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서태지 20년 소송史 ‘그의 투쟁’[서태지 20주년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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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 이래 20여건이 넘는 크고 작은 법적분쟁을 경험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세간의 구설 탓에 법정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는 것에 비해 서태지는 특정 문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서태지와 관련된 소송 중 피소건 보다 고소건이 많은 것은 이 같은 서태지의 관점과 원칙을 방증한다.

초상권 저작권 등 기본 권리 확립

언론에 소개된 서태지의 첫 소송은 1992년 서태지가 데뷔한 해부터 시작된다. 서태지는 1992년 11월 서태지와 아이들 일본 공연 실황 비디오를 판매한 제작사를 상대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소송은 콘텐츠의 저작권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인 까닭에 세간에 큰 화제가 됐다. 주지하다 시피 당시는 지상파에 출연했던 방송 영상이 공공연하게 비디오로 편집 돼 판매, 대여되던 시절이다.





또 1994년 서태지는 자신의 사진으로 브로마이드나 홍보 전단지를 만든 5개 회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소송을 냈다. 같은 해 서태지는 자신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인형을 만든 업체 역시 같은 이유로 고소했다.

이 같은 형태의 법적 대응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태지를 캐릭터화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제작 판매한 의류회사를 고소하며 퍼블리시티권(이름 및 초상, 기타의 그를 특징지을 수 있는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태지 소송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컴백홈'을 패러디 한 이재수를 고소한 사건이 있다. 2001년 이재수는 서태지와 저작권협회의 사전 승인 없이 '컴백홈'을 패러디 해 발표했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소송 결과는 패러디의 관한 국내 최초의 판례며 국내가요계에 리메이크 절차와 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공연윤리심의위원회와 저작권협회‥존엄성 회복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의 위상을 갖게 된 결정적인 사건 중 하나는 우리 대중문화사에서 사전심의제도 철폐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맞물려 있다. 서태지는 1996년 4집 앨범의 사전심의 과정에서 '시대유감' 등 일부 곡이 검열을 당하자 가사를 빼거나 '삐-' 소리를 넣어 앨범을 발표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공윤은 '서태지의 4집 앨범에 사전 심의 당시 없었던 가사가 무단으로 삽입되고 가사를 바꾸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서태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사전심의에 대한 반대 여론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결국 1996년 6월 7일 결국 사전심의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전심의제도 폐지가 서태지가 주도한 사건은 분명 아니다. 정태춘 가수들과 상당수의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그동안 사전심의제도에 반대해 꾸준히 투쟁을 펼쳐온 것은 분명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서태지와 서태지 팬들의 행동을 계기로 그 오랜 투쟁이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이재수의 패러디 사건을 계기로 서태지는 소송 끝에 2003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탈퇴했다. 서태지는 2006년 저작권협회를 상대로 3년 4개월간 방송사 등에서 징수한 저작권료 4억 680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저작권협회는 서태지에 5000만원 배상하라"라는 판결을 받은 상태다. 이 사건은 현재 저작권 협회 독점형태에서 복수의 저작권 관리 업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생활 문제‥이지아와 이혼소송

서태지의 20년 소송사 중 사생활과 관련한 문제는 극히 드물다. 임신설 등 황당한 루머들을 비롯해 사생활과 관련한 각종 소문들은 꾸준했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거의 없다. 지난해 이지아와 이혼소송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놨던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이지아는 서태지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등 55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서태지와 이지아가 2000년 미국 LA에서 결혼, 약 3년간 부부로 생활했음이 드러났다.

이 소송에서 이지아는 4명, 서태지는 3명의 변호사가 선임되는 등 대대적인 법정공방이 진행됐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이지아는 소를 취하했지만 서태지가 이를 거부, 결국 6개월 만에 법원 조정으로 일단락 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당시 서태지 측의 이지아 소 취하 거부다. 양측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소취하 합의 내용 중에는 '두 사람의 혼인생활과 관련된 자료를 제 3자에게 유출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출판, 전시, 음반 발매 등 상업적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위약금 2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20년 동안 닫혀 있다가 한꺼번에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가 일순간에 다시 봉인된 셈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