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 칠레 라포스톨(Lapostolle) 와이너리 투어를 하다.2019.01.13 PM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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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 특히 칠레에 와서 가장 고대하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와이너리에 가보는거였어요.

 

산티아고에 도착하자마자 어느 와이너리에 가볼지 인생 최대의 고민을 하기 시작.....

 

하기 전에 어느 와인 산지에 갈지 정해야 했습니다.

 

마이포 밸리(Maipo Valley)를 제외한 다른 와인 산지는 산티아고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어서

 

와인 산지에 도착한 이후 둘러볼 수 있는 와이너리의 수는 많이 잡아서 2군데 정도.

 

처음에는 산티아고 북쪽에 위치한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로 가려고

 

했습니다만 와이너리가 여기저기 뚝뚝 떨어져 있는데다가 이렇다할 거점 마을도 없어서

 

따로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돌아다니기 어려워 보여서 산티아고의 남쪽에 있는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로 목적지를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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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6시. 산티아고의 버스 터미널 앞입니다.

 

술에 관심 없는 일행들은 숙소에 놔두고 저 혼자 왔네요ㅋㅋ 여행에서 혼자만의 시간 갖는것도 좋아서

 

오히려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나왔습니다.

 

목적지는 콜차구아 밸리로 와인 투어를 가는 사람들의 거점 마을인 산타 크루즈(Santa Cr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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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을 중심으로 주요 와이너리들이 포진해있기 때문에 콜차구아 밸리로 와인을 맛보러 가는 사람들은

 

거의 무조건 산타 크루즈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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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타고 3시간을 달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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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크루즈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은 작아도 호텔있고 카지노있고 여행사있고 있을 건 다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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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너리 투어를 오늘 바로 해야하기에 도착하자마자 Ruta del Vino라는

 

와인 가게 겸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해주는 가게로 달려갑니다.

 

안에 접수 담당하는 누나가 엄청 이뻤어요ㅎㅎㅎ 영어도 엄청 잘해서 짧은 스페인어로 어버버하는 사태도 안일어났구요.

 

내부 사진(+접수 담당 누나) 못찍은게 아쉽네요.

 

어쨋든 투어를 예약한 곳은 라포스톨(Lapostolle)이라는 와이너리인데

 

끌로 아팔타(Clos Apalta)라는 아이콘 와인으로 아주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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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끌로 아팔타 2014 빈티지는 유명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100점을 받아버리는 기염을 토하면서 안그래도 비싸던 녀석의 몸값이 순식간에 또 올라버렸죠.

 

가격이 오르기전, 그레이트 빈티지라는 소문을 듣고 구매할까 말까 망설이던 저는

 

이후 100점을 받고 가격이 오르는걸 눈 앞에서 보고 2014 빈티지는 지금까지 맛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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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서...

 

라포스톨 투어 시작 시간이 오후 4시인데 제가 산타 크루즈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여서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와이너리를 한 군데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도로가를 천천히 걸으면서 햇빛을 만끽하니 어느새 표지판이 보이더군요. '로라 하트윅(Laura Hartwing)'.

 

이 와이너리는 다음에 올리고 일단 라포스톨 먼저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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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가 9km 정도여서 우버를 잡아타고 갑니다.

 

위에 사진은 와이너리에 들어온 이후에 찍은 사진인데 입구를 지나치고 나서도 차를 타고 10분 정도 더 가야 본 건물이 나옵니다.

 

그 때까지는 계속 광활한 포도밭만이 보이지요. 지금은 포도가 열릴 시기가 아니라 포도나무만 썡쌩하게 자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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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가다보면 포도밭 사이로 웬 해처리 같은게 튀어나오는데 저게 본 건물입니다.

 

저건 건물의 윗부분만 나온거고 밑에 나무로 가려진 부분 전체가 전물입니다. 엄청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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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찍은 건물 입구입니다.

 

앞에 가이드분이 마중나와 있더군요. 서로 인사하고 투어 일행이 모두 모일 때 까지 잠깐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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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어디냐면 아까 차타고 올때 봤던 해처리의 옥상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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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시작 후 제일 처음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와이너리의 역사를 간략하게 듣고 아래의 포도밭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가장 왼쪽의 밭 이름이 바로 Clos Apalta. 즉 저기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 바로 끌로 아팔타입니다.

 

중간과 오른쪽의 밭은 엔트리급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일반적인 밭이라고 하네요.

 

재배하고 있는 품종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까르미네르(Carmenere) 이 3가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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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가이드분.. 희안하게 눈 감은 사진밖에 없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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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한 포도를 으깨서 즙을 짜내는 기계입니다. 엄청 큽니다. 하루에 7톤의 포도즙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프랑스제예요ㅋㅋ 농담으로 칠레 와인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군요! 하니 다들 빵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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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깬 포도즙을 담는 거대 오크통입니다. 총 21개가 있어요. 용량은 7톤.

 

하루에 포도즙을 7톤 생산해낼 수 있으니 대략 한달 정도면 모든 오크통이 다 채워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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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오크통이 말라서 부스러지지 않게 안에 증기나 물을 채워넣었습니다.

 

수확철에 실제로 포도즙을 채워놓으면 여기서도 찰랑거리는게 보입니다. 그리고 와이너리 직원들의 고행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길다란 나무 막대로 그 뻑뻑한 포도즙을 하루 12시간씩 휘휘 저어주어야 하는데 2명이서 교대로 한다고 합니다.

