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드라마] (블룸버그) ‘에반게리온’ 30주년, 애니메이션을 영원히 바꾼 작품2025.10.18 PM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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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5-10-18/30-years-of-evangelion-the-show-that-changed-anime-forever

2025년 10월 18일 오전 9:00 (GMT+9)


기어로이드 라이디 (Gearoid Reidy) 기자 

기어로이드 라이디는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로 일본과 한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북아시아 속보팀을 이끌었고 도쿄 지국 부국장을 역임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 사진: 코스트포토/누르포토/게티 이미지



블룸버그 AI 선정 핵심 요약


•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프로이트적 정신분석, 실존적 불안, 그리고 정체성 위기를 겪는 국가에 대한 은유를 거대 로봇 슈트가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라는 기만적인 외피로 감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대중문화(pulp) 이상으로 격상시키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았고, 2006년 일본 문화청 조사에서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되었습니다.


• 이 시리즈는 철학과 의식의 의미, 개성·젠더·성 정체성의 본질, 그리고 고독의 고통과 거절 및 상실의 위험 사이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선택을 탐구하며, 2007년에서 2021년 사이에 개봉된 4편의 영화로 재탄생했습니다.



1995년 10월 어느 수요일 저녁 6시 30분 도쿄,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영원히 바뀌었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프로이트적 정신분석, 실존적 불안, 그리고 정체성 위기를 겪는 국가에 대한 은유를 거대 로봇 슈트가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라는 기만적인 외피로 감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 시간대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상징적인 만화 '닌자 거북이'가 방영되었습니다.


'에반게리온'은 단연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서양 SF 영화를 단순한 볼거리에서 생각을 자극하는 예술로 승격시키는 데 기여한 것처럼, '에반게리온'은 '아키라',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고(故) 콘 사토시의 영화들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을 저급한 대중문화(pulp)의 영역에서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귀멸의 칼날'이 '슈퍼맨'이나 '미션 임파서블'보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며 일본 (애니메이션) 매체가 주류가 되었지만, 전 세계가 이 장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바로 '에반게리온'이었습니다.


2006년 일본 문화청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이를 "오타쿠 문화 역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정표"라고 불렀습니다. '오타쿠'는 일본의 '괴짜(geek)' 하위문화를 지칭하는 단어지만, 현재는 일본 국내외에서 점점 더 주류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관습을 의도적으로 깨뜨린 시리즈치고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에반게리온'은 언뜻 보기에 종말 이후의 도쿄를 배경으로 거대 '메카(mech)'에 탑승한 10대 조종사들, 세상을 구할 운명을 지닌 영웅의 여정을 떠나는 어린 소년 등 전형적인 청소년 SF 설정을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유대-기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철학과 의식의 의미, 개성·젠더·성 정체성의 본질, 그리고 고독의 고통과 거절 및 상실의 위험 사이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선택을 탐구합니다.


팬들에게 '에바'로 알려진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14세 소년 이카리 신지가 비밀 조직 '네르프(NERV)'에 의해 동명의 메카 조종사로 발탁되어 '사도'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괴물들로부터 '제3 신도쿄시'를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신지는 징징대고, 성마르며, 비겁한, 비호감형 주인공입니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 작업에 참여했으며 수년간 우울증과 싸워온 창작자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두려움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작품이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안노 감독의 정신 건강이 압박감 속에서 더욱 악화되자, '에바'는 TV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급선회를 하며 매우 어두운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괴물과의 싸움은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로 대체됩니다. 이는 예산 삭감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했지만, 주인공들이 자신의 자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과감한 시도였습니다. 결정적인 최후의 전투로 향하는 듯했던 줄거리는 대신 신지의 잠재의식 속에서만 전개되는, '제4의 벽'을 깨는 난해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팬들의 거센 반발은 1997년 극장판 제작으로 이어졌는데, 이 영화는 결말을 다시 이야기하는 동시에 보완하며, 팬들의 분노마저 작품을 탄생시킨 하위문화에 대한 '메타 비평'의 일부로 활용합니다.


