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한 잡담] 개인개발의 장단점2017.06.09 AM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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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직은 배고프지 않구나?"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게임 아닌 다른 직업군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가시가 돋힌듯 들리기도 하지만, 조금 부럽다 라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굶지는 않지만, 매출이 없으니 걱정이 끊이지는 않지요.

허생전의 허생처럼 큰 뜻이 있거나 능력이 있어서 방안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의 걱정을 껴안고 일을 하고 있답니다.

 

가장 큰 걱정이 매출, 수입 부분인데요.

그 걱정이 해결된다고 가정한다면? 개인개발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개발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장점

 

- 배움의 기회

 

. 프로그래밍

공부하면서 꾸역꾸역 개발해왔더니 코딩 스킬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구현할 피쳐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네요. 처음에는 "내가 구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등과 같은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리고 개발 방법론과 개발자 문화에 대한 책도 읽으며 조금씩 공부했는데요.

추후에 더욱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 싶습니다.

 

. 그래픽

첫 게임은 그래픽을 외주 작업으로 진행했는데요. 비용도 부담이었고 제가 그래픽 비전문가이다보니 외주관리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기획을 통해 그래픽 작업의 양과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전향했고요. 스스로 포토샵과 벡터 그래픽을 공부하며 그려오고 있습니다.

그래픽을 직접 작업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수정 작업 요청에 대한 미안함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D

회사에서 일할때에는 기획, 관리하면서 부득이하게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프로그래밍팀보다 그래픽 디자인팀에 수정 요청을 할 때 미안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특히 UI 작업 같은 경우는 수정 요청 량도 많고 뒤엎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뭐 사실 조삼모사식으로 그 수정작업을 제가 다 하고있다는게 현실이긴 합니다만... ㅠㅠ

 

그리고 최근에 배운 것인데요.

그래픽 공부를 하려고 "디자인" 관련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게임 기획에 큰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용하는 방법, 훈련하는 방식, 시각을 다르게 보는 등의 내용이 이에 해당합니다.

서양에서는 게임 기획자를 Game Designer라고 부른다는데요. 이제는 충분히 납득이 된다고나 할까요?

기획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에 따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 경영, 디렉팅

회사 다니면서 경영자에 대한 불만이 참 많았었죠.

게임을 만들었는데 왜 마케팅(광고) 집행을 안해주나. 왜 야근하라고 생떼를 부리시나. 어디서 이런 낙하산들을 찾아와서 꽂아놓으시는지.

지금 와서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이었구나 납득은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사장(고용인)이고 자신이 개발자(피고용인)인 생활을 하다보니,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고 18시간 내내 계속 채찍질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거든요.

마치 도박에 빠져드는 것 처럼, 조금만 더 잘 만들면 엄청난 대박 결과가 나올거 같은 생각에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채찍질을... 음음.

 

기획과 디렉팅(감독)하는 관점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피쳐들이 있으면 어떻게든지 붙여넣어서 프로젝트의 몸집을 불리기만 했었거든요.

지금은 돈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니 어떻게든지 자르고 줄여서 최소한의 핵심 재미만 남겨야 하는 상황이지요.

처음 1년간은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 많이 적응이 되었고요.

자르고 줄이려고 고민하다보니 점차 기획의 근본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사용자들의 입장도 더욱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 독립, 자유

경영진이나 투자자들로부터 간섭받을 일이 없으니 원하는 것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것.

창작자 입장에서 받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규모나 품질은 기존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만 ㅠㅠ)

 

 

단점

 

- 너무나 많은 작업 분야

장점으로 적었던 것들이 단점에도 나오네요.

회사 다닐 때에는 기획이나 관리 업무만 잘하면 됐었는데요. 지금은 프로그래밍도 배우면서 작업하고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도 뛰어들어 열심히 삽질하고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난 뒤부터는 꾸준히 세무나 경영 이슈에도 시간을 쏟고 있고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정도의 천재가 되면 모를까.

일반인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업무삼아 진행하니 필연적으로 속도는 느리고 퀄리티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매출이 많이 나서 3~5인 팀을 이루는 것이 저의 간절한 꿈입니다.

 

- 제작상의 제약

인력, 시간, 금액의 제약으로 인해 게임 결과물의 규모(볼륨)와 품질(퀄리티)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이런 재미도 저런 재미도 다 떠올리는데요. 개발 이전 단계에서부터 많이 추리게 됩니다.

아니 기획 초기 이전에 장르 선정부터 고를 수 있는 패가 정해지네요. (저 같은 경우 카드/보드류, 퀴즈, 퍼즐, 아동, 교육 분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개발자중에서도 굇수님들이 계셔서 회사 제작 수준의 게임을 출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 작은 매출

게임의 볼륨과 퀄리티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보니, 큰 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졌습니다.

게임 볼륨이 많아서 플레이타임이 길어져야 인앱 결제가 많이 발생할텐데요.

치밀한 기획과 효율적인 리소스 투입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인개발한 게임들을 여러 개 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네요.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게 광고 수익인데요.

