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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러시아...는 소련이 아니다2022.04.10 PM 02:07
91년 구소련이 붕괴하고 그 혼란 속에서 러시아연방이 탄생합니다. 공산주의체체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바뀐 러시아연방이죠. 체제 변화의 진통 속에서 러시아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바로 90년대 인류역사상 최대의 '민영화'가 이뤄집니다. 다른 말로는 인류역사상 최대의 사기극 또는 약탈극으로 불리는 이 비극적인 민영화가 러시아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 등 모든 부는 국가소유, 즉 명목상 인민의 공동소유에 해당합니다. 소련 치하에서 인민은 가난했지만 거대한 소련 경제를 공동소유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와 엄청난 중화학공업, 그리고 천연자원을 가진 구소련의 그 많은 부가 '민영화'라는 사기극을 통해 극소수 올리가르히의 손에 들어갑니다.
당연히 경제는 파탄나고 국가는 부도가 나죠. 그런데 푸틴이 이 혼란을 수습했고 석유가 러시아 경제를 구원합니다.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며 막대한 석유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며 러시아경제는 다시 도약합니다. 그래서 마치 화려한 부활을 이룬 것처럼 보이게 됐죠.
그런데 석유는 러시아에게 축복이자 저주입니다. 강력한 국가와 경제는 천연자원 독점과 판매로는 절대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석유로 이룬 부가 크다보면 산유국의 저주에 빠지게 됩니다. 러시아와 올리가르히도 바로 그 함정에 빠졌죠. 석유의 이윤이 크다보니 다른 산업을 육성할 유인이 없습니다. 피땀 어린 노동과 머리를 쥐어짜는 지식에 의해 만들어진 산업, 그리고 경쟁을 통해 강해진 산업만이 국가를 튼튼하게 하고 국민을 부유하게 합니다.
석유로 인해 올리가르히는 세계적 플루트크라토가 되고 호화요트에 혈통경주마를 갖게 되었지만 그 돈이 국가산업의 발전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일반 산업은 낙후되고 인민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죠.
구소련시절 인민은 개인적으로 가난했지만 국가의 부를 공동소유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털이가 되었을 뿐입니다. 국가의 산업이 석유에 집중되니 러시아 인민은 좋은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러시아 경제가 에너지와 식량을 갖고있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라 강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 사회가 그것만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채워줄 다른 물건들이 필요합니다. 헌데 러시아는 그것들을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합니다.
러시아의 이런 딜레마는 이번 전쟁에서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무기들의 뻥스펙도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러시아는 중국과 손잡고 미국과 서방에 대항하는 신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중국이 보기에 러시아는 중국과 대등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가진 게 석유 밖에 없는 나라니까요. 중국은 러시아를 미국을 견제할 때 이용할 카드 정도로 밖에 안 볼 것이고 굳이 합작을 해야한다면 러시아가 중국에 복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거에요. 이건 러시아로서는 서방에 멸시받는 것보다 더 굴욕적일 겁니다.
중국은 첨단산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산업을 갖고 있고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갑니다. 러시아와는 완전 다르고요. 또 그 물건을 사줄 시장도 필요합니다. 러시아가 그걸 채워줄 능력이 없고요, 중국입장에서는 아직은 러시아보다는 미국과 유럽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러시아의 미래가 밝으려면 우크라나 그런 주변국가를 점령하는 게 아니라 올리가르히에게 집중된 부를 인민에게 분배하고, 석유로 번 돈이 경쟁력있는 산업 육성에 투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
- 매직다이스
- 2022/04/13 AM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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