'에바'는 일본 외 지역에서는 컬트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일본 본토에서는 하나의 '제도'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질라'가 일본의 원폭 트라우마를 반영했다는 것을 알지만, '에반게리온'은 더 현대적인 공포를 비춥니다. 자신을 이해하려 애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일본이 전환점에 있던 시기의 정체성 위기를 보여줍니다. 1980년대 버블 경제가 무너지고 전후(戰後) 사회 계약도 함께 붕괴했습니다. 1995년은 고베 대지진으로 6,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 가스 테러를 자행한 해로, 사회 자체가 붕괴할 위험에 처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다시 한번 유사점을 지적합니다. "안노 감독의 또 다른 자아(alter-ego)인 신지를 그토록 괴롭히는 '세상 속 나의 자리 찾기'는 일본이 직면한 극복 불가능한 과제입니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마침내 뒤로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우리는 곧바로 독자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무력함에 직면했습니다. 일본은 지금 '자아를 갖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탐구에 휘말려 있습니다."


그는 2005년에 이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에바'는 마치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처럼 다시 태어났습니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개봉된 4편의 영화를 통해 안노 감독은 처음에는 원작을 그대로 복제하는 리메이크로 시작했다가, 이내 더 야심 차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체 서사로 방향을 튼 프로젝트로 돌아왔습니다.




2012년 인터뷰에서 안노 감독은 단순히 오락에 머물러야 할 것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오타쿠'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Rebuild of Evangelion)' 시리즈는 완성까지 또다시 수년이 걸렸지만, 또 다른 결말을 제시합니다. 이는 정신적으로 더 안정된 안노 감독이 (아마도) 지나치게 온라인에 몰두하는 팬들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의도하는 동시에, 기존의 열린 결말보다 더 많은 희망을 제공하는 결말입니다.


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이상한 특징 중 하나는 파칭코 기계부터 맥도날드 버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활용되며 '오타쿠' 문화에 기대는 동시에, 그 문화에 대한 '메타 비평'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거대 로봇과 노출이 심한 소녀들을 등장시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팬 서비스'라는 고정관념에 부응하는 동시에, 이를 해체합니다. 즉, 로봇은 끔찍하게 무섭고, 소녀들은 성적 매력을 주기보다는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줍니다.


일본 안팎에서 애니메이션은 이제 '오타쿠'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이로 인해 '에반게리온'처럼 날카로우면서도 대중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가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노 감독의 걸작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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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에반게리온’ 30주년, 애니메이션을 영원히 바꾼 작품


1. 도입: '에반게리온'의 등장과 역사적 의의 


1995년 10월 처음 방영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30주년을 맞이하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거대 로봇물이라는 외피 속에 프로이트적 정신분석, 실존적 고뇌, 국가적 정체성 위기에 대한 은유를 담아내며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서구 SF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처럼,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서는 장르로 격상시켰습니다.


2. 핵심: 장르의 관습 파괴와 깊이 있는 주제 


'에반게리온'은 표면적으로 10대 소년 '이카리 신지'가 거대 로봇을 조종해 괴물(사도)과 싸우는 전형적인 SF 설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관습을 파괴합니다. 주인공 신지는 영웅상과는 거리가 먼, 나약하고 비겁한 인물로, 이는 우울증을 겪던 창작자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내면을 반영합니다. 작품은 철학, 의식의 본질, 성 정체성, 그리고 고독의 고통과 타인과의 관계 맺기 사이의 고뇌라는 무거운 주제를 탐구합니다.


3. 시대적 배경: 1990년대 일본의 불안과 정체성 위기 


이 작품의 성공은 1990년대 일본의 사회적 불안과 깊이 공명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버블 경제가 붕괴하고, 1995년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가 발생하며 사회 전체가 정체성 위기를 겪던 시기였습니다.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는 주인공 신지의 자아 찾기 과정을 "전쟁 트라우마 이후 독자적인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일본의 고뇌"에 비유했습니다.


4. 진화: 파격적 결말과 '신극장판'을 통한 재탄생 


제작 과정에서 안노 감독의 정신적 악화와 예산 부족 문제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는 전투 대신 인물의 내면 심리에만 집중하는 파격적인 전개로 나아갔습니다. 이 난해한 결말은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는 1997년 극장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안노 감독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4편의 '신극장판(Rebuild)' 시리즈를 통해 원작을 재해석했습니다. 이는 오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오타쿠' 문화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 동시에, 원작보다 더 희망적인 결말을 제시하려는 시도였습니다.


5. 결론: '오타쿠' 문화와의 역설적 관계와 지속되는 영향력 


'에반게리온'의 가장 큰 특징은 각종 상품과 팬 서비스를 통해 '오타쿠' 문화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도, 동시에 그 문화를 비판하고 해체하는(예: 로봇을 공포스럽게, 캐릭터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묘사) 역설적인 태도에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주류 문화가 된 지금, '에반게리온'처럼 날카롭고 대중적인 걸작이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작품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댓글 : 1 개
어느덧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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