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라팽 오 로크포르2017.03.21 AM 05:41
Le Lapin au Roquefort라는 요리로, 이름처럼 프랑스 요리입니다.
제목을 굳이 프랑스어로 적은 이유는 한국어로 뭐라 번역해야 하는지 애매해서;;;
직역하면 대충 토끼와 로크포르 치즈 정도가 되겠습니다만 이렇게 쓰면 그닥
제대로 조리된 요리라는 느낌도 확 와닿지 않고 해서요 허헣
감기를 열흘 정도 심하게 앓아서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해 고기를 못 먹었더니
단백질이 너무나 그리워서 흨흨 낫자마자 신나게 꼬기 꼬기 거리며 시장 가서 사왔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구해다 먹는 토끼는
제가 해체를 직접 해야하는 통토끼이므로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고
영 아니겠다 싶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원래는 이날 요리를 해서 먹으려고 했는데 어떠한 해프닝으로
계획이 변경되서 그냥 손질만 해놓고 다음날 먹기로 정했습니다.
수줍게 웅크리고 있는 토끼를
만세 시켜줬는데...
콩팥이 하나 없습니다. 누구야 내 토끼 신장 하나 떼간 놈이!!!
근데 얘가 도축 된 뒤에 좀 험하게 다뤄졌는지 골이 날아갔네요.
아재들 좀 젠틀하게 손질하지, 다 돈 받고 파는 상품인데 ㄷㄷ
토끼의 큰 장점 중 하나로 지방이 정말 적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저게 한마리에서 나온 기름 다인데, 이번에 사온 토끼는 지난번에 사온 놈보다
기름이 많은 축으로, 손질하기 정말 쉽고 편합니다.
하나뿐이라 슬픈 콩팥과 심장, 허파를 따로 떼서 보관합니다. 저거 맛있어요.
갈빗대와 살의 경계를 나눠줍니다. 등심은 포를 떠야하거든요.
골이 날아간 게 비쥬얼이 좀 거시기하지만 뭐 뇌도 어짜피 나중에 먹을거니까
따로 부수지 않아도 되서 편하다면 편하네요.
앞다리 두개와 머리, 갈비를 분리해준 뒤,
등에 칼집을 내어 포를 떠줍니다.
등뼈에 살이 좀 많이 붙어있게끔 잘 못 포를 떠서 살짝 아쉽지만
어짜피 저것도 나중에 먹을거니까 괜찮습니다. 토끼는 뼈 이외에는 다 먹을 수 있어요.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등심을 돌돌 말아둡니다.
다리는 그냥 살결을 따라 칼집을 내주면 뼈를 딱히 토막내지 않고 분리할 수 있습니다.
관절이라 반대로만 꺽어주면 쉽게 튀어나오거든요. 이건 닭 손질할 때도 동일합니다.
이렇게 해체를 다 끝냈으면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핏물을 빼준 뒤 다시 물을 따라 버리고 하룻동안 냉장고에 놔둡니다.
그리고 이날 요리할 때 쓴 재료들.
양송이와 셜롯을 손질 한 뒤 옆에 놔두고
쓸 부위들은 도마에서 대기.
살이 거의 없는 부위로는 육수를 내줍니다.
파슬리와 후추, 소금을 넣고 육수를 우립니다.
살코기들은 올리브 오일을 쳐발쳐발한 뒤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이 대충 베이게 하고
얼마간 놔둡니다.
그리고 이 요리의 주인공이자 문제의 그 치즈.
평소에 치즈를 사먹어봤자 $14 짜리 까망베르 치즈도 비싸서 잘 안 사먹는데
싸구려 입맛인 저에게는 너무 비싸네요. 사실 로크포르라는 치즈 자체가
로크포르 지방의 지정된 동굴에서 숙성 시킨 것만 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샴페인이랑 비슷한 음식인데, 맛은 감정사가 아닌 저로서는 그냥 일반 다른
푸른 곰팡이 치즈와 차이를 못 느꼈기에 나중에 먹어보고 살짝 후회가 들긴 했습니다 ㅠ
젖소의 우유로 만든 치즈는 아니고 양젖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향이 꽤 강하고 맛은 꽤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그런 느낌입니다.
너는 너무 비싸니까 조금만 써야지 흨흨
이제 로크포르 요리만 주구장창 해먹게 생겼네요. 너무 많이 사온듯 해요 ㅠ
육수가 준비되면
팬에 버터를 녹여줍니다. 원래는 태울 생각은 없었는데 손씻으면서 한눈 팔다가 ㄷㄷ
뭐 그래도 토끼에 색이 잘 입혀졌으니 성공이라고 우겨보도록 할게요.
No Colour, No Flavour (쑻)
토끼 다리가 대충 익으면 베이컨과 등심살도 넣어서 달달 볶아줍니다.
얘들도 대충 볶아지면 이젠 셜롯을 넣고 달달
그리고 그 다음은 양송이 차례.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더 추가해 주어 간을 맞춥니다.
웬만큼 다 볶아지고 보기에 딱 좋은 색이 돌면
백포도주를 꼴꼴꼴 넣어줍니다.
그리고 알코올이 다 날아갈 쯤이 되면 아까 만들어 놓은 육수를 추가해서 더 졸여주다가
잘라놓은 로크포르를 투하합니다.
로크포르마저 다 녹으면 이젠 크림을 넣고 잘 저으며 졸이면 끝입니다.
뽀글뽀글
맛을 본 결과 꽤 만족했습니다. 토끼야 워낙 좋아하고
관건은 로크포르인데, 애초에 로크포르가 푸른 곰팡이 치즈인데다가
제가 꽤 좋아하는 맛이라서 요리해놓으니 상당히 괜찮네요. 다만
역시 문제는 가격대비 만족도로, 다음에 이 요리를 한다면 로크포르 이름은
떼고 그냥 일반 저가 블루 치즈로 대체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니들 건 나한테 좀 비싸 흨흨
- 박청장님
- 2017/03/21 AM 06:49
요리도 맛있어 보입니다~ 군침 도네요.
- 까나디엥
- 2017/03/21 AM 08:21
- 큐라소
- 2017/03/21 AM 06:52
- 까나디엥
- 2017/03/21 AM 08:23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