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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행복의 지도 - 에릭 와이너 2022.12.27 AM 10:01
언제나 정말 만족스러운 화선지 뒷면 느낌의 약간 까슬거리면서 따뜻한 느낌의 겉표지
세 번째 읽은 에릭 와이너의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를 쓴 작가. 이 작가의 책은 항상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준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을 정량적으로 표현하긴 쉽지 않겠지만, 각 나라마다 매우 다르게 조사되는 평균적인 행복도를 왜 다를까…하는 것을 나라별로 조사하면서 쓴 책. 지리적, 자연적, 문화적 정치적 이슈들을 각 나라에 맞게 다양하게 고려하고 조사하여 집필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초반은 흥미롭고 후반은 다소 지루했다. 후반 가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로 분량을 늘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조금 덜 했지만. 마지막 1/5는 그냥 훅훅 넘기면서 봤다.
겉표지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어떤 분이 색을 정했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속표지. 문제는 나는 보통 겉표지는 버린다는 것...
행복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이것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라고 표현하는데, 각자의 만족과 기쁨은 매우 주관적이고 다른 기준을 가질 것이니, 누군가가 '행복이란 불행의 부재이다‘ 라고 말한 것이 일견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동의하긴 어렵지만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나는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불행할 만한 요소가 딱히 없지만 행복하지 않다. 나에게 불행의 요소는 남에게 말 하기 어려운… 어두운 부분에서 오는 것. 현실적으로, 경험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그것을 채우는 것은 불가하니 이것이 사라지기 전에는 앞으로도 행복하긴 어려울 것인데, 이런 부분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 아닌가. 나같이 이런 어두운 부분의 욕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말 못할 이런 욕구들은 하나씩 있을 것인데. 욕구가 쌓이다 못해 필요가 된 것들이.
개인의 감정 상태를 불행이 1점, 행복을 10점으로 나타내는 행복 점수를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3점, 옜다 기분이다 하며 잘 쳐줘야 4점 정도에 불가하겠다. 몇 년 전 이 행복 점수를 지수화하여 각 나라별로 공개했을 때, 모두가 놀랐던 것처럼(근거가 부족한 발표이긴 했으나) 부탄이 이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던 적이 있고, 기본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높게 나오는 편인데, 다들 알다시피 북유럽 국가들은 우울증 발병률 상위권에 있고 부탄은 잘 알다시피 굉장히 가난한 국가들 중 하나이다. 이런 모순되는 점들, 궁금한 점들을 작가가 직접 여행하며 글로 썼다.
위에서 말한 행복 점수는 평균적으로 미혼이 기혼보다 높게 나오고, 기혼들 중에서도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더 높게 나온다고 하는데 내가 휴민트를 돌려 꽤 장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독후감은 지금 쓰지만 책 읽은 지는 꽤 됐다). 유부남들은 대부분 5점 이하. 극단적으로 1점과 2점이라 답한 사람들도 많았다. 반면 미혼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7점 정도를 깔고 가는 느낌. 물론 내 개인적인 조사는 표본이 굉장히 편향 돼 있다. 미혼보단 기혼이 많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 궁핍하지 않은 30대 후반 ~ 40대 중반 사이의 남자들. 재밌는 건 이 질문에 10점이라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내가 사람들과 대화하며 잘 웃는 편이고 사람들 앞에서는 좀 웃는 낯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대부분 내 점수를 적어도 7점-8점 정도로 평가했다는 것. 지금이야 3점이지 작년 재작년에는 2점 1점일때도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부러워 할수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날 자세히 모르는 남들이 보기에는 행복은 불행의 부재라는 말에 딱 맞는 사람이 나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누가 널 싫어하겠냐고. 그러나 행복점수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옮기면 평균보다 높은 점수가 나올 수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내 점수는 그렇다. 이렇게 낮게 평가하는 건 내가 어딘가 일그러지고 삐뚤어진 놈이라 그런 걸까.
이 작가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한 번은 읽어 볼 만한 책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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