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일 영화] [DAY11] 모던 타임스 (Modern Times, 1936)2014.05.16 PM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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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던 타임스 (Modern Times)
감독: 찰스 채플린 (Charles Chaplin)
제작년도: 1936년
장르: 코미디, 드라마

우스꽝스러운 표정, 넓은 통바지와 무식하게 큰 신발, 동그란 중산모와 상징적인 지팡이... 찰리 채플린하면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정치적, 사회적 풍자와 영화라는 미디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모던 타임스>도 그런 찰리 채플린의 풍자 영화중 하나로 사회주의적면서도 현대 대중문화를 유쾌하게 비꼬는 작품입니다.

<모던 타임스>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시기와 유성영화 시기의 과도기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1936년은 첫 대중적인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가 개봉한지 9년이나 지난 유성영화의 시대였고, 찰리 채플린도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성영화 실험을 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채플린하면 유성영화인 <위대한 독재자>가 생각나지만, 채플린은 무성영화의 아이콘이였고 무성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던 사람이였기에 사운드 시대가 왔어도 무성영화에 집착을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과도기 시절 작품인 <모던 타임스>는 영화 대부분이 무성이긴해도 몇몇 인물 한정으로 대사가 약간 있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됩니다.

영화의 가장 첫 샷은 소몰이를 하는 장면으로, 바로 디졸브 되면서 현대인이 공장에 몰려가는 샷으로 전환합니다. 영화는 노동자들과 소를 비교하면서 소들이 카우보이에 의해 몰아지는 것과 같이 노동자들도 남들에 의해 이끌려가는, 목적없는 삶만을 사는 것을 보여줄뿐만 아니라,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유명한 그래픽 매치(원시인이 던진 뼈가 컷트하여 우주선으로 화면이 바뀌는 장면)와 비슷하게 소들을 몰던 그 옛날과 "현대"를 노골적으로 옆에 두고 비교하면서 둘은 달라진 점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이 소처럼 몰아지는, 어찌보면 더욱 몰상식한 시대가 되었다고 시사합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바로 <모던 타임스>에서 유일하게 대사가 있는 자들은 부르주아인 것입니다. 이름이 없는 주인공은 아예 대사가 없으며 강압적으로 들려오는 회사 사장의 명령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 사장의 명령은 자본주의에 의해 계급화된 현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죠. 이 영화의 대표적인 장면인 사장에 명령에 의해 빠르게 움직이게 되는 컨베이어 벨트에 걸려 결국 기계 속으로 들어가 톱니바퀴사이에서 주인공이 낀 장면은 노동자와 기계가 일원화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상징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대사있는 인물인 세일즈맨은 끊임없이 말하며 자신의 물품을 어필하는데, 이 또한 물질주의적인 현대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세일즈맨이 가져온 "음식 먹여주는 기계"야 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주의라는 덫에 걸려 주는대로 받아먹다 결국 포화상태에 이르는 현대 사회의 컨슈머를 재미있게 비꼬는 장치죠. 이렇게 영화의 첫 부분은 무리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폐혜를 비꼬는 유쾌한 메타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모던 타임스>의 또다른 주인공은 폴레트 고다드가 연기한 빈민가의 여자아이(역시 이름이 없습니다)입니다. 실직한 아버지가 총맞아 죽고 여동생들은 고아원에 보내져 혼자 남게된 여주인공은 주인공과 경찰이라는 매개체로 얽히게 됩니다. <모던 타임스>가 제작된 시기가 바로 악명높은 대공황 시기였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파업하는 노동자와 진압하는 경찰의 대립은 당시 여러 영화에서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모던 타임스>에선 사회의 다른 모든 강압적인 사회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경찰도 희화됩니다. 이런 경찰들에 의해 주인공과 여주인공은 뜻하지도 않게 시도때도없이 구치소를 들락날락 거리며 자신들의 꿈인 집을 가지는 데 계속 방해받게 되고, 결국 드디어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을 때도 정부 요원의 등장에 의해 그 꿈이 박살 나며 도시에서 도망치게 됩니다. 이렇게 <모던 타임스>는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 빠져 점점 소외되가는 소시민들의 시각에서 본 "현대"를 묘사하고 있고, 이런 기계적인 시스템을 채플린 특유의 유쾌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적절하면서도 신랄하게 비꼬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흔히들 채플린이 무성영화에 보내는 찬사이자 유성영화에 대한 풍자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 역시 현대사회에서 대중문화를 접하는 대중을 풍자하는 씬이기도 합니다. 이 씬에서 채플린은 (자신의 커리어 사상 첫 목소리 연기인데도!) 관객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인 프랑스어/이탈리아어가 혼합된 로 노래를 애드립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데, 이 것은 유성영화에서 대사라는 기믹에 의해 빠져드는 관객들을 풍자한 것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를 접할 때 자신이 뭘 보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비평적인 마인드조차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고 무조건 열렬히 호응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성공으로 카페의 엔터테이너로 발탁된 주인공에겐 결국 정부 요원 때문에 자신의 애인과 함께 그 카페를 떠야하는 아이러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던 타임스>의 대단한 점은 바로 이런 풍자가 지금 와서도 이해가 될 정도로 영원하다는 것입니다. 시대는 모더니즘을 벗어나 포스트모더니티이라고 불리는 시대에 다다랐지만 <모던 타임스>의 사회정치적 풍자는 현재의 상황에 빗대어도 그다지 벗어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기믹만 가득 찬 대중문화와 책임감없는 컨슈머리즘에 빠진 사람들을 풍자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산업화로 대표되는 모더니즘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티 시대까지 풍자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영화는 1936년도에 만들어졌지만 2014년 현재도 정부에 항의하는 자들은 경찰들이 막아서며 돈없는 자들은 돈있는 자들에 의해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 대중에 의한 마약과도 같은, 문화의 무의미한 소비가 점점 극단화되어가는 것도 사실이죠. 이와 같은 사실을 생각해보면 <모던 타임스>의 위대함은 단지 당시 상황에 대한 절묘한 메타포뿐만이 아닌, 100년 앞까지 내다본 채플린의 선견지명이 아닐까요.

한줄평: "80년 후, 우린 아직도 그가 본 세상을 살아간다."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오늘도 영화를 두편 봤습니다.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어느 날 밤 생긴 일>을 봤는데요, 개인적으로 스크류볼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지라 스크류볼 코미디, 나아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시초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을 보게되서 무척이나 좋았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30일 영화 챌린지 중 가장 기대되는 영화가 역시나 스크류볼 코미디인 조지 큐커 감독의 <필라델피아 스토리>인데.... 아직 1주 이상 남았네요.
애니/만화 덕질할때도 츤데레를 좋아했는데 영화보면서도 스크류볼 코미디를 좋아하는 걸 보면 취향이란게 잘 안바뀌나 봅니다.

내일의 영화는 존 휴스턴 감독의 <몰타의 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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