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군도: 민란의 시대2014.09.11 PM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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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군도: 민란의 시대
감독: 윤종빈
개봉일: 2014년 8월 29일 (북미), 2014년 7월 23일 (대한민국)
장르: 서부극, 사극, 액션
러닝타임: 137분

<군도: 민란의 시대>는 현재 한국 영화 시장에서 굉장히 특이한 위치에 있는 영화입니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으로 대표되는 아트하우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달리 그 캐릭터가 굉장히 강합니다. 타란티노와 옛 스파게티 웨스턴 향기가 그윽하게 느껴지는 <군도>는 보다보면 어쩔 때는 한국인을 타겟으로 한 영화가 맞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 스타일이 이질적입니다. 그리고 이는 <군도>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이자 가장 큰 문제점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조선 철종 시대, 세도정치로 인해 나라가 피폐해진 시기에 활동하는 산적떼에 초점을 맞춥니다. 농민들을 쥐어짜며 부를 쌓는 토지 부자들과 그들이 주는 뇌물로 권력을 잡는 부패 관리들을 보면 영화는 사회 풍자를 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시놉시스를 보면 전형적인 사회 풍자가 들어간 한국 블록버스터같아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영화는 스타일에 치우친 느낌이 더 강하고, 사회 풍자는 오히려 예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이뤄집니다.

<군도>는 개인적으로 '아쉽다'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마 다른 분들이 느낀 아쉬움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윤종빈 감독이 계속 그런 느낌의 성숙한 영화를 만들기 원하기도 했지만, 서부극 팬으로써 <군도>가 택한 방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가 그로 인해 자잘한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운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사의 조율 실패입니다. 감독은 마치 타란티노 스타일을 오마주하려는 듯 영화를 5개의 막으로 나눴지만, 사실 딱히 필요했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영화는 오히려 타란티노 영화중 막으로 나눠져 있지 않은 <쟝고>의 서사 구조와 더 흡사하며, 막으로 나눈다 한들 내러티브 페이스가 더 명확해지지도 않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느리고, 어떤 때는 너무 휙휙 지나가는 일관성없는 진행은 관객들을 혼란시키고 빨리 지루해지게 합니다.

영화에 계속 나오는 나레이션도 약간 미스입니다. 나레이션 자체는 오마주로써 아주 좋은 연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나레이션이 한번에 너무 길게 계속되는 부분은 관객들이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영화를 보며 이런 씬들을 극 안에서 보여줬었다면, 아니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보여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는 연출 방식이였습니다.

극을 이끄는 등장인물들도 투톱을 제외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였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 블록버스터 사극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가는 캐릭터들이 많고 (이는 조진웅 씨가 연기한 캐릭터에서 가장 크게 드러납니다), 이들이 구성되는 방식조차 그다지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스파게티 웨스턴적인 클리셰를 차용하였다면 사극적인 배경과의 이질감에서 나오는 신선함이라도 존재했겠지만 <군도>는 조연 활용에 한해서는 그렇게까지 대담하진 않습니다. 유일하게 괜찮았던 조연이라면 활쏘는 홍일점인 마량이지만, 영화는 이 캐릭터 또한 마지막에 낭비시키는 듯한 느낌의 전개를 택합니다.