 

2명이라고는 하지만 한 명당 6시간 내내 허리 숙인채로 휘저어야 하니 체력소모가 엄청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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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오크통에서 여러가지 작업이 끝난 포도즙은 바닥의 저 구멍에 호스를 연결해서 바로 아래층의 와인 저장고로 보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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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층의 와인 저장고입니다. 일행을 대표해서 제가 거대한 저장고 문을 열었는데

 

분위기나 조명이 무슨 보물 저장고 여는것 마냥 느껴져서

 

두근두근 했어요ㅋㅋㅋ

 

이곳은 올해 만들어진 와인이 보관되어 있는 곳입니다. 빈티지에 2018년이라고 적혀있지요.

 

라포스톨의 와인은 최소 2년을 숙성시킨 뒤 출하됩니다.

 

그럼 2017년 와인은 어디있냐구요?

 

바로 아래층에 저장고가 하나 더 있는데 그 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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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올해 2019년에 출하될 2017년 와인이 보관되어 있는 곳입니다.

 

저 중간의 거대한 유리 테이블에서는 와이너리의 마스터 블렌더들이 포도 품종의

 

블렌딩 비율을 조절하고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일종의 작업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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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희들의 와인 테이스팅 테이블이지만요ㅎ

 

그리고 이 테이블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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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아래에 또 하나의 와인 저장고가 있습니다. 리모콘 같은걸로 조작을 하면

 

테이블이 우우우웅하면서 갈라져서 밑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저 아래에는 와이너리가 세워지고 처음 만든 와인부터 최근에 만든 와인까지 모든 빈티지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런 히스토릭 셀러야 어느 와이너리에도 있는 곳이지만 이렇게 특이하게 만들어놓은 곳은 처음 봤네요ㅋㅋ

 

참고로 저기는 못들어갑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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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와인 테이스팅 시간입니다. 3가지 후보가 나왔네요.

 

왼쪽부터

 

끌로 아팔타 2013(Clos Apalta 2013)


라포스톨 뀌베 알렉상드르 메를로 2014(Lapostolle Cuvee Alexadre Merlot 2014)


라포스톨 그랑 셀렉션 소비뇽 블랑 2016(Lapostolle Grand Selection Sauvignon Blanc 2016)

 

이고 시음 순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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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으로 시음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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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라포스톨 그랑 셀렉션 소비뇽 블랑입니다.

 

소비뇽 블랑은 여기서 만들지 않고 북쪽으로 좀 떨어진 다른 건물에서 만든다고 하네요.

 

애초에 소비뇽 블랑은 특성 상,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고 스테인레스 통에

 

담아야 하는데 제가 이곳 저곳 둘러봐도 여기는 스테인레스 통이 없었으니

 

소비뇽 블랑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긴 합니다.

 

두 번째는 뀌베 알렉상드르 메를로인데 메를로 100퍼센트는 아니고 까르미네르도 어느정도 들어가있습니다.

 

향은 메를로의 주요 특징인 라즈베리, 블루베리 향이 퐁퐁 솟아오릅니다. 맛은 자칫하면 가볍고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메를로의 단점을 블렌딩 시킨 까르미네르가 잡아줍니다.

 

단순한 과일향 뿐만 아니라 허브 또는 후추의 향(허브 같다는 사람도 있고 후추 같다는 사람도 있고... 저는 후추 같았음)

 

이 같이 나면서 입안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만원 초중반대에 팔리던데.... 개인적으로 '세일하면' 집어들만 하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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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 아팔타 2013년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014년을 주지않을까? 기대했지만... 과한 욕심이었쥬?

 

그래도 2013년도 2014년 못지않게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은 해입니다.

 

특히 2014년과 포도 품종의 블렌딩 비율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자연이 두 빈티지 사이에서 96점과 100점을 결정했다 라고 해도 될 정도로 똑같습니다.

 

물론 라벨이 2014 빈티지가 더 간지나긴 하지만....

 

이런 좋은 와인을 마시고 난 뒤의 감상을 적는건 정말 어려워요ㅋㅋ

 

이런 저런 감상이나 시음평은 더 수준 높게 쓴 글들이 인터넷에 많으니

 

'말이 필요 없다' 한 마디로 퉁칠게요ㅎㅎㅎ

 

향이나 맛 자체도 매우 다채로웠지만 제일 특이했던 점을 하나 꼽자면 입 안에 와인을 머금었을 때의

 

느낌이 마치 매끈매끈한 구슬을 입 안에 물고 있는 듯하더라구요. 

 

일각에서는 이걸 '탄닌감이 정교하다'라고 표현하던데 마셔서 경험해보지 않으면 와닿기 힘든 표현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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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했던 테이스팅이 끝나고 투어의 마지막은 언제나 쇼핑이져~

 

다들 한 두병씩 사가던데 저는 작은 손가방 하나만 들고오는 바람에

 

넣을 데가 없어서ㅠㅠㅠ(솔직히 한국이랑 가격 차이도 별 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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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쨋든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랑 헤어지고 투어 일행이랑도 헤어진 다음 우버를 잡으려고 어플을 켰는데

 

외진곳이라 우버가 안잡히네ㅋㅋㅋ 1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걸어가기에는 정말 막막해서 망연자실하게 서있는데

 

혼자 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던 경비 아저씨의 도움으로 와이너리에 놀러온 산티아고에 사는

 

한 부부의 차를 얻어타고 산티아고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 최초의 와이너리 투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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