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컬쳐] 창세인의 마법공방 : Chapter. 2 신들의 시대 (1) - 광명의 제국 페르시아2014.07.12 PM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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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인의 마법 공방 Chapter. 2 - 신들의 시대 (1)


 


광명의 제국 페르시아


 


아후라마즈다 문양.jpg


 

기원전 539년, 아케메네즈 왕조의 키루스 2세는 약 1500년 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맹주로 군림해온 바빌로니아 제국을 무너뜨렸다. 이후 그의 후손들은 서로는 이집트부터 동으로는 인더스 지역까지, 그리고 북으로는 그리스계 이오니아 지방을 아우르는 거대 제국을 건설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페르시아 제국'이다.


 


사실 페르시아는 멀리는 기원전 8세기의 메디아 왕국부터 가까이는 1935년에 이란으로 국호를 바꾼 팔레피 왕조까지 이란계 민족에 의해 세워진 여러 왕국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좁은 의미에서는 BC 550년부터 BC 330년까지 존속했던 아케메네스 왕조와 AD 226년부터 AD 651년까지 있었던 사산조 페르시아 정도를 지칭한다.


 


페르시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 제국 이전에 근동 지방에 존재하던 가장 큰 나라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의 3대륙을 아우르는 최초의 세계 제국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헬레니즘 시대 이전에 이미 동서 문화 융합의 초석을 깔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영화 '300'등 서구적인 편견이 가득한 매체들에서 나오는  폭압적이고 야만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페르시아는 피정복민의 관습을 존중하고 유일신교임에도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는 등 이민족들에게 상당히 관용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이는 페르시아 안에 다양한 문화가 서로 융합되고 꽃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키루스 2세는 모든 시민의 종교의 자유, 노에제 폐지, 부역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급여 지급을 보장하는, 세계 최초의 인권 선언문인 '키루스 원통'을 발표할 정도로 관대한 군주였고, 바빌로니아에 잡혀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키고 이스라엘로 돌아가 성전을 재건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때문에 성경에서도 외국인 지배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기름 부음을 받은 고레스(키루스)'라고 극찬 받았으며, 그리스의 크세노폰은 그를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모범으로 꼽기도 하였다.


 


크세르크세스.jpg


 

- 마법사의 기원이 된 마구(Maγu)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종교 의례를 담당하는 사제 계급을 '마구(Maγu)'라고 불렀다. 이것을 라틴어로 표기하면 '마기(Magi).' 바로 마법사(Magician, Mage)의 어원이 된다.


 


본래 마기는 페르시아 왕국의 전신인 메디아 왕국의 사제 계급으로, 메디아 왕의 부마였던 키루스 2세가 메디아를 복속시키고 메디아의 관습을 흡수하면서 페르시아의 사제 계급이 되었다. 이후 사산 왕조 대에는 조로아스터교가 페르시아의 국교가 되면서 모우바드(m?bad)라는 신관 계급이 탄생했는데, 이들 역시 그리스 등의 서구권에서는 그냥 '마기'라고 불리며 앞선 계급들과 동일시되었다. 서양에서 마기가 마법사의 대명사가 된 것도 마기가 동양적인 분위기의 사제, 점술가, 주술사 등 신비주의적 성격을 가진 인물을 통칭하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인들 자신이 마구에 대해 남긴 기록은 없어 그들이 정확히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떤 제례를 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마구들은 사체를 새나 개에게 먹이고, 개미와 뱀 등의 파충류를 무차별하게 죽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의 신관들은 현대의 세스코...?) 이로 미루어보아 그들은 페르시아 내에서 장례와 도시 안의 위생을 책임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들 마구는 성경에서도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수가 태어날 때 그를 찾아온 3명의 동방 박사가 바로 이 마구인 것이다. <마태 복음서>에 따르면 이들 동방 박사들은 하늘에서 동쪽으로 떨어지는 별을 보고 그 별의 방향을 따라가 예수가 태어난 마굿간에 도착했다. 그들은 예수 앞에 엎드려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하고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를 통해 마구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앞날을 점치는 점술가였으며, 의학에도 정통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대부분의 고대 마법사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크리스트교에서는 세 동방 박사의 이름은 청년의 발타자르(Balthasar: 유향, 신성을 상징), 중년의 캐스퍼(Casper: 황금, 왕권을 상징), 노인의 멜키오르(Melchior: 몰약, 죽음을 상징)라고 이야기하지만, 시리아의 교회는 라르바다드(Larvandad), 호르미스다스(Hormisdas), 그슈나사파(Gushnasaph)라는 페르시아어 이름을 사용한다.


