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2014.08.25 PM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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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감독: 제임스 건 (James Gunn)
개봉일: 2014년 8월 1일
장르: SF, 판타지, 액션, 코미디

분명 <윈터 솔져>가 올해 최고의 마블 영화가 될거라 생각했지만 고작 한달만에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라는 작품이 나와 기쁨의 함성을 지른지 고작 2개월. 여름이 지나가기도 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물건이 또 저를 반겼습니다. 물론 이 셋다 지향하는 바는 완전히 다릅니다.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은 본래 싱어 감독의 비전인 사회적인 풍자/비판 요소를 한껏 가지고 있으면서도 <엑스맨> 시리즈라는 거대한 사가를 움직인 작품이였다면 <윈터 솔져>는 이미 탄탄하게 짜여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 안에서 한 캐릭터의 내면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또 다른 방향을 추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틀 안에서 프랜차이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마음껏 보여준 이 영화들은 안그래도 풍성한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을 더욱 즐겁게 해준 것 같습니다.

즐겁다, 라는 말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너무나도 잘 맞는 말입니다. 시작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투병중 사망하고 결국 슬픔에 휩싸인 주인공이 병원에서 도망치는 장면이지만, 이후 이 주인공이 난데없이 등장한 UFO에 납치된다는 황당한 설정이 전개되고 나서부터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올해 최고의 오프닝 크레딧 씬으로 삼고 싶은 주인공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의 적절한 댄스부터, 첫 엔딩 크레딧후 나오는 그루트의 댄스까지, 영화는 진지한 분위기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데 주력합니다.

생각해보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다크 나이트> 이후 히어로물이라는 서브장르에게 있어서 가장 큰 게임체인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와 <윈터 솔져> 두 작품 모두 <다크 나이트>와 비슷한 '진지한' 영웅물, 사회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을 지향하여 장르의 성숙함을 끌어올리려고 했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다크 나이트>의 완전한 안티테제라 해석해도 될 수 있을 정도로 정반대의 방향을 고수합니다. 물론 이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모습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 시켜 영화에 접목시켰기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적어도 여태까지의 히어로 영화 패러다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다크 나이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 자체에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 이 영화가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정통 스페이스 오페라라는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오랜만에 머리가 아닌 덕심(...)으로 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게 본 영화고, <파이어플라이>-<세레니티> 이후 비디오 게임계의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제외하면 거의 처음으로 정통 스페이스 오페라를 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타 트렉>은 솔직히 무작정 우주 활극이라고 하기엔 SF 밀리터리 느낌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답게 모험 활극에 서부극 느낌이 물씬나는 작품으로 영화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시키고, 7,80년대 느낌이 나는 배경음악에 맞물리게 영화의 전체적은 느낌도 80년대 느낌이 물씬납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이런 소스 마테리얼에 오마쥬를 바치면서도, 제임스 건 감독의 연출에 의해 클리셰는 뒤틀려지고 21세기 입맛에 맞는 작품으로 탈바꿈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영화는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이런 뒤틀림은 영화 내에 골때리는 유쾌함으로 이어져 극도의 오락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캐릭터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도 나옵니다. 주인공인 피터 퀼은 일반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나 영웅물에 나오는 영웅상이 아닙니다. 그는 자칭 '전설적인 무법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모라는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한 성질하는 암살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도 초반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짐으로 인해 모이게되었을 뿐, 이게 도대체 악당인지 영웅인지 감이 안가는 라인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무엇인가 고상한 이상을 추구하는 영웅이 아닌, '이기적인' 영웅들을 모아놓아 이들의 교감이 발전한다는 것을 내세워 극을 전개시킵니다. 이는 <어벤져스>가 택한 방식과 비슷한 전개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내면의 고뇌보단 인물간의 교감을 더 중요시합니다.

캐릭터간의 케미스트리로 풀어나가는 영화답게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로써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건 감독은 그 대신 작은 소품이나 샷들로 이들의 캐릭터를 확립시키는데 더 주력합니다. 특히 영화의 무드를 좌지우지하는 락큰롤 음악들은 실제로 주인공인 피터 퀼의 성격과 그가 가지고 있는 향수병을 상징하는 소품에서 나온 음악들이고, 로켓 라쿤은 등뒤의 실험 자국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과거를 암시합니다. 그나마 배경 스토리가 구두로 설명된 드랙스같은 경우는 그로 인해 가모라와 대립을 이루게 하여 이 두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를 극대화 시킵니다. '아이 앰 그루트'라는 세 단어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확립시킨 그루트는 말할 것도 없구요.

