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 - 레이 달리오 2022.12.08 AM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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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읽은 레이 달리오의 책.

책을 보자마자 드는 느낌 : 두껍다. 많이 두껍다. 이 사람의 첫 번째 책을 펼쳤을 때가 떠오른다. 같은 기분이었다. 두꺼웠고, 두껍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본 방식, 양장이라 무겁기까지 하다. 레이달리오는 살아있는 투자의 현인 중 한 명으로 '사이클론'의 신봉자 라고 할 수 있겠다. 불경기와 호경기가 반복되며 그 큰 흐름 안에서도 위아래로 요동치는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사이클론. 브릿지워터라는 투자회사의 회장이며 큰 회사를 일궈낸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큰 부를 쌓은, 투자의 현인 중 한 명. 금융계의 스티브 잡스라고도 불린다는데, 한 10년 전에는 확실한 칭찬이었는데... 요즘은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네...



레이 달리오의 사이클론을 간소하게 표현.


 이 작강의 첫 번째 책 ‘원칙’은 사실 끝까지 못 읽었다. 나온지 얼마 안됐을 때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 내가 그의 글을 읽을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탓인지, 책에서 그가 하는 이야기 중 절반은 자기 자랑으로 느껴졌었고, 나머지의 절반은 구체적이지 않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책 중간쯤에 하차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 자체가 반복되기도 해서 이 뒤 내용도 그렇겠지 하는 기억. 그의 원칙들은 대부분 동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어떤 예리한 통찰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던 기억. 도덕책에 쓰여있는 내용들도 대부분 동의할 수 있지 않은가. 그 정도의 느낌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의 제목이 굉장히 흥미롭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 책 제목만 들어도 약간 따분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원칙’ 보다 훨씬 흥미롭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큰 제국들의 흥망성쇠또한 큰 흐름의 사이클의 일부이며, 각 사이클의 어떤 단계에서 어떤 시그널을 보이는지, 지금은 사이클의 어디쯤에 와 있는지 등을 설명한 책이다. 책을 집필한 시기 자체가 우러전쟁 이전이라 그것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애초에 책에 러시아는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이미 쇠한지 오래 되었으니. 작가의 관심은 기존 제국들의 사이클과 현재 패권국가인 미국과 도전자인 중국에 맞춰져 있다. 책의 내용도 훌륭하다. 이런 저런 분야에 대해 각 분야별로 세세한 분석이 따른다. 다만… 이미 정세에 관심이 많은 내 입장에서는 거의 아는 이야기들일뿐더러, 거의 원패턴인 이야기들을 두꺼운 책 전체에 걸쳐 여러 번 반복하게 되는데, 초반 뽕으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냈으나, 절반 정도만 읽었어도 책을 다 읽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 본다. 후반은 지루했다.

 이런 식으로 쓴 책들은 실용성에서 약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듣는 것에 불과하고(물론 이것도 중요하긴 하다), 모르는(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분야에 발을 담그기 위해서 이런 두꺼운 책을 집어 들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가능한 밀도 있게, 두껍지 않게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또한 책의 편집이,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쓴 것 같긴 한데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굵은 글씨체로 표시 해 놓았다.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의 첫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굵은 글자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집중을 방해할 뿐더러 가독성도 낮춘다. 이것은 작가의 어떤… 도를 넘는 선민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중요한 부분은 읽는 내가 판단해야지 작가가 판단하면 내 판단을 흐릴 뿐더러 다른 부분을 대충 읽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책을 많이 안 읽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이정도 두께의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과도한 친절이 필요하지 않다. 두껍게 써야했던 부분만 따로 발췌해서 요약본으로 팔던가…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제가 알아서 생각할게요...


 책의 구성에 대한 내 불만과는 상관없이, 책의 내용들은 깊은 통찰을 담고 있고(너무 거시적인 예측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방향이긴 하지만) 책의 내용대로 세계 질서는 더욱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정세에 관심을 가지려는 분들은 페이지의 압박이 있지만 한번 읽어볼 만 하실 것 같다. 이 책 한 권(이렇게 가볍게 표현하긴 좀 두껍지만)으로 강대국들의 파워게임, 말 그래도 제국의 흥망성쇠의 역사와 현재를 꽤 많이 알 수 있다.

 최근 일년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책의 예상보다 더욱 더 빠르게 깊어지고 있고, 우리 정부는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와중에 수많은 내홍으로 조용할 날이 없어 외부의 환경 변화에 똑바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지않고, 그런게 없더라도 제대로 대응할 능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앞으로 몇 년이 굉장한 격변의 시기일 것 같은데 우리 나라도, 각 개인들도 부디 무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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