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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Review] 프로불만러의 [추석특집] 히든 어젠다 소감 - Don't buy it!2018.09.23 PM 07:18
글 중간중간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 들어갔다 해도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을 염두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게임을 구입한 의도는 별거 없고, 바로 가격 때문입니다. 추석세일 품목에 들어가 눈에 띄었고, 가격대에 맞지 않는 그래픽을 보여준 구매페이지의 소개 스샷에 이끌려 충동구매에 들어갔습니다.
맙소사, 제발 구매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먼저 저는 게임 그 자체보다, 게임 시스템의 특이성과 필요환경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부실한 PSN에 불만을 토로하려고 합니다.
일단 말해두고 싶은 점이 바로 위 구매페이지에 쓰인 문구입니다.
동반 앱은 대부분의 안드로이드(4.4.2 이상)와 iOS(9.0 이상) 디바이스에서 작동합니다.
“‘동반’ 앱? 스마트폰 앱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부가요소가 있는 것인가?“
저 문장을 읽은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요. 어쌔신 크리드 같은 예시가 있듯이, 본 게임 외에 스마트 기기를 통해 다른 미니게임이나 추가 아이템 등을 전달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으니까요.
하지만 아닙니다.
저 문구는 이렇게 쓰여야 했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선 스마트 디바이스의 앱이 필수적이며 이 필수앱은 대부분의 안드로이드(4.4.2 이상)와 iOS(9.0 이상) 디바이스에서 작동합니다.
라고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이 게임은 스마트 기기의 앱이 없으면 실행조차 불가능한 괴이한 작품입니다!
..먼저 오해를 하시기전에 미리 해명하자면, 전 이 사실을 구입 전에 대충 알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말이지요. 설명하자면 소위 ‘플레이링크’라는 시스템으로 게임은 PS4로 구동하되, 스마트폰이나 타블릿에 앱을 설치하여 듀얼쇼크 대신 게임을 컨트롤 하는 식입니다.
따라서 잘 모르면서 구매해놓고 플레이 불가능한 게임을 해보지도 않은 채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모르고 구입했다고 과연 소비자의 문제일까요?
요즘 우리는 게임들이 대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 환경 역시 ‘게등위‘라는 성벽이 가로막고 있음에도 며칠 주기로 수많은 게임이 온,오프라인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운로드 전용으로 온라인에 올라오는 PSN게임도 그렇지요. 온라인으로만 구입이 가능하고, 영세하지 못한 언더 기업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인 곳인지라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듣도보도 못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이 히든 어젠다 역시 그 주목받지 못한 PSN 전영 타이틀인 셈입니다. 과연 여기서 이 히든 어젠다라는 별 돋보이지 않는 작품이 ’플레이링크‘라는 유니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란 걸 모른다는 점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요? 루리웹에 게임게시판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게임의 유명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루리웹 정보 게시판에 이 게임에 관한 정보가 올라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저가 모든 정게 글을 다 읽어야한다고 주장하시지는 않겠지요?
소량의 정보, 한정된 구입루트. 이 구입루트는 바로 저 PSN 스토어뿐입니다. 이 한정된 구입처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질 않고 있는데, 소비자는 뭘 믿고 구매를 할까요? 아무리 요즘 세상이 스마트폰 기기가 보급된 시기라고 해도 저건 태도와 성의의 문제입니다.
북미 페이지의 설명입니다. 저 무성의하고 간결한 국내 PSN 소개에 비하면 천차만별입니다. 최소한 디바이스와 앱이 필수적이라고 2번 이상 강조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여럿이 즐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
언급했듯이 이 게임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앱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똑같은 인터넷 회선을 사용한다면 최대 6명까지 같이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 디바이스는 6대가 필요하게 되지요.
[히든 어젠다]라는 게임 타이틀이 이 시스템과 관련 있습니다. 게임은 대화 선택문을 통해 진행이 되고, 플레이어가 여럿인 경쟁모드 일 경우 과반수가 넘는 선택을 받은 대화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한 단락의 에피소드를 진행할 때마다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에게 카드 한 장 씩을 주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카드내용을 확인합니다. 카드 안에 제시한 의도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데. 의도가 담긴 카드를 받은 플레이어는 그 의도가 실현되게끔 게임을 진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가령 제가 ’주인공이 상사에게 화를 낸다‘라는 의도가 담긴 카드를 받았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저는 스토리의 선택문에서 감정적인 결정을 골라, 주인공이 화를 내는 쪽으로 유도하여 제 의도를 실행시키고자 할 겁니다. 받은 의도대로 스토리를 진행하면 저는 점수를 얻게 되고, 게임은 이렇게 플레이어에게 부여한 점수로 엔딩 후 순위를 매깁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 자체는 싱글플레이어 전용이나 마찬가지인 스토리 위주의 게임이지만,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참가할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마피아 게임 혹은 늑대인간 게임으로 알려진 심리추리 게임을 연상시키는 시스템입니다. 여러 명의 참가자가 게임을 진행하는 점. 참가자가 자신의 의도를 감추고 주변을 설득하며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점이 그렇지요.
물론 베이스가 되는 디자인이 비디오 게임이라는 점이 다르고, 설득이 실패한다고 바로 게임에서 아웃되는 것이 아닌 점 등 차이점도 많습니다.
