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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냉전시절 미군의 핵관련 사고사례2015.01.18 PM 12:01
어쩌다 핵무기에 관한 글을 연속으로 쓰게 되는군요. 13일자 연합뉴스는 지난 2001년 이후 미 공군에서 발생한 핵무기 취급 부주의 사례가 무려 237건에 달했다는 소식을 미국 특파원발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얼추 계산해보면 한 해 평균 33.85건이군요. 적어도 미 공군에서는 열흘에 한 번꼴로 핵에 관련된 사고 사례가 있었던 셈입니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핵무기인데 설마 허술하게 관리했겠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다음에 소개하는 핵무기 사고에 관련된 미 국방부의 분류 기준을 보면 그런 생각을 달라지실 겁니다.
Nukeflash(누크플래시) -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고, 우연히 발생한 미국 또는 우방 국가의 핵폭발 사고
Broken Arrow(브로큰 애로우) -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사고, 우연히 발생한 미국 또는 우방 국가의 핵무기 폭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사고(핵무기 화재, 도난, 노획, 분실, 방사능 오염 등)
Empty Quiver(엠티 퀴버) - 핵무기를 적대세력에게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상태
Bent Spear(벤트 스피어) - 위에 언급한 사고들을 제외한 중요한 수준의 사고
Dull Sword(덜 스워드) - 위의 사례보다 덜 중요한 수준의 사고
Faded Giant(페이디드 자이언트) - 핵추진 잠수함 등 해군 소속 장비에 탑재된 원자로나 기타 원자력 에너지 장치의 사고
도내체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일어났으면 이렇게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누크크래시’ 수준의 사고는 없었지만, ‘브로큰 애로우’ 수준의 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고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먼저 1956년 3월 10일 일어났던, B-47 ‘스트라토 제트’ 폭격기의 실종 사건입니다. 핵무기 2개 분량의 코어를 싣고 플로리다의 ‘맥딜’ 기지를 이륙한 폭격기가 지중해 어딘가에서 실종되고 말았죠. 공중과 해상에서 집중적인 수색이 이루어졌지만, 승무원과 기체, 핵물질은 모두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미 공군은 지중해 해상 어딘가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사건을 종결합니다.
1958년 2월 5일, 모의전투 임무 수행을 위해 플로리다州 ‘홈스테드’ 공군기지를 떠난 B-47 폭격기가 조지아주 사바나 근처 상공에서 F-86 전투기와 공중 충돌 합니다. 당시 폭격기에는 Mk.15 수소폭탄이 장착되어 있었고, 탑재된 수폭의 고폭탄이 폭발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수소폭탄을 사바나 강에 투하합니다. 이후 잠수부와 음파탐지기를 동원한 9주일간의 집중수색에도 불구하고 강에 투하된 수소폭탄을 찾지 못했습니다.
1961년 1월 24일에는 노스 캐롤라이나州에서 최악의 핵 사고가 발생하죠. 냉전 기간 내내 미 공군은 언제 있을지 모를 소련의 핵공격에 즉각 보복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수소폭탄을 장착한 폭격기들을 상공에 띄워 놓았습니다. 이것을 ‘공중 비상 대기’ 체제라고 하는데, 이 날 사고는 바로 이 임무를 위해 노스 캐롤라이나주 골즈버러 시 인근 3천 미터 상공을 순항 비행 중이던 B-52 폭격기의 날개에서 항공유가 유출되면서 폭발을 일으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폭격기는 바로 추락했고, 폭탄창에 싣고 있던 24메가톤급 수소폭탄 2개도 지상에 떨어집니다. 1개의 폭탄은 감속 낙하산이 작동하면서 지면에 안착했으나, 다른 폭탄이 그대로 지면에 충돌합니다. 다행히 핵폭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수소폭탄을 수거하던 조사팀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기에 실려 있던 Mk.39형 수소폭탄에는 우발적인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안전 장치 6개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이 중에 5개가 파괴되어 제 구실을 못했고, 단 하나 남은 스위치가 수소폭탄의 폭발 참사를 막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또 분해된 이 폭탄의 기폭용 플로토늄은 발견했지만, 고농축 우라늄으로 이루어진 수폭핵물질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미군은 사고 이후 폭탄이 떨어진 주변지역의 땅을 매입해 지금까지 면밀한 감시를 펼치고 있습니다.
1962년 6월 4일, 미 공군은 태평양 존스턴 환초에서 고공 핵폭발 실험을 위해 미국 최초의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인 '토르'(Thor) 로켓에 핵탄두를 실어 발사했습니다. 불꽃을 내뿜으며 솟아 오르던 로켓이 이상이 감지되었고, 고장을 일으킨 로켓을 통제센터에서 원격조종으로 자폭시켰으나 바다로 떨어진 핵탄두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더 기가막힌 것은, 사고 보름 뒤인 6월 20일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실험을 위해 발사된 로켓이 또 고장을 일으켰으며, 같은 과정을 통해 바다로 떨어진 두 번째 핵탄두 역시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죠.
