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 본격 여행가이드 소설 동행 #12016.08.08 PM 06:30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잔잔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그 어느때보다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내 두볼에는 뜨거운 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실 이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내고

 

남은 혈육인 내 동생마저 자신이 보내드린 여행 때문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3달 후 우울증에 사로잡혀 오빠인 나를 두고 자살이라는 선택을 해버렸다.

 

동생이 보모님 결혼 기념을 맞이해서 여행을 보내드리자고 제안했을때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 친것은 나였고

 

나 역시 그 계획을 함께 했으니 어쩌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 평생 식당일로 고생하시며 하루 맘편히 쉬지도 못하시면서도

 

가게를 꾸리며 우리 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주신 부모님에 감사하며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오실 수 있도록 동생과 내가 준비한 감사의 표시였는데

 

하필 그 여행에서 문제가 생길줄은 꿈에도 몰랐고 생겨서도 안됬을 일이었다.

 

여행에 익숙치 않은 부모님들에게 반 강제적으로라도 많은것을 보고 드실 수 있도록

 

패키지 여행을 준비 했었고 출발 당일날 아침 출발지도 향하시던 부모님의 차가

 

전날 과음을 하고 자신을 너무 믿었던 차량의 중앙선 침범으로 인해 같이 사고가 난것이다.

 

가해자는 전날 3시까지 술을 먹고 아침까지 푹 자고난 뒤 자신은 술에 깨였다고 생각해서 운전대를 잡았다지만

 

혈중 알콜농도는 그가 아직도 만취상태임을 보여줬다.

 

더 열받는것은 사고친 그 남자는 심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지만 

 

그 차에 떠밀려 언덕로 밀린 부모님차는 벼랑으로 떨어져 차량이 폭파해 버리는 바람에 돌아가신거였다.

 

더 이상 슬픈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이 들지만 더 이상 슬픈 생각을 하면 슬픔이 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마비시킬것만 같았다.

 

가족들과 함께 살던 이 아파트의 옥상 만큼 내가 죽을 곳에 어울릴곳은 없었다.

 

비록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끼치긴 하겠지만 가족들과 살던곳에서 멀리 떨어지긴 싫었다.

 

맨정신에 자살시도하면 웬지 자살을 포기할꺼 같아서 소주를 마시며 과거를 떠올리던 나는

 

이윽고 소주 2병을 마신 후에나 비틀비틀 거리며 옥상 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영화에서 보면 이럴때는 비도 오고 천둥마져 치던데 현실은 그것과는 동떨어지게 그 어느날보다 맑은 날씨였다

 

"어이 아저씨 거기 잘못하면 떨어져"

 

 

 

내가 잘못들은건가? 아니면 술에 취해서 환청이 들리는건가?

 

옥상으로 오면서 문은 분명히 잡궈둬서 경비원이 아니면 못들어왔을텐데?

 

아니면 술을 오래 마시는 통에 벌써 깅비원이 확인하러 다니다가 발견된 것인가?

 

굵직하지만 젊은 목소리로 봐선 30대 정도의 남자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거 아저씨 말 참 못알아 먹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내 어깨를 끌어 당겼고 술까지 취한 나는 몸의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뒹구면서 한바퀴 돌긴 했지만 술기운때문인지 느껴지는 어지러움은 배가되었다.

 

"아직 살날도 남은 양반이 이러면 곤란하지"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거리며 앞을 쳐다보자 웬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 앞에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누구세요?"

 

간신히 정신 차린 내가 내맽은 첫 마디였다.

 

"나? 자기 명을 끊으려는 바보를 말리러 온 사람이지"

 

"내가 죽든 말든 그쪽하고는 관계가 없을텐데..."

 

"이봐이봐 말을 놓지 말라고 보기와 달리 나이가 몇곱절은 될테니"

 

점점 제자리로 돌아오는 정신을 붙잡으며 그 사내를 다시 쳐다보았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 검은색 구두 깔끔한 상투머리까지...잠깐만 상투???

 

"내참 명이 한달이나 남은 사람이 명이 끊길꺼 같아서 와보니...말세야 말세"

 

혀끝을 차며 남자는 나를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는데...아무래도 상투가 거슬렸다.

 

"저승사자 귀찮게 하면 지옥가는거 몰라?"

 

"네?? 저승사자요??"

 

"네 가족들이 너보다 먼저 가버린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남은 명줄을 끊을꺼 까지는 없잖아?"

 

자신을 저승사자라고 소개한 남자는 품속에서 태블릿pc를 꺼내더닌 뭔가를 열심히 입력하기 시작했다.

 

상투튼 머리도 자신을 저승사자라고 게다가 태블릿을 사용하는 이 남자의 태도에 난 당황해서 움직이는것조차 버거웠다.

 

"19xx년 x월 x일생 이름 김도윤 사망일시 20xx년 x월 x일생 한달 남은거 맞는데 신기하네.."

 

"저기 뭐가 신기하다는거죠?"

 

"말했잖아 명줄이 남았는데 자신의 명줄을 끊는 사람은 없는데 넌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끊어질뻔했다고"

 

"어차피 한달차이면 어차피 먼저 죽어도 상관 없는거 아닙니까?"

