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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다이하드2013.02.11 PM 11:56
중학교 때, 단체관람으로 '다이하드3'를 본 뒤로
다이하드 시리즈에 완전히 꽃혀버렸다.
당시만 해도 비디오는 빌려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던 시절에
비디오 집 가서 다이하드 비디오를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냐고
통사정을 해서 결국 비디오집 아줌마가 전편을 구해 주었는데
비디오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전 시리즈를 복습하고 또 복습했다.
브루스 윌리스가 너무 좋아져서
그 양반이 나온 작품은 뭐든 찾아 봤었다.
다이하드는 사실 그냥 재밌는 오락영화지만
내겐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도 항상 브루스 윌리스같이 늙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영화의 특성상 불가피했던 허름한 아저씨 차림도 좋았다.
아무리 다급해도 잃지 않는 위트도 너무 멋있었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인 크리스마스가 배경이었고...
어린 시절 내내 빠져살았던 영화인만큼
그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면
꼭 친한 친구 두 명을 데리고 가서 보았다.
이번에도 '굿 데이 투 다이하드'라는
제목으로 후속편이 나온다고 하여
무척 기대를 많이 했다.
최근들어 너무 심하게 정신적으로 피폐했었던데다
마음이 너무나도 쓸쓸했던지라
마치 평생을 기다렸던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고대하고 또 고대했다.
영화를 본다고 크게 삶이 달라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 후련해질것 같았다.
빡빡이녀석은 새로 사귄 애인이랑 여행을 간다고
시간이 없다며 투덜투덜댔지만
결국 시간을 냈고
또 한 녀석은 브루스 윌리스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녀석이라
아무 말 없이 바로 튀어나왔다.
영화의 스토리도 상관없었고
러닝타임도 상관없었고
보여주는 영상도 상관없었다.
단지 브루스 윌리스와 다이하드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그걸로 됐다.
나는 입을 헤~벌리고 그냥 그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잊었다.
기다리던 영화 한 편을 본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던 속편이 극장에 상영된 것만으로도 좋았다.
너무너무 홀가분한 기분으로
친구들과 말없이 담배를 피며 걸었다.
한참 걷다 설에도 연 중국집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시켜 먹었다.
친구들도 나도 말은 안해도 안다.
그 영화 한 편이 지금의 무너진 나를 순식간에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은 없다는 걸.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는 내가 결코 모든 걸 다 잊고 행복해서 웃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친구들은 다이하드의 개봉과 동시에 나를 찾았고,
나를 위해 시간을 내었고,
나와 함께 영화를 보며 즐겁게 웃고 몰입해서 보았다.
나와 함께 누군가가 그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한 것이다.
다이하드는 늘 내게 좋은 추억을 안겨준다.
댓글 : 2 개
- 구름 _
- 2013/02/12 AM 02:20
좋은 친구 자랑글!!!아주 좋네요
어서 어서 기운차리시길^^
어서 어서 기운차리시길^^
- 次元大介
- 2013/02/12 PM 11:00
구름 _ // 애인자랑은 못해도 친구자랑만큼은 얼마든 할 수 있는 게이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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