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소위 '꿀 빤 세대' 라는 담론에 대하여2022.03.26 PM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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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모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1곳은 대대적인 인사혁신을 내세우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한국에서 세대교체가 전면에 나설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젊은 임원의 선임과 여성 임원의 대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대기업의 임원들은 아직까지도 중장년 남성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혁신과 교체가 그 모양새를 갖추려면 앞서 언급한 이 두 가지가 아직까지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2020년대 초반에 진입한 현재 매우 드물지만 40대 임원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들의 생년은 상당히 넓게 분포돼 있으나 70년대 초중반에서 늦게는 1981년생까지 눈에 띄기도 한다. 이 이야기인 즉슨 이제 한국에서는 IMF 전후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던 X세대들이 슬슬 Executive 레벨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4~5년 정도가 더 지나게 되면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은 거의 대부분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상 청년층에게 윗 세대를 비판하는 전가의 보도로 활용돼 왔던 소위 "꿀 빨았던 세대" 가 이제 거의 사회생활에서 대부분 사라진다는 뜻이다. 스프레드시트도 다룰 줄 모르고 은행 계좌도 스스로 만들 줄 모르며 걸핏하면 커피나 타 오라고 시키던 그런 어떠한 무능의 표상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실제로도 이런 사람들은 도드라져 보일 뿐 원래 적었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한국 경제는 그냥 망했을 것이다.

 

청년층에게 상당히 강하게 소구하는 논리 중 하나는 고용이 유연화되면 자리만 차지하는 똥차들이 잘려 나가고 그 자리를 열정과 능력이 가득한 우리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용이 유연화되면 그나마 일부에게라도 대기업 공채의 형태로 제공되던 마지막 노동소득 사다리가 걷어차지고 그 반대의 그림이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 회사에서 조금 일찍 부장을 달았거나 차장급으로 실무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Z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인터넷을 만지기 시작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중후반에 처음 취업을 했을 때, X세대 끝자락 또는 밀레니얼 선두의 선배들은 30대 중후반이었고 이 선배들의 경쟁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학교나 매체에서 가르쳐 주는 논리구조가 실제로 비즈니스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나중이 되어서야 그 의미를 찾는 구경도 제법 했었고, 당연히 무능해 보이는데도 오래 버티길래 이상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 사람이 전사에서 1명밖에 없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도 피해갈 수 없었던 실수지만 대개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과거의 준비과정이 더 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만, 그 준비과정에서의 스펙이 지금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과거에 진입한 사람이 비즈니스를 더 못 할 것이라고 담보할 수는 없다. 기업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왔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활동을 해야하고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며 매일 매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공채는 수능과 비슷한 것이어서, 그나마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 그러니까 비슷한 경험치와 역량을 가졌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들과 경쟁하면 된다. 그러나 고용이 유연화되고 공채가 사라지면 이러한 보호막 역시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창 짬바를 쌓아서 자기 가치를 불린 30대, 최소한 회사를 내일 나오더라도 인적 네트워크라도 들고 있는 40대와 같이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순진하게 "저 사람들은 꿀 빨았으니 내가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어린 친구들의 자신만만함은 다소 걱정이 된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환경에서 자랐으므로 또 다른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쎄다. 80년대 후반생들도 20대 초반부터 초기 스마트폰의 온갖 시행착오를 기업들과 같이 겪어 가며 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세대간의 대단한 격차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소매인구라도 늘어나면 그들이 뛸 무대가 많겠으나, 안타깝게도 한국은 젊은 인구가 격감하고 있고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더 신경쓰는 것이 현재의 상황 아니겠는가.

 

물론 취업은 언제나 힘들고 그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많이 따른다. 그러나 베이비붐식 논리처럼 노오력이 평생의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더라도, 남들이 나보다 편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더 힘든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존경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누가 꿀빨았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만을 고민했을 뿐이다. 결국 자기 자신이 중심에 서지 않으면 실패하게 되어 있다. 이 말이다.

 

- 김현성 -

댓글 : 6 개
  • Love8
  • 2022/03/26 PM 02:27
꿀빤세대라고 생각하는거부터 이미 패배주의..

지금도 놀고먹고있어서 안되는걸 가지고
나도 그때태어났으면 똑같이 놀고먹어도 잘되었을텐데 지금태어나서 망했다.. 역겨운논리.

그렇게 되고싶으면 닥터스트레인지가 되어서 과거로 가면 되는걸 왜 안하는지..ㅎㅎ
꿀빤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말 입에 담는 20대 애들 중에
제대로 된 애들 본적이 없죠
어렸을 때는, 저도 그랬고, '평범하게 산다 = 크게 노력 안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산다'라고 느끼죠.
하지만 나이먹고 사회생활 하다보면 진실을 알게되죠. '평범하게 산다 =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현재 위치에서 버티며 산다'라는 것을...
나는 특별하고, 나는 성공할것이라고 생각들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노력하는 수십, 수백명 중에 한명 성공하고 나머지는 그나마 평범하게라도 살게 되는거죠.
'약자라고 해도 무조건 할당, 배려 이런 건 공정하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들이 요구한게 바로 할당과 배려의 폐지였고,
핵심 지지층인 20~30대 청년층은 스스로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니,
인위적인 할당과 배려가 배제된 순수한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 Rucy~
  • 2022/03/26 PM 04:00
이제 40대이고 80년대 초반인 제가 생각하기엔 순수한 능력위주의 사회에서도 '단군이래 최대의 스펙'이라는 현 신입사원들에게 직장에서의 능력조차 밀릴거라 생각이 들지 않네요.
그분들은 당연히 저보다 높은 토익점수, 현재 트렌드에 민감할지 모르지만 회사에 실제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여도에는 차원이 틀리거든요.
그분들은 본인들의 스펙이 있으니 당연하게 높은연봉에 좋은자리 차지할거라 생각하지만 글쎄요..? 실제 기업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차이나고 급할때 야근이 필요할때 등 신뢰도에서도 차이나니 과연 누가 살아남을지..
오히려 신입들 중에 저렇게 생각하지 않는 소수는 벌써부터 선배세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 할 것 같은 분위기더군요.
이분들의 특징은 선배세대중 자신이 본받거나 얻을것이 있다 생각되면 깍듯이 하더군요. 우리세대는 요즘세대에 이런사람들이 없으니 그렇게 해주는 분들에게는 당연히 여러방면에 힘을 써주구요.
진짜 꿀빤 세대는 지금부터죠.
대학경쟁율 1:1 수준에 부모들이 유학보내줘, 토플, 토익 시험 비용 다 내줘... 재수하고 삼수하면서 부모님한테 다 꿀 빨고 사회 진출하면서, 윗사람들보고 꿀빨았다니. ㅋㅋㅋㅋ
그냥 비유입니다.
어느 세대나 다 그세대가 격는 어려움이 있죠.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시대엔 죽을것만 같으니까요.
결국 살아남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남습니다. 밑에서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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