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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이야기] 군대이야기-세븐-2013.01.11 PM 03:38
그냥저냥 프로그램 코딩하다가 막힐때 심심풀이 삼아 써보는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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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습관은 일하다가 손이 막히곤 할때 기사를 찾아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곤 하는 것이다.
요즘은 글연습도 할겸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하는데, 아무거나 지어내서 쓸 수는 없으니 옛날 이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냥 옛날이야기를 뭐 아무거나 또 할 수는 없으니 가장 보편적이고 하기 편한 군대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써보겠다.
때는 03년. 내가 입대한 때가 6월말. 한창 살인적인 여름 햇살이 내리쬘 시기였는데, 이 시기를 지나 7사단 훈련소 및 경찰학교를 수료하고 충남천안의 전투경찰대에 막 배치를 받은 시기이니 대략 8월인가 9월 쯤 됐겠다.
나를 비롯한 7명의 동기가 이 부대에 막 배치를 받았는데, 당시로선 전투경찰이 뭔지도 잘 몰랐고, 대충 시위막는 애들 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온 전투경찰중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적응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도착한 시간대가 어둑어둑해진 밤이라 그런지 안그래도 허물어져갈 것처럼 허름한 중대 시설은 '아 이게 사람이 사는 곳인가?'라고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흉가에 가까운 비쥬얼을 자랑하고 있었다.
처음 도착한 우리는 각 전투소대에 배치받기 전에 본부소대라는 곳에서 일주일가량 관리를 받게 되었다.
그곳에서 대략적인 체계와 분위기를 읽고 전투소대에서 무개념짓을 하지 말라는 취지였던 것이다.
뭐 누구나 대한민국 군대를 두번 가지는 않겠지만(아 싸이..;) 어쨌든 인생에서의 첫 군대라 당시 나를 비롯한 우리동기들은 매우매우 어리버리한 상태였다.
우리를 담당하던 상경(전경은 병이 아니라 경으로 부른다)고참은 신병이 할일이 없으면 누워서 재우곤 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 개념없는 개객기야 내밑으로 니위로 다불러와. 넌 오늘 뒤져써' 이러고 있으니 긴장이 팽팽하게 선 하루하루가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들의 향후 군생활을 결정하게될 결정적인 사건이 결국 발생하고야 말았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인 '세븐' 사건이었다.
우리동기들은 총 7명. 각각 전부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었는데,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먼저 가장 키크고 잘생긴(대략 190은 되었을 것이다) Y씨, 토목과를 나와 공병대가 꿈이었지만 전경으로 차출되어 울던 안경지성파 C씨, 오타쿠(나중에 수경-병장-되서 하는 짓이 나의 치도리를 받아라!) P씨, 개그가 특기인 밝은 캐릭터 S씨, 반대로 과묵하지만 잘챙기는 R씨, 그리고 나,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J씨 이렇게 7명이었다.
매일매일 긴장을 풀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그날도 정말 평소와 같은 평범한 일석점호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경대의 일석점호는 당직관이 와서 점호를 시작하기전에 몇번의 연습을 진행한다.
가장 열심히 하는 연습이 바로 인원체크로 말년 똥고참들은 연습중엔 바닥에 눕거나 온갖 개그를 부리며 신병들의 번호를 방해하기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바친다.
그리고 이것에 정신이 팔려 웃거나 번호를 틀린다.
..............그 뒤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알사람은 다 알것이다.
아무튼 이 몇차례의 연습도 무사히 통과해 오늘 하루도 잠을 푹자고 내일 일이 시작되겠구나 싶었는데... 문제는 직원이 와서 점호를 시작한 본게임에서 참사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보고를 맡은 상경 고참은 능숙하게 경례를 하고 인원을 보고한후 "번호!"를 외쳤는데, 당시 자리 배치는 1번 고참1, 2번 고참2, 3번 Y, 4번C, 5번 P, 6번 나, 7번 J, 8번 S, 9번R 이런 순서였다.
번호! 를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다음 순번을 향해 고개를 팍 돌리면서 큰소리로 하나!! 부터 시작하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
이 터진 것이다. 그 다음부터 번호는 하나씩 어긋나 결국 10번째 고참이 번호를 하나 더세고 받아 총 번호는 맞게 보고되고 점호는 잘 마쳤으며, 직원은 "야~ 신병이 좀 어리버리하구나" 하고 웃으면서 넘어갔는데... 군대 분위기를 아는 사람은 다들 알것이다.
저런 말이 나오면 보통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만다.
결국 극도로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나를 비롯한 신병동기들은 속으로 '어머니!' 를 외치며 공포에 떨고 있었고 보고를 맡은 상경 고참은 분노로 근무모를 집어 던지며 J를 노려보며 불렀다.
그런데..................
J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고참이 야
야
야
야
하고 부르는동안 J는 딴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대답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었다.
고참이 부르는 소리가 늘어날 수록 분위기는 더욱더 살벌해졌고 급기야 고참이 일곱번째 불렀을때, J는 네 이경 J! 하면서 가까스로 대답을 해내었다.
극도로 분노한 고참은 "너 이 개념없는 개객기야. 내가 몇번 불렀어?" 라고 대답을 했고
J는 잔뜩 쫄은 목소리로 "이... 일곱번입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우리는 모든 희망을 포기했다.
결국 그날 밤은 군생활 내내 잊지못할 지옥같은 밤이 되었고, 그는 일곱번입니다 라는 대답으로 군생활 내내 '세븐' 이라고 불리며 군생활이 꼬여버렸으며, 우리들도 '세븐의 동기'라며 순탄치 못한 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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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일하자.
댓글 : 4 개
- 차기 캡짱
- 2013/01/11 PM 03:48
ㅋㅋㅋ 깨쓰 걸렸겠넹
- 울프맨
- 2013/01/11 PM 03:50
ㄴ차라리 '아닙니다;' 라고 말했으면 나았겠지만 '일곱번입니다' ....이말 듣는순간 머리속이 하예지더라구요
- m00k
- 2013/01/11 PM 04:00
그냥 죄송합니다 라고 대답하면 될것을.....으악 지옥의 상황이 머리속에 펼쳐진다
- memory0810
- 2013/01/11 PM 04:27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해지네요 끔찍하다 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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