 

"헛소리! 한달이면 밥만 90끼를 더 먹고 숨을 몇번을 더 쉬는데! 중하단걸 몰라!!"

 

갑자기 호통치는 저승사자 덕에 깜짝 놀라며 술도 한순간에 깨버렸다.

 

부모님한테 혼날때도 호통을 듣고 이정도로 놀라고 가슴떨린적은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문뜩 궁금한게 생각났다.

 

"저기...저승사자라면 원래 죽은사람을 데려가는일만 하는거 아닌가요? 어째서 제 앞에..."

 

"아아..죽은 사람들 안내도 하지만 너처럼 명줄에 안맞게 행동할려는 사람도 행동을 저지하러 다니지.....만...참 신기하네.."


"뭐가 말이죠?"

 

"내가 말릴려고 했을때도 이미 죽어서 명줄 끊은애들이 수두룩 한데 너처럼 나와 대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거든"

 

"그럼 저처럼 죽음을 막은경우가..."

 

"흐음 글쎄....몇백년만인거 같은데....아마 마지막으로 살린녀석이 똥통에 빠진녀석이라 고생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자살을 하든 뭘 하든 죽는건 한달뒤에 생각해 네놈 명줄은 30일은 남았으니까"

 

황당한말만 내 뱉는 자신이 저승사자라고 밝힌 남자는 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더 적응 안되는것은 도윤이었다.

 

막상 죽을려고하는데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죽는걸 말리다니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상황이었고


하루하루가 1년같은 도윤에게는 끔찍한 일이었다.

 

"이왕 오신거 그냥 저를 데려가십시오 그게 저승사자가 하는일 아닙니까?"

 

"저승사자라고 무조건 데려간다고 생각하지마 명부에 없는놈을 내가 어떻게 데려가라는거냐?"

 

"그럼 제 대답은 하나입니다"

 

도윤은 바닥에 딩굴던 소주병을 들어 바닥에 내려쳐 깬후 그대로 자신의 목을 찍으려 했지만

 

어느샌가 도윤앞으로 다가온 저승사자는 그의 손을 붙잡아 자살할려는 것을 막았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저승사자가 그렇게 만만하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데려가십쇼 아니면 어떻게든 숨을 끊을겁니다."

 

"이런 미친자식"

 

저승사자는 도윤에서 병을 뺏어서 저 멀리 던저 버리고 바닥에 나뒹굴던 빈병도 멀리 치워버렸다.

 

"지금 저를 안데려가면 한달 내내 이렇게 대치할 수 밖엔 없을겁니다"

 

"하...미친놈..."

 

단호한 도윤의 자세에 저승사자는 포기했다는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야야...내가 사람들 데릴러가면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줄 알아? 단 하루만 아니 한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달라고

 

최소 10분만이라도 시간을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넌 어찌 그리 반대로 할려고하는거냐?"

 

"저에겐 이 세상에서 단 1초도 더 있기 싫은 사람입니다."

 

"너 그러다 지옥간다?"

 

"지옥에 가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곳만 아니면 좋습니다."

 

"하아.....너 정말 하고 싶은게 아예 없는거냐? 누굴 만난다던지 뭔가를 완성한다던지 아니면 주변을 정리한다던지"

 

"없습니다...그냥...그냥...데려가 주세요"

 

"몇천년만에 이런놈은 또 처음보네...좋아 그럼 5분만 생각해봐라 그 뒤에는 내가 처리할테니"

 

"5분이요?"

 

"그래 5분 딱 5분동안이야 그 뒤에는 네놈 결정을 들어주겠지만 웬만하면 사는쪽으로 생각해보라고"

 

저승사자는 마지막으로 도윤에게 5분이라는 시간을 줬다.

 

아무리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생각을 하다보면 뭔가 놓친것이 있을테니

 

5분만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그걸 찾아내길 바랬다.

 

저승사자는 죽으려는 것을 막으려 하고 당사자는 죽여달라고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졌다.

 

도윤은 5분동안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다 저승사자의 말대로 정말 놓친게 없는건지

 

아니면 이 상황에서 죽어도 미련이 정말 없을것인지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저승사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생각을 안해볼 수 없었다.

 

"아...그러고보니...."

 

"뭐 생각났어?"

 

"하나 생각났어요 안해본것중에 아쉬움이 남는거"

 

도윤은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때 학교에서 단체로 간 여행은 있었지만

 

성년이 된 이후에는 공장과 노가다를 다니는 통에 단한번도 친구들과 여행을 갈 기회가 없었다

 

휴가를 받아도 다른 친구들과 상황이 맞지 않아 한번도 못갔던 것이다.

 

하지만...문제는 있었다 그 친구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연락이 끊기면서 지금은 같이 다닐 친구가 없다는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이 제일 후회스러웠다. 마음 맞는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는것을...

 

"친구랑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잘됬네 30일간 즐겁게 즐겨!"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 도윤에게 반갑다는듯이 말했다.

 

"근데 문제가...지금 같이 갈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자...잠깐만 그 소리는...?"

 

"네..저랑 같이 여행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하....미치겠네......"


 

 

 

<다음화 부터는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