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 이야기] 단풍국 NHL 근황2020.02.25 PM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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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NHL시즌이 3/4정도 지났음 (60/82경기 정도)

플레이오프에 간당간당한 팀들은 이제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시기

저번 토요일 그런 두 팀이 경기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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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라이나 허리케인 (3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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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 (32-22-8)



 

승점은 당시 둘다 72.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는 NHL 최강 팬덤이 있는 곳임

거기에 맥스 계약 4명이나 있는 스타성 있는 팀인데다가

현재 오펜스가 리그 최고인 팀임


 

무엇보다 캐나다 최대 도시의 팀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음

캐나다 제3의 도시에서 준우승했다고 폭동일어났는데

여기 아재들은 준우승 근처도 가본게 60년이 넘어서 믈브 컵스 아재급 팬덤임




어쨌든


NHL 팀은 언제나 로스터에 2명의 골텐더(골키퍼같은 포지션)가 있어야함

1명은 주전이고, 2번째는 백업 혹은 스케줄이 꼬여서 연속으로 경기할때 주전 쉬게 해주는 용도로 데리고 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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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만약 골텐더가 2명 모두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

2명 다 한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던가, 퇴장을 당하던가 이럴 때가 있음

 

축구같은 경우는 그냥 수비수 데려와서 골키퍼를 시키는데

NHL은 골텐더가 아닌 선수는 골텐더를 못함

즉 다른 사람을 데려와야함

 

이걸 긴급 백업 골텐더라고 하는데

얘네들은 애초에 정규 로스터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라

프로나 프로에서 뛴 경력이 있는 선수를 쓰면 규정 위반임


즉, 긴급 백업 골텐더는 무조건 아마추어가 뛰고

왠만하면 홈팀 팬들중 골텐더 경력있는 아재를 즉석에서 유니폼 만들고

장비 갖추고 (왠만하면 홈팀 장비) 그냥 경기장에 내보내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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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유니폼 만드는 과정

 

 

당연히 아무리 경력있는 팬이라고 해도 아마추어가 한창 커리어 전성기의 프로 공격수들이 때려대는 퍽을 제대로 막을리가 없음


 


어쨌든

 

이 경기는 토론토 홈 경기였는데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은 3-1로 잘나가다가 경기가 반 지나기도 전에 골텐더 두명 연달아 부상당하는 참사가 일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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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골텐더 두명이 모두 경기장을 떠나고

울며겨자먹기로 캐롤라이나는 경기 당일 긴급 백업 골텐더로 내정된 데이빗 에리스(42세)를 데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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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재

 


당연히 토론토 토박이에 토론토 광팬인 아재인데다가

하키 경력이라곤 고딩시절 3,4부리그에서 뛰었던 정도


거기다가 이 아재의 직업도 가관인데,

토론토 마이너리그 팀의 홈 경기장의 청소차 (잠보니라고 함) 운전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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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잠보니


 

 

즉 경력이라곤 20년도 더 전에 하부리그에서 어릴 때 뛴거밖에 없는데다가

유니폼만 캐롤라이나지, 마스크, 패드, 스틱등은 토론토 로고가 박혀있고

무엇보다 자기네 청소차 운전수가 상대팀 골텐더인 오묘한 상황이 되버림


당연히 캐롤라이나 감독은 경기를 포기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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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경기에 들어가자마자 토론토가 때린 2번의 샷이 모두 골대에 들어가면서 경기가 순식간에 4-3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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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두팀은 플레이오프 자리를 위해

승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팀들임


그래서 더 위축될만하기도 한데
이후 허리케인 팀 동료(?)한테 "얼마나 골먹히든지 우린 상관안한다, 넌 그냥 최대한 즐기면 된다"라는 격려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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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해서 현재 리그 최고 오펜스를 상대로

 

내리 8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고 3 피리어드(20분)을 셧아웃하면서 승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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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치면 팬 하나 그냥 골라서 글러브 쥐어준다음에

마운드에 올려내보니 마지막 세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거임

 


NHL 역사상 정규시즌중 가장 나이가 많은 데뷔전 승리이고

긴급 백업 골텐더로써 처음으로 승을 따낸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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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자기네 청소차 운전수한테 마지막에 셧아웃되서 패배한 토론토 팀은 발칵 뒤집힘


멘붕온 토론토 경기장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가자 데이빗한테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당연히 경기 MVP도 데이빗에게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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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날은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레이크 플래시드의 기적(미국 아마추어 올림픽 하키팀이 소련 팀을 상대로 역전승)이 일어난지 정확히 40년째되는 날



그거에 빗대서 데이빗 에리스의 활약도 40년만에 일어난 또다른 하키의 기적이라고 미국팬들은 난리 났고

당연히 리프스를 싫어하는 다른 캐나다팬들도 덩달아 난리남

 




Screenshot_2020-02-24 Mary-Ann Baldwin on Twitter The City will be honoring him with a formal proclamation, naming Tuesday [...].png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아예 캐롤라이나에선 영웅대접 받으며 다음 홈경기 특별 게스트로 모셔갔을 뿐만 아니라

캐롤라이나 홈경기장이 있는 랄리 시장은 화요일을 데이빗 에리스의 날로 선포하고


 

Screenshot_2020-02-24 Roy Cooper on Twitter I’m ready to make emergency goaltender and zamboni driver David Ayres an honora[...].png

 

노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데이빗 에리스한테 명예시민권을 주고 싶다고 트윗을 날림

 


게다가 워낙 역사적인 기록이다 보니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유니폼이 걸릴 확률 99%






 

이 날 지금 현역 최고의 선수이자

역사상 최강, 최고의 범접할 수 없는 하키의 신 웨인 그레츠키의 골기록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가는

알렉산더 오베츠킨의 기념비적인 700번째 골이 나왔는데


 

이 아재때문에 묻혀버림


 

 



그리고 토론토는 이제 100년 동안 이거 가지고 욕먹을거임

댓글 : 9 개
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뭔가 울컥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네요.^^
어제 스포츠 뉴스에서 이사람 나오던데 마지막 부분만봐서 뭔가했더니
대단하네요
이번 시즌 흥미진진한듯해요
특히 퍼시픽 디비전은 다들 못해서 순위경쟁이 피말림 ㅠㅠ
우왘ㅋㅋㅋ
진짜 인생에 엄청난 경험을 한거군요 워메;;;;
진자 소름돋네 ㄷㄷㄷ
처음에 글쓴이가 잘못 쓴줄 알았음 ㅋㅋ
윗부분만 한 2~3번 읽은듯...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상대팀 골기퍼로 간다니;;
동영상 볼수있는곳있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OlBsR1WIT0U
데이빗 에리스 씨에게 마법의 가을이 찾아왔군요.
한국에 와선 거진 보지도 못하고 해주지도 않고.... 아직도 맷선딘 저지가 아직 있는데 ㅜㅜ 길모어랑... 근데 아직도 저러네 ㅜㅜ 토론토 머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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