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레이드 2 (스포無)2014.04.30 PM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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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이드 2 (The Raid 2: Berandal)
감독: 가렛 에반스 (Gareth Evans)
개봉일: 2014년 3월 28일 (미국), 한국 개봉일 미정
장르: 액션, 느와르

2011년 혜성같이 나타나 액션 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레이드: 리뎀션>의 후속편인 <레이드 2>는 전작의 몇시간 후부터 시작합니다. 첫장면부터 굵직한 충격을 주고 전편의 등장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전작의 페이스를 이어가는가 싶지만, 가면 갈 수록 전작과 같은 "그냥" 액션 영화가 아닌 조금 더 조폭 느와르물을 지향한다는 야심을 선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분위기 만큼은 전작과 굉장히 다른 영화 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미묘한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고, 그 러닝타임에 걸맞는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전작의 굉장히 심플한 플롯과는 달리 <레이드 2>는 몇년에 걸쳐 잠입수사를 진행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본 자카르타 범죄계 전체를 아우르는 구성을 하고 있고, 그 스케일을 보면 일부러 작은 스케일에 집착하여 성공했던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야심찬 범죄 서사극은 내러티브적으로 봤을 때 전혀 깊이가 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굉장히 부족한 개연성과 등장인물 묘사, 거기다 어디서 많이 본 에피소드들같이, 오히려 특별하다기 보단 좋게말하면 오마쥬, 나쁘게 말하면 지독하게도 평범하면서도 부족한 개연성 덕분에 이해조차 잘 가지 않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레이드 2>는 연출로 보나, 페이스로 보나, 액션 장르적 스타일은 물론 느와르적인 스타일에도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레이드: 리뎀션>이 간단명료하고 통쾌한 스토리로 극을 이끌었다면, <레이드 2>는 괜히 야심만 가지고 덤볐다가 이도저도 아닌 느와르 스토리가 된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거기에 잠입수사 시나리오는 영화가 진행될 수록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갑니다. 오히려 잠입수사라는 장치 자체가 오로지 전작과의 연결점을 위한 것이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후속편"이라는 족쇄가 내러티브에 굉장힌 큰 독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 잠입수사라는 전제 때문에 가면 갈 수록 진부해지는 주인공의 묘사와 깊이가 부각되기도 하고, 극의 개연성에도 그닥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 없거든요. 거기에 <레이드 2>의 스토리 자체는 영화 시작후 10분 정도부터 끝까지 전작과의 연결점은 주인공을 제외하곤 아예 전무하다고도 할 수 있기에 차라리 후속작이 아니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내러티브는 그저 멋진 연출과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라는 생각만 들 정도로 <레이드 2>의 내러티브적 요소는 아쉽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연출과 액션이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면 어떨까요. 만약 <레이드 2>가 소설이였다면 평범하다고 하기에도 모자랐을 테지만, <레이드 2>는 영화, 그것도 비주얼적 요소를 극대화 시킨 액션장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드 2>가 내러티브적으로 실패를 하였다고 해도 그게 영화 자체가 실패작이라고 연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2시간 반동안이나 그런 멋진 연출과 액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레이드 2>를 스토리를 기대하면서 보시는 분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겁니다. 전작도 오로지 액션과 공간적 독특함을 내세워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된 작품이죠. 그런 방향으로 <레이드 2>를 보면 이 영화는 당연한 성공작입니다. 전작처럼 굉장히 역동적이고 기발한 촬영과 화려하고도 잔혹할정도로 현실적인 무술, 그리고 꼼꼼한 편집의 삼위일체로 모든 액션 씬을 그 다른 어떤 영화와 비교조차 불허할 퀄리티로 끌어올린 것은 둘째치고, 느와르적 서스펜스도 굉장히 세련된 연출로, 특히 굉장히 적절한 사운드트랙을 사용함으로써 긴장감을 극도로 증폭시켜 "분위기"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합니다.

촬영만으로 따지자면 전작과는 달리 굉장히 화사한 화면을 자랑하는데요, 다채로운 색과 이미지 구성을 액션과 함께 성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오로지 연출만으로 전달합니다. 거기에 숨막힐 듯한 롱샷과 슬로우 모션등, 촬영 기법은 헐리우드 그 어느 영화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멋"을 보여주는데 올인하여 관객들의 눈을 쉬지않게 즐겁게 해줍니다.

액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레이드: 리뎀션>의 독특한, 서양 CQC의 현실감과 동양 무술의 화려함을 적절하게 혼합한 실랏을 훌륭한 촬영과 편집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 시켜 보여주는 연출은 그대로 이어지고, 거기다 전작과는 달리 화려한 로케이션들까지 보여주어 시각적 엔터테인먼트 요소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전작이 호평받았던 요소중 하나인 세트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한 액션 연출은, <레이드 2>에선 그 모든 액션 씬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답습한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영화 중 굉장히 큰 교도소 폭동 씬이 있는데, 이 아비규환을 무려 롱테이크로 잡아내는 괴물같은 기술을 보여주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거기다 느와르적 구성은 약하다고 해도, 액션물이라 생각했을 때의 내러티브는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자카르타 범죄계의 스토리가 실망스러워도 주인공 라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결들은 부족한 느와르적 감성을 채워주는 데 충분합니다. <레이드: 리뎀션>의 매드독이 그저 "미친 놈"에 가까웠다면, 액션으로 자신들을 어필하는 <레이드 2>의 캐릭터들은 조금 더 다채로운, 마치 만화에서 나온 듯한 독특한 군상을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드 2>는 여전히 최고의 "액션"영화중 하나입니다.

결국 생각해보면, <레이드 2>는 사실 <레이드: 리뎀션>보다는 오히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두 영화 모두 약간 부족한 내러티브와 캐릭터(물론 <달콤한 인생>은 내러티브적으로 더 완성도가 높긴 하지만 오마쥬적인 한계를 벗어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단점을 그야말로 "압도적인 멋"을 연출하여 덮어버린 작품이랄까요. 하지만 느와르적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였던 <달콤한 인생>과 달리, <레이드 2>의 문제는 영화 자체의 느와르적 요소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너무 의식한다는 점에 있고, 이게 내러티브를 중요시 하는 관객에겐 독이 될 수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태생이 액션 영화이고 그 부분 만큼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죠. 그래도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실망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한줄평: "실망스러운 스토리를 압도하는 스타일"
댓글 : 3 개
  • tuck
  • 2014/04/30 PM 02:24
한국에선 언제 개봉할지 몰라서.. 감상하신게 참 많이 부럽네요
궁금하던 부분이 좀 풀린느낌입니다. 좋은 리뷰 잘읽고가요
나온지 한달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야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라 요즘 놓친 영화들을 몰아보고 있네요.
감독은 심도 있는 스토리를 담아내고자 한것 같은데
관객들에겐 1탄보다 액션이
얼마나 더 발전 했는지가 관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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