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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이야기] 다시 적습니다. 얼마 전 겪은 충격적인 일...2021.02.09 AM 04:33
얼마 안 된 이야기입니다.
개인/ 가정사가 참 복잡했던 직장 동료가 있었어요.
특히 돈 문제로 와이프와 잦은 다툼이 있었는데 볼 때마다 부모님 포함, 의지할 곳 없어 보이는 이 친구가 참 안쓰러웠죠.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딱히 취미 생활도 없던 사람이라 '대체 뭘로 스트레스 풀어요?' 라고 물으면 그냥'가끔 토토나 하는거죠. 뭐.ㅎㅎ' 라고 대답했습니다.
* 토토란, 스포츠 경기 결과 맞춰서 소액으로 하는 합법적인 복권 같은 것.
최근 행복 주택에 당첨됐다며 '영끌'해서 전세금 냈다고 좋아하길래 '이제 숨통 좀 트이셨겠네.ㅎㅎ'라며 축하해줬는데, 와이프와 다툼은 여전했고…,;; 뭐 아무튼 안타까운 친구였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군말없이 빌려줬고, 제때제때 잘 갚았죠.
그러다 얼마 전, 또 돈을 빌려달라고 카톡이 왔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사채를 썼는데, 지금 계속 협박당하고 있다고. 이자라도 내서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5만 원만 빌려달라더군요.
사채 이자가 5만원일리가 없죠.; 그냥 핑계겠거니 군말없이 빌려줬습니다. 돈 빌려간 날 이후로 이틀 간 휴무라 푹 쉬고 출근했는데, 제가 돈 빌려준 날, 자살했다더군요. 오늘 발인이라고.
하루 종일 대공황 상태였습니다.
가족, 와이프 관계도 개차반이라 의지할 곳 없던 그 친구가 외롭게 간 사실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십원 한 푼없던 그 친구가 여러 군데 손을 내밀었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오직 저 한 명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도와주려고 빌려준 돈이 그 결심을 실행하는데 쓰였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뒤집어졌죠.
지금도 내가 만약 그때 돈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살아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분 탓인지 요즘 자살 뉴스가 유독 많이 보이는데 받아들이는 감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네요. 이젠 괜찮다 싶으면서도 이런 뉴스를 보면 다시 뭔가 이상한 감정이 머릿 속을 요동칩니다.
사랑하는 루리웹 유저분들, 절대 도박 및 사채는 하지 마세요.
소액이라도요. 전 도박은 1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 친구가 말한 '토토'가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 정도로 생각했는데 들은 바에 따르면 불법 사설 업체였다네요. 소액만 하다 한 순간 감정 변화로 큰 돈을 거는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이런 결말을 만들었습니다.
전 이번 일로 다신 금전거래는 하지 않을 결심을 했습니다.
저도 10여년 전엔 돈도 빌려보고 지금까지 많이 빌려도 줘봤지만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1도 없었을 뿐더러, 이젠 조금 무섭기까지 합니다.
…. 정신 몽롱해지는 새벽에 또 누군가의 자살 기사를 보고, 괜스레 카톡에 있는 그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어내려가니…, 그냥 조금 끄적이고 싶어 몇 자 적어보네요.
한번 삭제 했다가 제 글을 보시고 한 분이라도 깨닫는 분이 계시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 올려봅니다.
- 루리웹-123993450
- 2021/02/09 AM 04:53
- 니나가라군대
- 2021/02/09 AM 04:56
생각보다 사람이란게 도박에 쉽게 취해서 중독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돈 꼴아 박고 있는게 도박이니
요즘 주식이으로 많이 쏠려서 주식주식 하는대 주식도 머리 잘굴려야 내돈되는거지 실상 도박이랑 다를것도 없어서 조심 또 조심해야하죠.
- 라그라디아
- 2021/02/09 AM 05:32
좀 무서웠어요. 남의돈 단돈 몇십만원 빚져도 저는 갚아야된다는게 부담되던데
몇천 몇억 빚져도 다시 한 번만 이러면서 도박하러 간다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뭔가 다른 종류의 사람 같았습니다.
- hampam
- 2021/02/09 AM 05:54
저는 글쓴이분이 걱정되는군요.
누군가의 죽음은 생각보다 영향이 큽니다. 상담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충격이라 할지라도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다면 하면서, 감정을 받아들이고 흘려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소원이 모두가 다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건데 참 이런 일들이 가깝던 멀리서든 보게 되면 참 속상하네요. 생명은 다 소중한데 말입니다.
- 포카칩에볼루션
- 2021/02/09 AM 06:52
맛있는거 드시고 가셨음 그나마 좋으련만
복권 사셨을거 같네요 안타깝네요
- 불로초십장생
- 2021/02/09 AM 06:53
- Routebreaker
- 2021/02/09 AM 07:56
- superpigfly
- 2021/02/09 AM 08:45
- Ezrit
- 2021/02/09 AM 09:02
5만원 빌려줘서 자살한게 아니라 그 분이 여기저기 다 부탁했는데도 5만원 밖에 못 모을만큼 사람관계가 깨졌기에 자살로 이어진 겁니다. 오히려 5만원이라도 빌려준 사람이 주인장님 말고도 몇 분 더 있었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주인장님 같은 주변 사람이 더 없었기에 그렇게 된거지, 주인장님이 그런 사람이라 그렇게 된게 아닙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주인장님이 5만원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본인 도와줄 사람이 1명도 없었다는 현실에 더욱 비참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했을 겁니다. 그리고 주인장님은 '내가 그 때 5만원 빌려줬더라면...'이라고 지금부터 수 백 배는 더 무거운 자책감을 안았을 겁니다.
주인장님은 오히려 할만큼 다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게 맞다고 봐요.
물론 마지막 언급 처럼 사람끼리의 금전 거래는 아예 시작조차 안 하는게 최고입니다.
명언이 있죠. '빌릴 때는 네 돈, 갚을 때는 내 돈."
- 파피프페포
- 2021/02/09 AM 09:15
주인장님도 힘드시겠네요
- 짹짹쨲
- 2021/02/09 AM 10:00
- 회원번호-22222
- 2021/02/09 AM 10:22
절대로 아닐거니까 혹시라도 자책하진 않으셨음 합니다
- 물고기한마리
- 2021/02/09 AM 10:28
자책 안하셨으면 좋겠네요.
- 驕慢[교만]의 墮天使
- 2021/02/09 AM 10:30
사람일 이라는게 한순간이라....
너무 안타깝네요.
부다 좋은데 가셨길 바랍니다.
- 에이다웡
- 2021/02/09 PM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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