1966년 1월 17일에는 핵무기관련 사고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이 발생합니다. 오전 10시 20분,스페인 ‘팔로메어’ 상공, 4기의 B-28 수소폭탄(이 폭탄 하나하나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약 100배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을 탑재하고 공중 초계중이던 B-52 폭격기가 공중 급유를 받기 위해 KC-135급유기에 접근합니다. 이 때 급유기에서 내려오던 급유관 노즐이 B-52폭격기의 동체를 강타했고, 이 충격으로 폭격기는 추락합니다. 급유기 역시 급유관에 가득 차 있던 제트유에 불이 붙으면서 공중폭발, 승무원 4명 전원이 사망합니다. (모두 7명이 타고 있던 B-52 폭격기 승무원들 중 3명 사망) 파괴된 두 비행기의 파편이 260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흩어졌고, 탑재된 4기의 수소폭탄 중 2기의 폭탄이 지상에 충돌하면서 고폭탄 폭발을 일으켜 인근 지역에 저준위 방사능이 대량으로 뿌려 집니다. 1기의 수소폭탄만이 경미한 손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고, 마지막 1기는 지중해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었죠. 이후 80일간에 걸쳐 33척의 미 해군 함정이 동원되어 수색작업이 펼쳐집니다. 다행히도 3월 17일, 심해 잠수정이 마지막 폭탄을 발견했고 잠수함 구난함 USS '페트렐‘이 인양에 성공합니다. 수소폭탄이 폭발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넓은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미국은 오염지역의 흙과 식물 등 모두 수천 톤을 퍼서 미국으로 실어와 폐기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지역에서는 잔류 방사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의 경우도 여러 차례 심각한 핵관련 사고를 일으켰는데, 1965년 12월 5일 일본 류큐 제도 서남방 110km 해상, 베트남에서 일본 요코스카로 이동 중이던 미 해군 항모 USS ‘타이콘데로가’ 비행갑판에서 B-43 수소폭탄을 탑재하고 있던 A-4E 스카이호크 공격기가 바다로 떨어집니다. 추락지점은 수심이 4천8백 미터에 이르는 심해로 수소폭탄과 기체는 회수되지 못했습니다.
핵을 동력원으로 하는 함정들의 사고도 끊이지 않았죠. 1968년 5월 21일, 스킵잭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USS ‘스콜피온’이 원인불명의 사고로 포르투갈 아조레스 군도 남서쪽에서 침몰합니다. 탑재하고 있던 어뢰의 폭발로 추정되는 이 사고로 잠수함은 두 동강이 난 채 바다 밑 깊숙한 곳에 가라앉았고, 승조원 99명 전원이 사망합니다. 심해 3천m 해저에 가라 앉은 ‘스콜피온’의 원자로와 핵 어뢰들은 지금까지도 회수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녹슬어 가고 있습니다.
굵직한 사고만도 이 정도인데, 이 보다 경미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고를 포함하면 정말 세계는 핵폭발의 살얼음판을 위태롭게 걸어 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 소련의 경우도 과거 그들 체제의 특성상 알려진 사고보다 은폐된 사고가 더 많으리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구 소련의 핵관련 사고는 다음 기회에 다루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핵시대에 들어선 이래 얼마나 많은 핵무기들이 실종되었을까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 (www.globalsecurity.org)에 따르면 세계의 바다 속에는 50개 이상의 핵탄두들과 적어도 26기 이상의 원자로가 가라 앉아 있다고 하는군요.
다음은 연합뉴스 보도의 전문입니다.
"얼빠진 美공군"..2001년後 핵무기 취급부주의 237건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 2001년 이후 작년 9월27일까지 미 공군이 핵무기를 다루면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례가 무려 237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미국에선 작년 8월말 장거리 폭격기인 B-52기가 36시간 동안 핵무기를 장착한 줄도 모르고 북부 노스 다코타주의 마이넛기지에서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바크스데일기지까지 본토를 종단 비행해 핵무기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에서 핵 관련정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는 이날 미 공군 공중전투사령부(ACC)에 핵무기 취급부주의 사례, 이른바 `덜 소드(Dull Sword.무딘 칼)'에 대한 자료공개를 요청한 결과 지난 2001년 이후 작년 9월27일까지 모두 237건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덜 소드'는 핵무기 관련 사고를 일컫는 용어 가운데 하나로, 사고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사고에 이를 수 있었던 안전부족(safety deficiency) 사례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눅플래쉬(Nucflash.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핵무기 사고)', `브로큰 애로우(Broken Arrow. 엄청난 영향이 예상되지만 전쟁까지 이르지는 않을 정도의 핵무기 사고)', `벤트 스피어(Bent Spear. 핵무기가 관련된 큰 사고)' 등보다 낮은 단계다.
따라서 미국에선 10일에 한 번꼴로 자칫하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핵무기 취급부주의 사건이 발생했던 셈으로, 미 공군의 안전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 ACC에선 지난 2001년의 경우 단 한 건, 2002년엔 5건의 `덜 소드'가 발생했지만 2006년엔 무려 63건이나 발생했다. 또 가장 많은 `덜 소드'가 발생한 부대는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 폭격기를 운용하는 제509 폭격비행단으로 전체 237건 가운데 111건을 차지했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애초 ACC측에 ACC가 미 전략항공사령부(SAC)로부터 핵무기 관련 업무를 넘겨 받은 지난 1992년 6월 이후 사고로 이어질 뻔한 핵무기 취급부주의 사례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ACC는 1992년 6월부터 2000년 연말까지의 사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며 핵무기 취급부주의 사례가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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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시절을 지냈는지는 우리 후손들이 이야길 해주겠지...
우린 이 공포에 너무도 익숙해져있는 세대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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