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동사서독의 패러렐월드 [동성서취]2011.06.20 PM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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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필름을 많이 쓰고 영화를 오래 찍는 것으로 유명한 왕가위 <동사서독>을 만들 때도 역시 끝없이 제작기간이 길어져 2년을 훌쩍 넘겨 버린다. 영화의 공동제작을 맡은 절친 유진위가 오죽했으면 왕가위의 애완용 금붕어를 변기에 쏟으려고 까지 하며 협박을 했겠는가.

결국 <동사서독>의 제작기간이 길어지자 배우들의 이탈을 막고(왕조현은 결국 스케쥴 문제로 하차하고 그 자리에 양채니가 들어간다)
제작비 회수를 위해 같은 배우 같은 스테프로 한달만에 명절용 영화 <동성서취>를 완성시킨다.

박스오피스 결과는 <동사서독>은 폭삭 망하고 <동성서취>는 그럭저럭 선방은 했다.

<동사서독> 을 만들면서 받았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동사서독> 을 만드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를 <동성서취> 에서 작정하고 푸는 듯 보인다. 일단 배역부터 <동사서독>을 전면으로 부인하며 다 뒤 섞어 버린다.

장국영은 <동사서독>에서는 서독(구양봉) 역할을 하지만, <동성서취>에서는 반대로 동사(황약사)를 하고 있으며, 양가휘가 <동사서독>에서는 동사를 하지만 <동성서취>에서는 남제(단황야)로 나오고. 양조위가 <동성서취>에서 서독(구양봉)을 하고 있다. 장학우만 양쪽에서 개방방주 홍칠공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모두 틀린 역할이다.


-배역과 분위기부터 극과극의 패러렐월드-





마치 쇼브라더스 영화처럼 가상의 공간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세트와 야외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뮤지컬 코미디 게이 로맨스 활극' 은 뻔뻔할 뿐 아니라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개그의 집대성이다. 악연으로 만난 홍칠 (장학우) 과 구양봉이 옥신각신하는 길고 긴 소동 추레한 몰골로 변한 구양봉과 홍칠이 황약사의 사매 (왕조현) 를 위해 듀엣으로 부르는 눈물겨운 사랑의 세레나데, 신선이 되려다 만 단황야의 머리가 축구공이 되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양새나 모여라 꿈동산식의 탈을 뒤집어 쓴 괴물과 구양봉이 사이좋게 동거를 하는 결말은 제 정신이 아닌 채로 봐야 더욱 재미가 있다. 감독 유진위는 이것으로도 모자랐던지 2년 후에 주성치와 함께 만든 <서유기 선리기연> 과 <서유기 월광보합> 에서도 <동사서독> 은 물론 왕가위 영화들을 패러디 한다.

-서유기의 only you의 원조격인 love song-




<동성서취> 는 흔한 말로 희대의 괴작이다. 일급 배우들과 장인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무모한 용기는 전통적으로 이런 식의 코미디가 홍콩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스타만으로 영화를 뚝딱 만들어 내다 파는 홍콩영화만의 특이한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동성서취> 를 보고 역시 홍콩영화가 다 그렇지, 혀를 차며 극도로 혐오할 테지만 그게 홍콩 영화의 매력 중 하나 아니겠는가

자신의 <서유쌍기>를 리메이크한 유진위는 <동성서취>의 리메이크 계획을 얼마전 발표했다.
댓글 : 3 개
마지막 문단보고 느끼는건데.
스트리트 파이팅이 아직 우리집에 vhs로 가지고 있네요....
그래도 이런 괴작들은 생각날때마다 보게됨.ㅋㅋㅋㅋㅋ
뭔내용인지 모르겠네요

영웅문인데 설정만 따온건가요?
임청하와 왕조현 양가휘의 망가진 모습이 기억에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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