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우리 언론의 현주소 (김재삼)2021.12.17 PM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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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륙은 이상한 곳이다.모든 대륙 중에 가장 척박한 땅이다. 단지 비가 적게 내리는 사막이 많아서가 아니다. 땅 자체가 매우 척박하여 경작하기 힘들다. 그리고 기후 패턴도 이상하다. 아시아, 북미, 유럽은 매년 같은 기후가 반복된다. 북미와 아시아는 여름에 강우가 많고 겨울에 가물고 유럽은 그 반대이다. 하지만 호주는 기후 패턴이 십여년을 두고 변화한다. 어떤 해는 매우 가물고 어떤 해는 비가 너무 많이 온다.

불과 수천년 전 대만에서 출발한 한 무리의 종족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들을 차례로 개척해 나갔다. 이 지역에 있었던 검은 피부의 멜라네시아인들은 계속 밀려났다. 그 멜라네시아인들이 최후까지 있던 곳이 지금의 호주 대륙이다. 심지어 뉴질랜드는 점령했는데 호주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화산지대의 비옥한 땅을 지닌 동남아시아와 섬들에 비해 호주는 너무 척박했기 때문이다. 자바섬에서 불과 몇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인도네시아인은 호주로 가지 않았다.

그런 호주가 이제 근대 이후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원을 책임지는 국가가 되었다. 고품질의 철광석과 석탄은 과거를 책임지는 자원이다. 아직도 인류는 석탄에서 나오는 전기, 코크스(석탄이 원료) 용광로에서 뽑혀나오는 철강에 의지하고 있다. 19세기보다는 훨씬 낮은 역할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전력자원이자 우리 난방을 책임지는 천연가스가 호주에 많이 매장되어 있고 생산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에너지의 총아로 떠올랐다 이제는 미운털이 박힌 우라늄도 다량 매장하고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호주가 이제는 미래를 책임질 자원도 지니고 있다. 배터리를 만들 리튬, 니켈, 코발트, 그리고 미래 제조업의 총아 원료인 희토류 등을 다량 매장하고 있다.

미중 갈등, 러시아 유럽 갈등, 아프리카와 남미의 정정 불안 등으로 이제 자원확보는 가격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국가의 사활이 걸려있다. 특히 자원이 없고 그 자원을 가공하여 수출하여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생명줄이다.

정치가 안정적이고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원이 많은 나라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 나라가 바로 호주와 캐나다이다. 캐나다의 자원은 미국이 쓸어가니까 우리는 호주에 주력해야 한다. 캐나다의 니켈과 흑연, 미국의 리튬은 벌써 테슬라가 선점해 나가고 있다.

나라가 독재적이고 부패하면 이렇게 사활적으로 중요한 국가와 척을 지게 된다. 중국이 바보짓을 하니 우리에게 이중으로 기회가 열린 것이다. 미래자원을 확보하고 우리 무기까지 팔아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런데 호주가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다.

우리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하려면 많은 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열과 난방, 제철 등도 전기 혹은 전기에서 얻은 수소, 대체연료 등이 필요하다. 전기와 녹색연료에 대한 수요가 매우 커진다. 양수발전,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가 발전해도 겨울철에 대비할 만큼 충분한 기술과 원가가 나오기 힘들다. 차라리 사막이 많은 나라에 직접 태양광을 설치해 수소나 암모니아를 생산해서 가져오는 것이 낫다.

여기에 호주가 최적이다. 첫째는 남반구에 있기 때문이다. 햇빛에 좋은 때가 우리와 반대이기 때문에 우리 겨울에 거기는 전기가 남아돈다. 이때 잉여전기로 수소나 암모니아를 생산해 가져와서 쇠도 많들어내고 난방도 하고 전기도 생산하면 된다. 심지어 그것으로 직접 원거리 선박 연료로 써도 되고 합성연료를 만들어 비행기를 날릴 수도 있다.

둘째는 호주의 목축업 특성이다. 호주의 목축업은 언제나 물 부족에 시달린다. 햇빛이 적어서 문제가 아니라 많아서 문제이다. 여름철에 그늘을 만들어 증발량을 줄이면 목초가 더 잘 자라고 물 소비도 줄어든다. 광대한 목초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기와 수소도 생산하고 땅 속에 탄소 축적도 더 할 수 있고 농업생산량도 늘어나고 지하수 고갈도 막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는 우리 미래가 달려있는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왜 이리 중요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언론은 그리 소홀히 했을까? 그 중 가장 중요하지 않고 부각될 필요없는 자주포 판매 소식이 들리자 겨우 보도하기 시작했다. 호주와의 군사동맹은 동아시아 정세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주에게는 큰 도움이다. 그러니 이것은 조용히 넘어가고 오히려 우리 현재와 미래의 자원 획득의 이득을 부각시켰어야 했다. 그래야 호주가 요구하는 군사적 협력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 중국을 달랠 수 있으니... 독재를 일삼는 부패한 주변 강대국을 자극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이것이 우리 언론의 현 주소이다.

 

- 김재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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