이런 연출들은 굉장히 효율적으로 캐릭터를 확립시킴과 동시에 영화가 '팀'에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각각의 개인사를 함축시켜줍니다. 그리고 영화는 언제나 이 4(+1)명이 함께 있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에 초첨을 맞추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팀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데 노력하여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이런 전개 방식은 캐릭터가 너무 많아 자칫하면 산만해 질 수도 있는 내러티브의 균형을 잡아주어 영화가 전체적으로 잘빠졌다는 느낌이 들게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간단한 스토리가 어찌보면 너무 진부하다는 겁니다. 물론 케미스트리에 치중했으니 영화의 몰입도 자체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영화 끝에 남는 건 오로지 캐릭터들 뿐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캐릭터에 치중한 케이퍼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목표인 '로난을 잡는다'에서는 팀원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할까요. 이는 지금도 많이 화자되는 멋진 롱테이크 샷으로 뉴욕 전투를 보여준 <어벤져스>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마블 영화답게) 악역인 로난이라는 캐릭터, 아니, 욘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캐릭터엔 애정이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는 느낌은 정말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로난은 드랙스와 비슷하게 진지한게 웃기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지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도 마블 특유의 고질병인 매력없는 악당(<토르: 천둥의 신>의 로키와 <윈터 솔져> 제외)을 그대로 답습한게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토르: 다크 월드>의 비중 제로인 말레키스보단 비중도 높고, 압도적인 강함도 보여주어 오히려 나쁘지 않은 느낌도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다른 마블 영화들과 달리 굉장히 가벼운 무드를 가진 영화입니다. 이런 유쾌함은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클리셰의 진부함을 그리 부각시키지 않고, '활극'이라는 틀 안에서 5명의 캐릭터들이 마음 껏 휘젓고 다닐 수 있게 도와줍니다. 캐릭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는 골때리는 말장난으로 대표되는 각본으로 완벽하게 짜여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팀의 오리진 스토리로썬 흠잡을 곳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상대적으로 <어벤져스> 유니버스와 아직까진 많이 동떨어진 스토리라 감독이 보다 자유롭게 스토리를 주무를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물론 이게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특색을 유지하면서 <어벤져스>와 연결이 될까 생각하면 걱정되긴 합니다만, 적어도 지금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이든 아니던간에, 재밌고, 재밌고, 또 재밌는 영화입니다.

한줄평: "그냥 너무 재밌다."




- 이렇게 길게 리뷰를 써놨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말하고 싶은 건 "봤냐 조스 웨던 빨랑 파이어플라이 리부트해라잉"일지도 모릅니다(...).

- 로난이 마지막에 비명을 지르는 장면을 보면서 이게 생각난 건 저 혼자였나요(...)

- 노웨어에 들어가며 흘러나오는 데이빗 보위의 Moonage Daydream은 정말 환상적이였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아이언맨이 우주 갈땐 Space Oddity를 틀어주세용.

- 이걸 보고 오랜만에 <시스의 복수>를 다시 봤는데, 정말 정떨어지는 연출로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몰입해서 계속 보게되는 제 자신을 보면 정말 구제불능의 스페이스 오페라 덕후인가 봅니다.
댓글 : 5 개
북미지역에 사시는 걸로 아는데..

(이미 아시겠지만)

한국에선 명량이 대히트 치는 바람에 이게 사실상 일주일 있다가 극장에서 내려갔어요.

저도 보려다가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때 마침 한국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위때문에 결국 놓친게 생각나네요.
한국은 그냥 스페이스 오페라랑 안맞나 봅니다.
첫개봉주에 아맥으로 두번본게 신의 한수였습니다. 이후 4회차까지 봤는데... 5회차는 힘들거 같네요...ㅜ.ㅜ
마블스튜디오는 기본적인 스토리로 일정수준을 잘 뽑아 내는거 보면 신기하더군요^^
내년엔 개봉이후 어떤 기록을 써 나갈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어벤져스, 윈터솔져하고 가오갤 빼고는 저와는 안맞더라고요
특히 토르 계열은 진짜...
ㅎㅎ전 이상하게 잘 맞아서... 물론 캡아1,토르1은 다른 작품들보다 별로긴 하지만... 북구신화에 적당한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토르도 나름 볼만은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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