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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서태지`의` 아이들[서태지 20주년上]2012.03.23 PM 10:04
1992년 3월 23일 '난 알아요' 앨범이 발매된지 정확히 20년. 서태지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우리 대중음악사라는 통시적 관점에서 '서태지'라는 뮤지션이 갖는 의미를 음악 자체만으로 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서태지는 데뷔 이래 음악적으로 매 앨범마다 줄 곧 변화를 시도하며 장르적 일관성 혹은 하나의 조류를 만드는 것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비슷한 음악을 하며 '제2의 서태지'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가수도, 심지어는 '아류'로 불릴만한 가수도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상당수의 가수들은 분명 서태지'의' 아이들이다.
새롭지 않은 것은 진부한 것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의 가수들의 경우 장르적인 변화가 거의 없었다. 트로트 가수는 다음앨범에서도 트로트를 불렀고, 댄스가수는 어김없이 비슷한 댄스곡으로 컴백했다. 조용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수들이 자신의 장르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2년 1집 '난 알아요'에서 랩을, 2집 '하여가'에서는 힙합과 국악을 결합시킨 장르로 컴백했다. 3집 '발해를 꿈꾸며'에서는 돌연 록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고, 4집 '컴백홈'에서는 갱스터랩이라는 장르를 선보였다. 솔로 이후 록 이라는 장르적 일관성을 유지해 오긴 했지만 조금씩 세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신곡을 발표할 때 마다 새로운 음악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룰은 서태지 이후 데뷔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고스란히 일종의 의무처럼 부과됐다. 서태지만큼의 장르적 도약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내세워야 했다. 새롭지 않은 것은 진부한 것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놓은 것. 앨범 소개에는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의 스타일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이라는 설명이 공식처럼 따라 붙게 됐다.
직접 작곡을 해야 '실력파'
서태지는 지금까지 총 8장의 앨범에 75곡을 모두 자신이 작사, 작곡, 편곡했다. 또 모든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 했으며 5집 앨범의 경우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직접 녹음 했다.
서태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가수들, 신해철, 신승훈, 015B, 푸른하늘 등 상당수가 스스로 곡을 쓰고 프로듀싱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 였지만 유독 서태지의 이 같은 행보는 대중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그가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회적으로는 열등생인 반면 기성세대의 룰을 깨고 자신의 꿈을 좇는 소위 신세대의 상징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서태지는 소위 '딴따라'를 뮤지션, 또는 창작자라는 인식까지 끌어올렸고 자연스럽게 서태지라는 이름은 뮤지션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서태지 이후 기획사 시스템 속에서 제작된 H.O.T, 잭스키스 등 아이돌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이들이 데뷔 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하나 같이 작사, 작곡을 시도한 것도 서태지가 만든 이 같은 가수에 대한 인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또 현재까지도 '실력파'라는 홍보용 수식어가 그 결과물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자작곡의 유무 여부로 활용되는 것도 역시 서태지의 영향이다.
메시지를 통해 같은 세대의 공감을 얻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4년도에 발표한 3집 '발해를 꿈꾸며'는 음악자체 보다 앨범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큰 파장을 남겼다. 10대들이 열광하는 가수가 통일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기 때문. 여기에 입시교육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을 선동적이리만큼 과격한 가사에 담은 '교실이데아'까지 큰 화제가 됐다. 4집 '컴백홈'(Come back home)은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뤄 또 한번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열광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냈고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세대의 가치를 인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서태지 이후 소위 아이돌 가수들이 특정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가사의 노래를 들고 데뷔한 것은 이 같은 서태지의 행보를 따른 것. H.O.T가 학교폭력을 다룬 '전사의 후예'로, 비슷한 시기 젝스키스가 교육문제를 주제로 한 '학원별곡'을 들고 나온 것도 마찬가지다. 이후에도 동방신기의 '오정반합' 최근 데뷔한 뉴이스트가 발표한 '페이스'(Face) 역시 같은 방식이다.
물론 이들의 노래를 서태지의 곡들과 같은 맥락으로 보기는 어렵다. 엄밀하게 말해 메시지로 젊은 세대들을 공감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제작자들이 아이돌 가수들에게 특정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곡들을 부르게 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태지의 성공 이후 아이돌 가수들이 '세대 안에서의 공감'이라는 전략적 포인트를 발견한 것. 이들 역시 결국은 서태지의 아이들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nobodyin@mk.co.kr]
댓글 : 1 개
- hamman
- 2012/03/23 PM 10:41
역시 서태지. 다음 음반 빨리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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