부족한 시나리오
이 게임은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면서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단 이 게임 전체 길이는 길어야 2시간 정도의 스토리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게임의 첫 부분은 연쇄살인범 용의자를 체포하는 장면으로 긴장감 있게 시작하지만 좋은 부분은 거기까지. 갑자기 시간대가 5년 뒤로 넘어가면서 스토리를 따라가기 번잡해집니다. 주인공의 그간 행적이나 수사과정이 통으로 생략된 채로 스토리를 진행하기에 플레이어가 몰입할 기회가 없습니다. 주인공 주변인물, 용의자나 살인자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뜬금없이‘ 등장한 채 제들 멋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라 플레이어로선 강제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잘 짜인 수사 스토리를 메인으로 가진 매체라면 플레이어의 머리에 각인되게끔 기틀이 되는 세계관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게임, 드라마 할 것 없이 말이죠. 가령 [트루 디텍티브] 에서는 1화부터 전적이 없는 살인범을 등장시켜 사건의 시작이라는 시간동일성을 갖고 시청자와 함께합니다. [헤비 레인]은 이미 벌어진 사건임에도 차근차근 과거 수사기록과 행적 등을 표현하며 세계관 설정과 배경이 조밀하게 짜여있어 도중에 끼어든 플레이어가 어색함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히든 어젠다]는 아닙니다.
캐릭터
이 제작사의 전작 [언틸 던]을 기억하실런지요.
개인적으로는 시나리오나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실망을 금치 못한 작품입니다만,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이었습니다. 외모, 성격, 인종에 이르기까지 여러명의 캐릭터가 뛰어난 그래픽으로 탄생하여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요.
유감스럽게도 [히든 어젠다]는 그런 캐릭터성 마저 부족합니다.
주연급인 두 여자 캐릭터는 부족한 배경 속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시간대가 5년 뒤로 넘어가면서, 연쇄살인범 체포에 성공한 경찰관이 부패경찰 혐의를 받고 있는 여형사로 변화된 모습은 공감도 매력도 떨어졌습니다. 다른 주연급인 여자 검사도 마찬가지. 아무리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게임 시스템이라지만 이다지도 개성이 없는 캐릭터를 만들 줄이야 한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 엉망인 스토리에 맞추어 캐릭터가 희생된 감도 있습니다. 스토리에 극적 긴장감과 위기상황을 부여하고자 캐릭터들을 바보로 만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주변의 경찰동료들이 딱 그 짝인데, 아무리 설득력 있는 정황과 증거를 가져와도 사람 말을 들어먹지 않는 꼰대스런 기질을 무식하게 발휘합니다. 특정 루트에 진입하지 않은 이상 발암유발 언행은 고정되며, 여러 선택을 추구한다는 어드벤쳐답지 않은 ’답정너‘식 캐릭터 생성의 결과만 가져왔습니다.
아울러 남자 캐릭터나 조,단역 캐릭터들은 괜찮은데, 주연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이 살짝 이상한 점도 꼬집어야겠군요. 실제 성우가 페이스 모델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풍부한 표현을 보여줘야 할 주연에서 영 어색한 표정이 자주 등장해 몰입을 망칩니다.
..여담으로 이 캐릭터.
어딜 봐도 동양계 캐릭터인데, 성우도 한국계 미국인인걸로 압니다. 하지만 명백히 성우의 외형과는 전혀 다른 얼굴인데, 왜 이런 외모로 캐릭터 디자인을 했는지 의문이 갑니다. 표정이나 얼굴 형태 자체가 보면 볼수록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외모가 못생겼다 이런 레벨을 떠나서 거의 ’불쾌한 골짜기‘가 연상될 수준의 얼굴입니다. 이 제작사, 지난번 언틸던 때도 그러더니 동양계에 악감정이나 편견 같은 거라도 있는 걸까요? 염병할 인종차별인지 뭔지...
존재 이유의 한계
...앞서 내용을 달리 말하자면, 이 ’히든 어젠다‘라는 게임은 마피아 게임 같은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 없는 파티 게임에 부득이하게 만들어진, 의미 없는 부산물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비디오 게임]으로서 정말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작감? 스마트 기기로로 하는 조작감은 사실 나쁘지는 않습니다. 액정 터치를 플스가 잘 인식하고 딱히 딜레이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단서를 찾을 때 하나를 발견하고 다음 찾기까지 딜레이가 발생하는 점이나, QTE 판정이 빡센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건 조작감의 문제라기 보다는 게임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헌데, 경쟁모드도 아니고 혼자 스토리를 즐기는 싱글 모드에서 까지 스마트 기기로 조작을 강요하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을 속이고 의도를 실행해야 하는 ’히든 어젠다‘카드를 보기 위한 스마트폰도 필수적이지 않고, 선택문과 QTE를 해결하는 점은 패드 조작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히든 어젠다]의 플레이 타임은 길어야 2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스마트 기기로 제한된 조작,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 그리고 위에 서술했던 모든 문제점들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이 게임이 가진 존재가치, 그것은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링크 게임이라는 것이죠.
이 작품에 대한 대부분의 호평은 이런 부분에서 나옵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친구 여럿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마피아식 비디오 게임.
..그런데 말이죠, 거꾸로 되물어보지요. 과연 친구 6명이서 함께 하는 게임이 재미없을 수가 있나요?
총평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추석세일이라는 명목의 9천 9백원의 가격조차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위라는 민족의 명절동안 이 게임에 시간을 할애하느니 가족과 친족과 친구와 시간을 보내시길 강력히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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