하지만 제가 <군도>에서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이런 사소한 미스가 아닌, 영화 전체를 뚫고 지나가는 '오마주'의 사용방식에 있습니다. 영화 오마주를 사용하는 굉장히 미묘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서부극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들을 소외시키는 연출을 자주 사용하지만, 이런 오마주들 대부분 실제 서부극, 타란티노 팬들에겐 그 강도가 약해 쾌감을 주지못하는 아이러니할 때가 있습니다. 액션 장면들은 굉장히 멋지지만, 15세 이상 이용가라 그런지 영화는 피가 화산처럼 분출되고 육두문자가 융단폭격되는 것으로 유명한 타란티노적인 뒤틀린 테이스트를 전혀 구현하지 않습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영화의 방향을 알고 기대하던 사람들에게도 아쉬움을 주는 단점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이도저도 아닌 오마주를 포현하는데도 급급하여 이 오마주들을 가지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확실히 사극과 서부극의 조합은 그 파격적인 느낌만으로도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조합으로 무엇인가 길이 남는 새로운 맛을 창조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고다르 감독이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그것(오마주)들을 어디서 가져왔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을 어디로 가져가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오마주이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을 기가막히게 조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창조해낸 <범죄와의 전쟁>과 비교하면 <군도>는 재료들이 잘 섞이지 않은 정크푸드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쾌감은 거부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군도>는 오마주 영화라는 성격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특색이 확고한 영화입니다. 이는 현재 충무로에 범람하고 있는 (그리고 어느정도 헐리우드에서도) 양산형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면 큰 플러스입니다. 윤종빈 감독은 <군도>를 통해서 '모두'를 즐겁게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쓸데없이 감동을 주려한다던가, 아니면 노골적인 사회 풍자를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 내에 존재하는 러브라인도 어디까지나 극의 감초로써 사용되지, 전체적인 흐름을 막는 장치로 폭주하지 않습니다 (이는 <명량>을 포함한 거의 모든 근래 한국 블록버스터가 가지고 있는 고질병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이끄는 투톱 또한 흥미롭습니다. 강동원 씨가 연기한 조윤은 <아저씨>의 원빈 씨 이후의 컬쳐쇼크일 정도로 스크린을 압도하고, 거기다가 영화는 조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를 단면적이지 않은, 굉장히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캐릭터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이는 강동원 씨의 웃을듯 말듯한 표정 연기로 완성되며, 그의 존재감으로 영화의 반이 캐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에 비해 하정우 씨가 연기한 도치는 비록 카리스마는 떨어진다고 해도 실수 연발에 지극히 친근한 바보같은 캐릭터인 것이 오히려 신선합니다. 도치의 일관성있는 무식함과 순진함은 자칫하면 쓸데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를 바로잡아줍니다. 그리고 그의 출신 스토리 또한 관객들이 그에게 감정이입하기에 충분한 역할을 다합니다. <쟝고>의 제이미 폭스는 러닝타임 내내 디캐프리오와 발츠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묻히는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쟝고가 실망스러운 캐릭터는 아니듯이, 도치 또한 주인공으로써 제 역할은 충분히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곳곳에 '윤종빈 스타일'이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윤 감독은 <군도>를 그냥 활극으로 봐달라고 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구도는 활극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윤종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지저분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 감독답게, <군도> 또한 '민란'이란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한양의 높으신 분들과의 정치싸움으로 넘어가기보단 오히려 억압받는 자들끼리 싸우는 구도를 은근히 보여주며 (조윤 또한 사회에 버림받은 사람이기에) 자칫하면 지극히 클리셰에 빠질 수도 있는 설정에 신선한 터치를 더합니다. 비록 엔딩의 쾌감이 많이 약하지만, 대신 상대적으로 착잡하고 불편한 입체감으로 부여하여 다른 방식으로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군도>의 아쉬운 점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대감의 차이에 의해 생긴 아쉬움으로, 영화 그 자체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사극과 서부극과의 조합이라는 이런 독특한 특색은 한국 영화씬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네요. 물론 "조금만 더 해줬었다면..."이란 기분이 계속 드는 작품이지만, <군도>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한줄평: "최상급 재료가 약간 설익었다고 재료의 맛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유혈이 낭자하지 않아 아쉬웠던 점은 빼고, 액션 씬 그 자체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주위 환경을 적절히 사용한 마지막 전투라던지, 그냥 칼들고 춤추는게 멋있다던지, 액션만큼은 최고였습니다.

- 오리지널 <쟝고> 오마주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댓글 : 20 개
윤종빈이 확실히 능력은있는데 캐릭터배분이나 나래이션은 거슬리고 헐거워 보이는 느낌이 강한 영화입니다.

