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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진격의 거인 (넷플릭스)2025.06.12 PM 01:38
* 스포일러 주의
* 두서없는 문장과 단어의 나열 주의
* 애니메이션 포스터는 딱히 쓸만한게 없어서, 부득이하게 영화 포스터로 대체
‘진격의 거인’을 보며 떠오른 것은 영화와 책, 그리고 역사 속 장면들이었다.
<유전> (2018, 아리 에스터)은 지울 수 없는 혈통의 올가미를,
<퓨리> (2017, 데이비드 에이어)는 전쟁 속에서 적이라면 아기조차 죽여야 하는 비정함을,
<시빌 워> (2016, 루소 형제)는 일을 꾸미는 자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쉰들러 리스트> (1994, 스티븐 스필버그)는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처럼 꺼지지 않는 생의 의지를 떠올리게 했다.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묻는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말하고 사유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인간다운것임을 말한다. 같은 저자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악의 평범성을 다룬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 마틴 셔윈)는 무기의 발명이 인류를 하나로 묶는가, 혹은 끝내 갈라놓는가를 묻는다.
히틀러, 괴벨스, 아이히만, 루돌프 회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파시즘과 시오니즘.
아파르트헤이트, 디아스포라, 블러드 다이아몬드, 생물 절멸 작전.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소년병, 분단과 군정, 강제조약들.
이 모든 사건과 인물, 사상과 비극이 ‘진격의 거인’ 속에 겹쳐 보였다.
서로 다른 목표, 서로 다른 이념, 서로 다른 얼굴.
그러나 결국은 같은 하늘 아래에 서 있는 인간들이었다.
전진하라, 목표를 향한 계단은 동료들의 시신으로 만들어져있다. 계단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숨결이 스러져갔는가. 그 계단을 밟고 올라서서 계속 전진하라.
먼저 간 자의 염원과 살아남은 자의 염원이 언젠가 닿을 수 있을까.
바쳐진 심장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자유는 어디로 날아가야 하는 걸까.
그리고 살아남은 자는,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시즌 1, 2까지는 지루했다. "도대체 그 지하실에는 언제 가는 거야?"라는 불만만 남았다.
시즌 3에 이르러서야 이야기가 조금 살아나고 볼만해졌다.
그런데 파이널 시즌에서는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이야기가 완전 전복되어서 흘러갔다.
회차가 쌓일수록 분열과 불안은 가중되었고, 마지막 몇 화를 남겨두었을 때는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시청 후 숙면을 취하기조차 힘들었다.
날 가장 미치게 만든 건, 결국 파라디 섬이 군부독재국가가 되었다는 결말이다.
지크를 막는 이는 리바이다. 무력은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록과 옐레나는 다르다. 그들은 허구로 끝나지 않는다. 실재하는 선동가와 광신도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똑같이 존재한다.
선동과 광신은 무력으로 막을 수 없다. 그들을 멈추게 하는 것은 오직 개인의 이성과 신념이다. 어둠에 삼켜지지 않으려면, 각자가 신념을 지키고 스스로 마음속의 빛을 밝혀야한다.
‘진격의 거인’은 지독한 현재진행형이다.
인류 역사의 오점과 고통을 집약해 놓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청소년 시절에 보았다면 즐기고 말았을텐데, 지금은 그렇게 볼 수 없다.
단순히 ‘좋아한다’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너무나 괴로운 작품이다.
만화를 만화로 보기엔, 내가 너무 나이를 먹었나 보다.
아니면 이 이야기는, 애초에 만화로 끝날 수 없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 트위스터2k
- 2025/06/12 PM 01:52

- 炎星[옌싱]
- 2025/06/12 PM 04:08

- ffotagu
- 2025/06/12 PM 05:33
일본판->국내유통->넷플릭스 이단계가 칼질이 유독많음.

- 츄푸덕♬♪
- 2025/06/12 PM 05:35
왜 비추인지 이유까지 설명해주셨다면 좋았을텐데요.

- ffotagu
- 2025/06/12 PM 06:06
근데 그거 다 따지면 블루레이구매하는거ㅜ아니면 불법으로 보란 이야기임. 라프텔이 좀 덜하긴해도 그것도 아느정도 검열있고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윗댓글에 진격거 정도는 괜찮다 표현한겁니다. 타 직품이지만 검열심해서 보는 맛자체를 망친 도망잘치는 도련님 같은건 도저히 못보겠어요.
- 숙식이아빠
- 2025/06/12 PM 05:20

- 츄푸덕♬♪
- 2025/06/12 PM 0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