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동/슬픔] 오늘도 잔잔한 감동 이야기 2013.12.19 AM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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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집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저녁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눈송이들은 풍금소리가 되어
사람들 마음속으로 쌓이고

세상의 저녁은 평화로왔습니다.

난로 위에선 가쁜 숨을 토하며 보리차가 끓고 있고,

처마 밑 고드름은 팔을 길게 늘어뜨려 바람에 몸을 씻고 있었습니다.



식당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 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철이 주문을 받기 위해 아이들 쪽으로 가자

여자 아이가 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뭐 시킬까?"

"자장면."

"나도!"

여자 아이가 영철에게 힘없이 말했습니다.


"아저씨. 자장면 두개 주세요."


영철은 주방에 있는 아내 영선에게 음식을 주문한 후

난로옆에 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소곤소곤 들려왔습니다.



"언니는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봐. 아무 것도 못 먹겠어."



일곱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습니다.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가 아파서 못먹어.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맛있게 먹어."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저녁도 먹고."



여동생이 건너편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고 있는
또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영선이 주방에서 급히 나왔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영선은 아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영선의 갑작스런 물음에 여자 아이는 어리둥절하였습니다.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개나리 같이 노란 얼굴만 서로 바라볼 뿐 아이들은 말이 없었습니다.

"한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 사니?"

그녀는 얼마나 반가운지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어루 만졌습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옛날엔 걸음마도 잘 못하더니."


그제야 기억이 난다는 듯
굳어있던 아이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습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흐믓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릇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체한것 같다던 여자아이도 자장면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잠시후 여자 아이가 영선에게 꾸벅 인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차 조심하고.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영선은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이 저만큼 걸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키를 키워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철이 영선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 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을 것 같고 해서...."


"그랬군.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애들인 줄 알았지."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그래서 특별히 자장면 먹으러 왔나본데,

저 먹고 싶은 것 참고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에 책에서 이 이야기를 읽고 눈시울이 붉어져서
도서관에서 한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우리는 이런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얼마나 품고 살아가는지.


댓글 : 6 개
따땃하다...
글에는 동생이 누나보고 인혜라고 부른적이 없는데..-,.-;
이런것만 찾고 있다니...;ㅁ;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눌때 서로 이름을 불렀다는게 생략되있는거죠
그랬을거라 생각은 되지만 보통 대화할때 형제끼린 이름을 부르진 않으니까...
누나는 동생이름을 불렀겠지만. 동생들은 언니,누나라 했을거고 ...아...그만 -,.-ㅋ
아그런가요? 저희는 @@누나~ 응 @@야 해서.. ㅋㅋ
우동 한그릇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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