 


마기.jpg


 

<고대 페르시아 문화 중 주로 천일야화를 모티브로 하는 애니메이션 '마기'>


 


- 이원론적 유일신교, 조로아스터교


 


강대했던 페르시아의 구심점이 되어준 국교는 바로 조로아스터교. 불을 숭상한다고 해서 배화교라고도 알려진 종교였다. (엄밀히 말해서 조로아스터교의 숭배 대상은 광명이고, 불은 그 상징일 뿐이지만.)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자라투스트라(Zara?u?tra)는 현대의 이란, 혹은 아프가니스탄 부근에서 태어났다. 고대의 많은 성자들이 그러하듯 자라투스트라의 탄생 년도에 대해선 BC 660년부터 BC 6000년까지 이견이 분분하다.


 


조로아스터교는 빛과 지혜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를 단 한 명의 신으로 섬긴다. 때문에 유일신적인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지만, 다신교를 인정하던 페르시아의 분위기 상 다른 신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아후라 마즈다는 여러 이민족의 신들의 위에 있는 단 한 명의 진정한 신으로 삼고, 다른 신들은 그를 보좌하는 선한 영으로 배치하는 것 정도로 타협을 보았다.


 


조로아스터교가 단순한 유일신교가 아닌 이원론적 유일신교라고 불리는 이유는 선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신인 앙그라 마이뉴의 대결을 골자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은 모두가 영원한 존재이고, 각자 위의 영역(하늘)과 밑의 영역(지하)를 관장하고 있으며, 이 세상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 싸운다. 이렇듯 둘의 힘은 거의 대등하긴 하지만 둘의 위상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숭배하는 유일신은 어디까지나 아후라 마즈다이며, 강대하긴 하지만 앙그라 마이뉴 역시 그의 여러 피조물 중 하나일 뿐이다. 초기의 조로아스터교에서 앙그라 마이뉴에 대항하는 선한 영은 아후라 마즈다의 피조물인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지혜, 사랑, 봉사, 경건, 완전, 불멸의 여섯 덕목을 관장하는 6명의 영)였으나, 후대에 집필된 <아베스타>에서는 스펜타 마이뉴가 곧 아후라 마즈다 본인이며, 결국 아후라 마즈다가 앙그라 마이뉴를 꺾고 모든 악을 완전히 소멸시킬 것이라는 종말론을 내세우고 있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신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이나 기원보다는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의 세 가지 선을 추구할 것을 가르친다. 아후라 마즈다나 앙그라 마이뉴는 인간의 마음을 두고 서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아후라 마즈다의 뜻에 따라 선을 행할지, 앙그라 마이뉴의 유혹에 따라 악을 행할지는 인간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다. 사후에 천사인 미트라의 저울대에 올라 선한 쪽으로 기울면 천국으로 가고, 악한 쪽으로 기울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사후 심판의 개념 역시 조로아스터교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본래 조로아스터교는 메디아를 비롯한 동부 이란 지역에서 믿는 소수 종교였으나 조로아스터교도인 키루스 2세가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아우르는 제국을 건설하면서 이 지역의 국교가 되었다. 초기의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내세우긴 했으나, 이민족의 신들을 부정하지 않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에게 제국이 한번 무너진 후 다시 일어선 사산조 페르시아는 아케메네스 왕조와는 달리 강력한 중앙 집권화를 추구하면서 국교로서의 조로아스터교의 권위를 더욱 강화했으며, 이교도에 대해서도 가혹하게 탄압하였다.


 


앙그라마이뉴 성배.jpg
 

<페이트 스테이나이트에 등장하는 앙그라 마이뉴>


  


번창하던 조로아스터교의 몰락은 사산조 페르시아의 멸망과 궤를 같이 한다. 7세기에 일어난 이슬람교는 빠른 속도로 페르시아 전역을 정복해 갔다. 물론 이슬람교도 이민족의 종교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로아스터교는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비무슬림에 대한 가혹한 세금과 차별은 점차로 조로아스터교도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결과를 낳았다. 더욱이 많은 수의 조로아스터교도들이 정치적인 분쟁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해외로 도망치기도 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교도의 수는 조로아스터 주로 중앙 아시아를 중심으로 약 15만에서 2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렇듯 지금은 완연히 꺼져 가는 불인 조로아스터교지만, 후대의 종교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우선, 선신과 악신의 대립구도인 이원론적 세계관, 천국과 지옥으로 이루어진 사후 세계, 심판론, 종말론, 구세주와 부활에 관한 교리는 거의 전부가 조로아스터교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트교는 물론이고, (유대인들이 바빌론 유수로부터 해방된 것이 누구 덕분인지, 타종교에 배타적인 성경이 유독 호의를 보낸 인물이 누구인지를 잘 상기해 보시라!) 인도의 힌두교나 동양의 불교 역시 이런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적든 많든 받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주신을 아후라 마즈다(줄여서 아후라), 악신의 하수인인 악마를 다에바라고 부르는 데에 반해, 힌두교에서는 선신이 데바, 악신을 아수라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두 문명의 사이를 짐작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힌트라고 하겠다.


