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없었던 다섯 가지 이유2022.02.16 PM 02:41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15일 어제 자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락되었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수하기 시작했으며, 푸틴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결정적인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지난 4개월 가까이 세계를 전쟁의 위기로 몰고 간 분쟁이 일단 멈춘 것입니다.  


저는 작년 12월 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포스팅을 남겼습니다. 저의 주장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 사태에서 이 다섯 가지 이유가 어떻게 작용하였는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첫째, 전쟁의 명분. 푸틴은 전쟁의 명분으로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렇지만 나토의 동진은 발틱 3국과 폴란드가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지 나토가 강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나토 가입을 유보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어떤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아마 공격했더라면 푸틴은 히틀러로 낙인찍히고 러시아의 국가 이미지도 완전히 망가졌을 겁니다. 


둘째, 군사 전술적 이유. 러시아의 정예부대 14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여 수도 키예프를 장악할 수 있지만 절대 유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무장 수준이 낮아도 우크라이나군은 40만에다 예비군만 600만입니다. 여기에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 지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정말 전쟁이 벌어졌다면 러시아군은 1주일은 승리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셋째, 우크라이나 국민의 단호한 결사 항전 의지. 전쟁의 위기가 짙어질수록 일부 우크라이나 재벌은 도망갔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는 갈수록 단호해졌습니다. 70대 할머니가 총을 쥐었습니다. 여성들도 총을 들고 군에 입대했습니다. 만약 들판이 아니라 키예프 등 대도시에 러시아군이 들어온다면 제2의 볼고그라드가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같은 슬라브 민족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순간 러시아는 도덕적으로 실패한 전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러시아 내부의 반발. 이번 푸틴의 도발에 대해 러시아 국민은 겉으로는 침목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어떠한 실익도 없이 같은 슬라브 민족을 침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텔레그램 익명방의 대세입니다. 심지어 작전에 참여한 러시아군 내부에서도 도대체 이 전쟁의 목적이 뭔지 지휘관에게 따지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정부의 핵심인 나발니 유튜브가 다시 가동되었습니다. 만약 이번 공격이 실패로 끝난다면 푸틴 정권은 결정적 위기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미 종신 대통령이 된 푸틴이 뭐가 아쉬워 모험하겠습니까?


다섯째. 경제 제재. 어떤 분이 러시아는 경제 제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이건 러시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겁니다. 비록 작년 말부터 유가가 올라가고 가스 가격이 상승하지만, 아직 러시아 경제는 그 햇볕을 씌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 가스는 대부분 장기 공급계약이라 가스 가격이 올라도 당장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유가는 워낙 변동성이 커서 언제 폭락할지 모릅니다. 구체적 거시경제 지표보다 지금 러시아 국민은 루블화 폭락과 소득 하락, 일자리 부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이 벌어진다면 러시아에 재앙적인 경제 제재가 벌어질 텐데, 그러면 푸틴 권력도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위기는 일단락되었지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푸틴은 다시 언제든 군대를 이끌고 컴백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러시아의 군사력 파워를 대외적으로 과시하여 세계는 G2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안보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서방에 강력하게 전달하고 프랑스와 독일을 모스크바 협상장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이번 위기 조장을 성공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북유럽의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했고, 동유럽과 터키 등은 러시아를 더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약소국에 대한 전쟁 위협을 가한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림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는 여전히 분쟁 지역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자신의 동맹국 이외에 관심도 없고 지켜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이번에 드러내었습니다. 이번 위기로 동유럽, 한반도, 대만 등이 안보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은 구한말에 내정과 외교가 실패하면서 청나라와 일본의 전쟁 무대가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 사이에 약해진 지역은 언제든 배틀그라운드가 될 수 있다는 끔찍한 경험을 일깨워주었습니다.


- 윤성학 -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