 찾을때는 유투브를 즐겨 찾아요. 거기는 그 레시피대로 한번 만들어는 보니까요. 예전에 글로만 있던 레시피를 두번이나 따라하고 재료를 그대로 전부 버린적이 있거든요. 레시피가 문제는 아니였겠지만.. 그래도 영상이 있는게 안심이 돼요.
레시피를 보고 재료를 전부 늘어놓고 재료가 맞게 있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너무 더웠네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재료 전부 넣고 시간만 지정하고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요. 반죽하고 발효하고 하다보면 빵은 만드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런거에 비해서 식빵이나 바게트같은건 맛이 밋밋학요. 하지만 이번에 만든 계피롤은 너무 맛있었네요. 만드는 시간은 발효시간 합쳐서 세네시간 걸린 것 같지만요. 사먹는게 나아요. 만들어 먹는건 무의미한 행위에요. 가격도 비싸고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그러면 저는 왜 만들까요? 필요하거든요. 하루종일 시간을 버렸다는 얘기 말고 다른 얘기가요. 그러면서 너무 스트레스는 주지 않는 행위로. 이 얘기 어제 하지 않았나? 할 얘기가 없나보네요.
시나몬롤은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주에 다시 만들까 생각중이에요. 재료도 있고 한번 해봤으니 다른거를 넣어서 해도 될거에요. 초코칩이 남았으니 그거를 넣어도 되겠죠. 잘 돼고 맛있어서 꽤 기분 즐거웠어요. 머핀 종이라고 하나요? 거기에 넣고 구우니 갯수도 열두개로 많았고. 재료 다 떨어질때까지 이거나 계속 만들면 어떨까요? 다음주에도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하니 이걸 하는게 나을거에요. 그래도 다른것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이제 그만 포기하죠? 그게 좋을텐데. 다 포기해요 제발. 뭐든 붙잡고 있지 말고. 그게 나을거에요.
시나몬 롤 구우면서 트위터에 올릴때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마음 눌러주는건 좋았어요. 그래서라도 만드는게 낫겠죠. 대체 왜 매일 힘들다는 얘기만 하는걸 보고 있는지 모르겠으니 저런거라도 가끔 올려야 하지 않겠어요? 아니면 싫어할거잖아요. 힘들다는 얘기를 계속 듣고 싶어하는 이상한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빵 다 굽고 더워서 바로 씻었어요. 아무리 비가 온다고 해도 이 날씨에 오븐을 틀면 많이 더워요.
그때즈음에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었어요. 처음에 말했던 얘기를 했다는 사람이요. 정말 오랜만에 말을 주고받는걸 해보네요. 평소라면 그냥 혼자서 말 하거나 다른 사람 얘기에 말 맞춰주거나 그게 다인데, 정말 얘기를 했네요. 이런거에 너무 반색을 표하면 싫어하겠죠. 저에게 말 건거보니 정말 외롭거나 얘기할 사람이 없거나 심심하거나 아무나 필요했거나 이런 이유들 중 하나일거에요. 그래도 오랜만에 얘기 해서 좋았어요. 한시간 반 정도 얘기한 것 같네요. 이 사람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책보거나 울먹거리거나 트위터 하거나 셋 중 하나일텐데. 말 걸어줘서 얘기하니 좋았어요. 선택에도 도움을 준 것 같고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가벼운 선택이니 도움을 줄 수도 있었어서 좋았네요.
얘기 마치고는 책 봤어요. 빗소리 틀어놓고요. 비소리를 틀어놓으니 책이 조금 읽혔어요. 원래는 도저히 안읽혀서 읽다가 말아버리는데 빗소리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니 오히려 책이 읽히네요. 아마 읽힌건 아니겠죠. 그저 더 안읽으면서 읽혔다고 착각한걸지도 몰라요. 그냥 글자를 쳐다보는거를 조금 더 잘하겐 된 것 뿐이니까요. 다음에는 빗소리를 작게 해야겠네요. 어쨋든 빗소리 틀어놓으니 한시간 조금 넘게 책 읽은건 잘 한거에요. 정말로 오랜만에 읽었네요.
하지만 어차피 아무것도 안하게 되면 또 불안해지겠죠. 그러다 울먹거리고 울고. 이렇게 오래 지낼 수는 없어요. 얼마 안남았어요. 구월만 되면돼요.
내일 별로 가고 싶지 않네요. 언제는 가고 싶은건 아니였지만 내일은 특히 그래요. 직장에서 좋은 일이 없었거든요. 항상 그래요. 이번에는 특히 그렇고요. 그러니 가고 싶을리가 없죠. 그냥 기계처럼 계약대로만 이루어지면 좋을텐데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걸까요? 그렇게 안되네요. 아..아홉시 삼십분이에요. 아홉시 삼십분에 그대로 잠들어버리면 여덟시간을 잘텐데. 지금이 삼십분이니 그렇게는 안되겠어요. 내일은 뭘로 슬플까요. 정말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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