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중국 중재’로 이란-사우디 관계 정상화…'바이든, 뺨 맞은 셈'2023.03.12 PM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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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반군 후티도 긍정 입장…"긴장 완화 기여"

대이란 '중동판 나토' 추진한 이스라엘, 내부서 '외교 실패' 비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중동의 혼란한 정세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양국의 화해가 ‘중국의 중재’로 이뤄지면서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이란을 ‘숙적’으로 둔 이스라엘 역시 난감하게 됐다.

중동 질서를 좌우하는 지역 내 두 강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0일(현지시각)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2개월 안에 양국 대사관을 다시 여는 등의 내용을 담은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주권을 존중하고 국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과거 체결했던 안보협력협정과 무역·경제·투자에 관한 협정도 되살리기로 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오른쪽).

지난주 금요일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관계를 재개하고 수년간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애초 섞이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사이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자신들의 혁명 이념을 국외에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본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 국가들은 이를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여겼다. 이 대립은 2016년부터 격화됐다. 그해 1월 초 사우디가 반정부 시아파 성직자 등을 테러 혐의로 처형한 뒤,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하면서 사우디는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발표했다. 양국의 관계 단절은 중동 지역 전체로 번졌다. <비비시>(BBC)는 “이후 수니파와 시아파 국가들이 이끄는 이웃 나라들의 긴장감이 때때로 높아졌다”며 “양국은 서로를 중동 지역 내에서 가장 위협적인 세력으로 규정하고 레바논·시리아·이라크·예멘에서 견제 세력을 지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란과 사우디가 7년여 만에 이룬 관계 회복이 중동 지역의 정세 안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예멘 내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 후티 반군이 정부에 대항하며 시작된 예멘 내전은 다음 해 사우디를 중심으로 예멘 정부를 지지하는 연합군이 개입하고 후티 반군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으면서 양쪽의 대리전으로 진행됐다.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발표 후 아랍에미리트·오만·카타르·이라크·이집트 등은 물론이고,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투쟁 조직인 헤즈볼라 등도 환영 목소리를 냈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모하메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알리 샴카니 이란 국가안보회의 의장(오른쪽)이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가운데 두고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다만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시키려 하는 이스라엘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말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을 이란에 맞설 수 있는 지도자라고 강조하며 이란을 ‘실존적 위협’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잠재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왔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발표가 “이란에 맞서 지역 안보 동맹을 형성하려던 이스라엘의 희망을 허물었다”고 전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네타냐후 정부의 ‘외교정책 실패’라는 비난 여론도 고개를 든다.

이번 합의는 미·중의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략 경쟁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중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합의 성명 역시 이란·사우디·중국이 공동으로 낸 형태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발표가 “깜짝 합의”라며 “미국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한 지역에서 중국이 평화 중재자의 역할을 하면서, 미국의 관리들을 불안하게 할 요소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백악관은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중국의 역할은 평가절하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동력이 무엇이었든,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든 상관없이 협상이 유지될 수 있다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가 중동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생각은 강하게 거부한다”며 “중국이 전 세계에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영향력과 발판을 얻으려는 것을 확실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설명처럼 중국의 역할을 단순한 것으로 취급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이번 협약 이전부터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원유 증산 문제 등으로 삐걱대고 있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외교정책 담당 부국장은 “중국의 선전 활동에 큰 승리를 안겨준 것에 주목할 만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사우디가 바이든 행정부의 뺨을 한 번 더 때린 것처럼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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