광고 수익을 내려면 첫째 엄청나게 많은 다운로드수, 둘째 어느정도의 플레이타임 보장(반복 플레이라도 상관 없음), 셋째 광고 유도 포인트

이 세가지 정도는 만족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와 셋째가 되더라도 첫째 조건이 안되면 광고 매출은 미미하더라구요.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다운로드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 여기서부터 달걀과 닭의 문제로 빠져드네요. 제작상의 제약으로 인해 게임의 볼륨과 퀄리티는...


- 자기만의 세계라는 감옥

어찌보면 개인개발에 있어 가장 무섭고 힘든 점입니다.

경영진과 투자자들로부터 독립과 자유를 얻었으나, 현실 공간을 기준으로 보자면 무인도에 갇힌 셈입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톰 행크스가 윌슨과 얘기하는 장면을 다시 본다면 웃음이 아니라 울음이 날지도 모릅니다)

 

일단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불편함과 답답함이 먼저 찾아오고요.

이것은 친구나 전 직장 동료분, 가족들과 함께하며 아쉬웁게나마 해결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에 대해서는 내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여전히 답답하고,

대화와 회의를 통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데 - 하는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이건 대박이야" 라고 자기 쇄뇌를 하며 깊은 우물을 파는 자신의 모습도 자주 나타났고, 말려줄 사람이 없어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성공하면 혼자 다 먹을수 있겠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오롯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감도 크지요.


 


 

단점도 있지만 개인개발의 장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기에,

게임개발자라면 담당한 분야와 상관 없이 개인개발을 경험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돈을 못 벌더라도, 이 때 경험한 것들이 회사에 돌아가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거든요. ;D

댓글 : 16 개
혼자하면 외롭다는게 제일 큰 문제 같아요
사람에 따라서 그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마주하게되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1인개발을 꿈꿨었는데 참고가 되었네요 ~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D
배움의 기회는 1인 개발이 아니더라도 가능하지 않나요?

저는 퇴근 후 따로 내 작업을 하면서 공부를 하곤 했거든요
퇴근 후에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큰 경험이 되고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저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자신이 만든 결과물로 서비스를 했더니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구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모바일 게임을 스토어에 올리기 위한 사업자 등록은 가능합니다. 불법도 아니고요. (사규로 금지하는 회사도 있긴 할 듯)
개발하고 서비스까지 다 해보면서, 자기가 담당했던 분야 외의 다른 작업들도 경험해 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었습니다. :D
제일 이득이 되는게 경영쪽 아니던가요?...
프리랜서 하는분을 알고 있는데 보통 프리랜서 하면 세금 피할려고 혼자 단독으로 하는 부업개념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분은 아예 오피스텔에 사무실 차리고 법인내서 프리랜서함...다 혼자하면서 배운거라고 세금정산부터 거의다 혼자 득도한거라고 말씀하시던데...그냥 자영업 하는 느낌이라고 말함...
프리랜서쪽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네요. 프리랜서 하시는 분들 중에, 사업자를 등록하신 분도 계시고 안한분도 계시더라구요.
사무실 차리고 법인까지 낼 정도면 아마 매출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부럽네요 ㅎㅎ)

저도 개인사업자 내면서 창업이나 세금 관련한 책도 많이 보고 검색도 많이 해왔습니다.
운좋게 아는 분 소개받아서 세무사 형님을 알게되어 무료 상담 도움도 받았고요.
매출도 거의 없고 직원도 안 두어서 저 역시 혼자 세무 관련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은 자영업자라고 생각합니다.

세금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은 세무사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돈 많이 벌면 맡기려고 생각하고요.
책 보고 공부하면서 회사의 재무 관리, 매출과 이익의 차이, 자산과 비용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옛날에는 무조건 아껴쓰는게 좋은 건줄 알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지출이 더 나은 경우도 있더라구요. (절세 차원이나 투자 등)
게임 개발쪽은 아니지만 1인 웹 개발을 해보려 하느데 많이 도움이 되네요.
개발 방법, 컨텐츠를 제외하고 개인개발자(개인사업자)로 겪을 내용은 많이 비슷할 것 같네요.
요즘에는 선구자 분들께서 블로그나 세션을 많이 작성하고 공유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도 그렇게 도움받은게 많아서,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다시 나누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D
저는 1인 개발에서 제일 아쉬울때가 '이거 어때?'라고 하고 싶을 때 였던거 같습니다.
저는 "그거 좋다" 라는 말을 가장 듣고싶었어요. ㅠㅠ
자기만의 세계.. 정말 공감됩니다ㅠㅠ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아닌건지..ㅠㅠ
다 만들고 사용자분들 반응 나올때까지는 계속 긴가민가싶죠. ㅠㅠ
우아 제주에서 개발하시고 계신건가요?
그것도 엄청 일찍 하셨었네요. 멋지십니다. ㅠㅠ
저두 광고만 붙여서 하나 오픈해봤는데 대충 커피값정도 벌었는데
글 보면서 그때 생각도 나고 하네용 ㅎㅎ
서울에서 개발 시작했는데, 제주로 이사와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재미있게는 하고 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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