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 이야기] 단풍국 아이스하키에서 싸움의 순기능2021.05.20 AM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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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를 모르는 사람이 NHL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마 싸움일거라 생각함.


여기서도 실제 하키 경기 하이라이트보다 하키 싸움 하이라이트를 더 많이 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


꺼라위키엔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묘사되어있는데, 실제로 리그에서 규정한 룰북말고

 

따로 선수들 사이의 불문율을 기준으로 싸움이 허용됨.


이걸 현지에선 "코드 Code"라고 부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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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하이라이트로 올라오면 막장 패싸움이던가 그냥 이런 개패듯이 때리는 싸움자체만 포커스되는 경우가 많은데

(윗짤은 작년 시즌 후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에드먼턴과 캘거리의 배틀 오브 앨버타중 한 장면)



 

최근에 나름 훈훈한 싸움이 일어나서 소개해봄


 




 

아이스하키는 엄청 빠른 스포츠이기도 해서 당연히 부상 위험이 높음.

그래서 이게 전혀 의도적이지 않아도 위험한 부상이 나오는 경우가 있음.


4월 18일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와 밴쿠버 커넉스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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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정빙기 기사한테 진 토론토의 "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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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컵 결승에서 졌다고 폭동 일어난 밴쿠버의 "그" 팀

 



 


 

알렉스 에들러 (파란 유니폼)라고 밴쿠버 최고참인 수비수가 잭 하이먼 (하얀 유니폼)이라는 토론토 윙어를 무릎으로 걸어 넘어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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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잭 하이먼은 무릎 부상을 입어 정규 시즌 아웃됨 (실제로 이제 막 플옵 시작하는데 다음 경기에 돌아올 예정)

하마터면 아예 십자인대가 찢어지는 대참사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부상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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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윙어 잭 하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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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수비수 알렉스 에들러




 

참고로 아이스하키는 대충 공격수가 12명인데, 3명씩 조를 나눔.

거기서 가장 공격을 잘하는 3명이 첫번째 라인이라고, 경기중 가장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 시간에 투입됨.

즉 첫번째 라인은 그 팀 에이스 3명으로 봐도 됨 (물론 2번째 라인의 센터도 최중요 선수이긴 함)


근데 잭 하이먼은 이번 시즌 토론토의 첫번째 라인의 윙어임.

토론토로써는 밴쿠버가 자기네 팀 중요 공격수를 담궈버리려 했다고 믿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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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알렉스 에들러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부상입힐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고

오른쪽 다리를 제때 빼낼 수 없어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함


그래도 일단 리그에서 2경기 출전금지를 때림

그리고 에들러는 하이먼에게 빨리 쾌차를 바란다고 인터뷰함.




 

 


알렉스 에들러의 출전금지가 풀린 후

 

4월 29일 이번엔 토론토 홈에서 토론토와 맞붙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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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토론토 랩터스 경기장으로써 더 좋은 기억이 많은 토론토의 스코샤뱅크 아레나
 

 

어찌보면 애매한 상황임.


토론토로써는 자기네 주전이 위험한 부상을 당했는데, 태클건 당사자는 일단 처분받고 미안하다고 함.

그렇지만 토론토 선수들은 "그래도 우리가 직접 보복해줘야지"하는 마인드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애초에 고의가 아니였다고 하는 말을 무조건 믿을까?


밴쿠버로썬 일단 당사자가 사과하긴 했는데

토론토가 에들러가 아닌 다른 선수를 보복하면 그대로 벤치클리어링을 각오해야하는 상황.

특히 밴쿠버는 아직 젊은 유망주가 많은 팀이라 토론토가 유망주 하나 골라서 담궈버린다?

심각한 문제임.



 


그래서 심각한 상황이 되지 않게

 

토론토의 행동대장격인 웨인 시몬즈 선수가 직접 알렉스 에들러에게 결투를 신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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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하느라 웃통 벗은 선수가 웨인 시몬즈.

 

 

참고로 웨인 시몬즈는 커리어 총 싸움횟수가 무려 77번.

일단 싸움만으로는 현재 뛰고 있는 선수중 탑10 안에 들어감.


그에 비해 알렉스 에들러는 2003년부터 뛴 베테랑이지만

단 한번도 싸움을 한적없는 신사로 유명함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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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들러는 자기가 한일에 책임을 지고

커리어동안 싸움안했다는 클린시트같은 거에 연연하지 않고 시몬즈와의 싸움에 응하고


시몬즈는 당연히 자기보다 체급이 한참 낮은 에들러와의 싸움을 절제하면서 함.


그리고 에들러는 당연히 제대로된 펀치도 못날리고 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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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는 자기 팀 최고참이 책임지고 싸움한거에 리스펙을 보내고


토론토는 일단 자기네 공격수 부상시킨 선수를 우리 팀 행동대장이 대표로 싸워서 이겼으니 만족


둘다 아이스하키의 불문율을 잘 지켰다고 찬사받았다.



 

실제로 이 후 이 경기는 심각한 감정문제없이 흘러갔고


당연히 밴쿠버는 또 졌다.

시1발



 


참고로 만약 저기서 두 팀간 감정싸움이 제대로 끝맺지 않았다면 일어날 일은

아마 다음과 비슷했을거라 생각함.



 

올해 5월초 워싱턴 캐피털스의 문제아 톰 윌슨이 이전 경기에서 뉴욕 레인저스의 에이스이자

지금 현재 NHL에서 가장 비싼 선수중 한명인 파나린을 개패듯이 때려서 부상시키고는

퇴장하면서도 조롱하자


그 다음 경기에서 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패싸움.





물론


"그냥 리그에서 출전금지 때렸으니 끝난 일 아냐?" 라고 의문이 들 수는 있음.


물론 그렇게해서 수긍하는 선수들도 많음


하지만 선수 한명이 자신은 납득 안간다면서 "실수로" 상대방 선수 하나를 담궈버릴 수도 있음


결국 이건 리그 결정과는 별개로 선수들 사이에서의 감정 정리를 엄격히 하는 것.

댓글 : 2 개
오 잘 몰랐는데 이런 문화가 있군요
뭔가 신사적인거 같으면서 야만적인것도 같은 독특한 ㅁㅐ력이 있네요 ㅎㅎ
이걸 소재로 한 영화도 있죠. 한 어린 선수가 NHL의 공격성에 기가 죽었지만, 나중에는 떨쳐 일어나서 팀도 이기고 자신을 겁박했던 선수와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한다는 전통적인(?) 내용이었죠.

도구를 쓰는 경기에다가 날붙이까지 있다보니, 어쩌면 본문처럼 주먹다짐은 더이상의 부상을 키우지 않기 위한 종목 스스로의 자구책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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