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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好像小說] 4343년 9월 19일 밤.2010.09.19 PM 10:20
어릴 때, 우편으로 온 성적표를 가로채 숨긴 적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는 절대 찾지 못할 곳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내 책상 위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숨겼던 성적표였다.
지금의 심정이 어쩌면 그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손바닥 보듯 훤하지만, 어떻게도 피할 방법이 없이 그저 앉아서
내가 치러야 할 무언가를 벌벌 떨며 기다리고 있는 느낌.
그리고 그 누구도 내가 마셔야 할 잔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만큼
더욱 그 잔이 무겁게 느껴지는 기분.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아니다.
분명히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저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있고, 하늘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단 1g도 덜어줄 수 없다.
절망이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짐이 나를 무릎 꿇게 할 정도로 무겁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일이 곧 지나가리라는 것도.
굳이 설명하자면, 답답한 것 같다.
아직도 어리긴 어린가보다. 아직도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없나보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차라리 뛰어가서 강하게 부딪쳐야 할 것을,
그 어린 시절마냥 이렇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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