그래도 다 연기는 잘했고... 새로운장르가 오 독특하네 이면 성공인데 그렇지못했죠;;;;
전 나레이션이 거슬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레이션 자체는 타란티노 스타일을 충분히 살린 연출이였어요.
조윤이 부자되는 경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심하게 길었을 뿐. 오히려 이 부분을 나눠서 나중에 짧게 또 나레이션을 넣었었으면 훨씬 더 깔끔했을 겁니다.
정말 그렇죠
스파게티 웨스턴 그자체
그 희귀성 하나만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강동원이 주인공인 영화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어쩡쩡한 영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요.
별로 큰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죠
장고풍 웨스턴 무비식 연출을 사극에 접목 시킬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쌈마이한 느낌이 나쁘진 않더군요
아쉬운 점은 갈수록 조윤과 그 서자 컴플렉스에 무게가 기울어져서 도치나 민중의 분노가 많이 묻힌게...
전 오히려 민중의 분노 자체는 윤종빈 감독이 거의 맥거핀에 가깝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별 상관은 안했습니다.
하지만 러닝타임을 조오금 늘려서 도치한테도 어떤 강렬한 컴플렉스를 주어 내면 묘사를 더 완성시켰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느낌이 들긴 했네요.
저도 큰기대를 안하고봐서 너무 만족햇던 영화
오히려 얼마나 쓰레기길래 이렇게 까나 한번보자라는 심정으로 봤는데

얼마 안나오는 강동원 보고 이정도면 영화값 충분히 한다 라고 느낌...

나레이션만 없었어도 더 좋았을 영화? ㅋㅋㅋㅋㅋ
나레이션이 그렇게 문제였었나요?
전 그렇게 안느꼈는데...
나레이션 자체 보다는 너무 구구절절한게 문제였던듯
특히 조윤의 과거사나 농민들을 착취하는 부분이 과하게 길었죠
이 부분을 좀 줄이고 다른데에 시간을 할애했다면 더 좋았을것 같습니다
아 저도 그건 좀 과도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실험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웨스턴느낌은 음악나올때랑 황야를 비출때만 느껴져서 아쉬웠습니다.
배경이 지리산인데 왜 다들 만주벌판을 달리고있었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리산 바로 아랫 자락이 드넓은 호남평야입니다. ^^;;;
전체적인 구도가 스파게티 웨스턴이죠. 땅을 독식하는 부자들, 척박해진 땅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 부패한 관리들...

그리고 마지막에 도치가 기관총 쏘는 장면은 노골적인 쟝고 패러디입니다.
사실상 극의 캐릭터와 플롯을 거의 그대로 옮겨 온 황석영의 장길산이
가지고 있던 장엄함에 좀 더 포커스를 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만히
들더군요.
장엄함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영화의 본질인 오마주에 치중하는 B급 테이스트가 사라져 오히려 특색조차 없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글쎄요. 말씀하시는 B급 테이스트라는 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색이지
본질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처럼 일종의
형식에 매몰된 영화라고 보기에는 사회적 패배자들끼리의 싸움이랄 수
있는 도치와 조윤의 마지막 전투가 보여주고 있는 처연하고도 묵직한
울림의 크기가 결코 작지가 않고요.

솔직히 군도의 결과물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아쉬움은 이런 '배분'의
실패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어느 한 쪽으로의 몰빵이 낫지 않았나
싶은 심정이 솔직한 감상입니다.
다른 영화였다면 몰라도 군도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오마주하는 트리뷰트 성격이 강한 영화입니다. 만약 여기서 오마주적인 요소를 전부 제외시키면 아예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할겁니다. 만약 퍼시픽 림에서 오마주를 빼면 뭐가 남을까요? 군도도 비슷합니다. 안그래도 페이스가 일관성이 없는 각본인데 압도적인 캐릭터조차 사라지면 정말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됬을겁니다.

사회적 패배자들끼리의 싸움은 저도 리뷰에 적었듯이 꽤나 괜찮았다고 봅니다. 허나 스파게티 웨스턴도 충분히 묵직하고 처연할 수 있으니 그걸 예로 들며 군도가 오마주 없이 전형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어도 괜찮을거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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