 


조로아스터교는 현대까지 약 2500년 이상을 존속해 왔기 때문에 수많은 분파를 낳았다. 천사인 미트라를 아후라 마즈다의 후계자로 숭배하는 미트라교는 로마로 넘어가 여러 황제들의 숭배의 대상이 되었으며, 페르시아를 벗어나 인도로 간 조로아스터교도들은 '파르시', 중국으로 넘어간 사람들은 '배화교도'가 되었다. 


 


이렇게 고대의 각종 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로아스터교이기에 현대 판타지에 미치고 있는 영향 역시 막대하다. 게임 '디아블로'에서 선신 아누와 악의 용 티타멧으로부터 시작된 천사와 악마의 영원한 분쟁이나, 소설 '슬레이어즈'에서 마왕 샤브라니그두와 용신 쉬피드 사이에 벌어진 신마전쟁, 그 외에 신족과 마족의 대결을 골자로 하는 모든 판타지 작품들은 바로 조로아스터교의 세계관을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소설 '더 로그'에서는 조로아스터교의 미트라가 팔마교의 탄압을 받는 미트라교의 주신으로 나오며, 게임 '에이지 오브 코난'이나 '악튜러스'에는 앙그라 마이뉴의 이름을 딴 '아흐리만'이 등장한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와 그 후속작인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에도 앙그라 마이뉴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무협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의천도룡기'에서는 주인공인 장무기가 조로아스터교의 중국 분파인 명교의 주인이 된다. 이 세계관에 따르면,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본래 명교의 무사로 장무기의 부하였으나 명교를 배신하고 자신이 황제가 된다. 의천도룡기의 명교는 이후 '마교'라고도 불리며 수많은 무협 소설에 등장하고 있다.


 


Anu_and_Tathamet.png


 



 - 천일야화, 근동 판타지의 보고


 


조로아스터교 외에도 페르시아의 대표적인 아이덴티티이자, 후대의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는 역시 '천일야화(???? ??? ???? ?????, Arabian Nights)'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천일야화는 사산조 페르시아 후기에 페르시아를 비롯한 소아시아, 그리스, 이집트, 인도 등 여러 지역의 민담과 전설을 한 데 모아 만든 일종의 설화 모음집이다. 또한 후대의 여러 아랍권 국가들에서 번역되고 각색되면서 당대의 설화 뿐 아니라 이슬람 계열의 설화들도 다양하게 포함한, 말 그대로 근동 수백 년 망상의 보고가 되었다. (천일야화에서 가장 유명한 알라딘과 알리바바의 이야기는 사실 프랑스 번역가 갈랑에 의해 삽입된 아랍 계열 설화이다.)


 


천일야화 자체는 현명한 여인인 세라자드가 부군인 샤리아르에게 1001일동안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품에 따르면, 샤리아르 왕은 어느날 노예와 부정을 저지르는 왕비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매일 새로운 처녀와 잠자리를 맺고 다음날 그녀를 처형하는 기행을 저지르게 된다. 당연히 나라 안의 처녀들이 씨가 마를 지경이 되자, 한 대신의 딸이었던 세라자드는 자진해서 왕에게 시집가 매일 밤 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흥미 있을 만한 데서 끊는 악랄한 수법을 통해 1001일동안 목숨을 부지한다. 결국 왕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3년이나 걸려서...!) 그녀와 아들 딸 낳아서 남은 여생을 알콩달콩 살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천일야화는 신비주의적 색채가 강한 설화도 많지만, 범죄, 여행담, 역사 이야기, 교훈담, 우화, 심지어는 야설에 가까울 정도로 적나라한 막장 로맨스도 포함하고 있다. 샤리아르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매일 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만 했던 세라자드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흔히 '지니'라고 알려져 있는 고대 근동의 정령인 '진'이나, 언데드의 대명사로 알려진 '구울',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거대 새 '로크' 등 판타지에 인용할 원형이 무궁무진하므로, 아랍 풍의 판타지 소설을 쓰고자 하는 분들께는 1888년에 완연된 R.F 버턴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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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 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훌륭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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