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中·美·印, 앞에선 “기후위기 대응”… 뒤로는 잇속 챙기기 분주2021.11.02 PM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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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총회서 엿본 ‘속내’

中 랜선 참석, 영상 연설도 생략
美 바이든 “적극 행동” 설파하며
유가 급등에 석유증산 촉구 모순
印 “2070년 탄소중립” 한술 더 떠

印尼 등 100개국 토양회복 합의
선진국 셈법에 공동대응 전망 ‘암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화상을 통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 참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1∼3위 국가의 ‘동상이몽’이 기후위기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1위 배출국 중국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달랑 종이 성명만 내놨고, 2위 미국석유 증산 압박에 나섰다. 3위 인도탄소중립 시점을 다른 나라보다 20년 늦은 2070년으로 제시했다. 겉으론 기후 대응을 외치면서 뒤로는 국익을 먼저 챙기는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COP26 정상회의 첫날인 1일 영상 연설조차 하지 않고 서면을 통한 인사말만 남겼다. 그것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야 한다”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60년 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기존 목표의 재확인에 그쳤다. 세계 탄소 배출 1위 국가인 중국이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 등 서방 주도의 국제회의에 ‘들러리’ 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국제사회에서 리더 자리를 되찾으려 하는 중이다. 이에 미국 주도의 국제 무대에서 성과가 나오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일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국의 탄소 배출 감축 공약은 어떻게 추진될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행동을 설파하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요구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산유국을 향해 공급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유가 안정화를 이뤄 정권 부담을 덜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모순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표면적으로는 모순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정상 연설을 하고 있다. 

존 케리 미 기후변화특사도 “만약 바이든이 5년간 증산을 요구했다면 나는 특사직을 그만두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는 산유국들에 일시적 증산을 요구한 것이다. 경제를 셧다운해버린 뒤 ‘좋아, 우리는 석유를 안 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대통령을 두둔했다.

환경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본부 사무총장은 “기후위기 속에서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다”며 “증산을 요구하면서 1.5도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냐”고 지적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COP26 연설에서 207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으려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나 다른 나라의 목표에 비해 20년이나 늦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하지만 탄소 배출에는 5%의 책임만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그는 “개도국의 탈탄소화를 돕기 위해 선진국이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며 ‘선진국 책임론’을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도 최근 “이번 COP26에서는 기후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부자 국가가 지구 온도 상승 완화 조치에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각국의 복잡한 셈법이 COP26의 전망을 어둡게 하지만 일부 성과도 나왔다. 세계 100개국 이상은 이날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전세계 산림의 85%가 있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을 포함한 100여개국은 ‘산림·토지 이용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에 포함된 산림 면적은 3360만㎢로, 한국의 336배 넓이다.


툰베리 “지도자들 심각한 척만” 1일(현지시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영국 글래스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담장 밖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툰베리는 “(지도자들이) 우리 미래를 심각하게 여기는 척하지만,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목표 이행을 위해 영국을 비롯한 12개국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120억달러(141000억원)의 공공기금을 조성해 개도국의 토양 회복과 산불 진화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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