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시진핑, 블링컨에 ‘상호존중’ 강조… 美中 경쟁 속 대화 국면 전환2023.06.19 PM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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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블링컨 美국무에 ‘미중 관계 안정’ 언급

11월 美 샌프란서 美中 정상회담 추진 급물살

韓中 관계에도 영향… 韓기업도 숨통 가능성

 

 


19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년 만에 미국 국무장관으로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장관과 면담했다. 이로써 시 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추진에도 속도가 붙는 등 양국 관계가 경쟁 속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양국 관계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시도가 완화돼 기업들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4시 30분(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과 35분가량 만났다.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의 면담은 만나기 한 시간 전에 최종 확정됐다.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계속 거론됐지만, 장담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시 주석이 타국 외교장관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데다, 지난 2018년 11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시 주석과 면담했을 때는 양국 관계가 이보다 훨씬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과 일대일로 만나지 않고, 미국 측, 중국 측 인사를 양쪽에 앉힌 상태에서 상석에 앉아 회동을 진행했다. 그는 블링컨 장관에게 “국가 간 교류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이번 방중이 중미 관계가 안정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잇달아 회담한 것을 거론하며 “중국 측은 우리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정상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을 이행하기로 하고, 일부 구체적인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합의를 달성했다며 “매우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공동의 협력 영역을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친 부장과 7시간 30분간 마라톤 회담을 갖고 두 나라의 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했다.


 

◇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추진 탄력… 갈등 불씨는 여전


이로써 강대강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안정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관계는 지난 2월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포착되고 블링컨 장관이 방중 계획을 취소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해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시켰고, 중국은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미국이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 대신 중국 의존도를 줄여 위험을 완화한다는 ‘디리스킹’을 내세우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까지 나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대중 강경정책의 완화를 시사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디커플링에서 용어만 바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블링컨 장관이 이번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에서 디리스킹의 진의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운데 상석에 앉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측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신화통신

 


양국 간 긴장이 완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고위급 교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는 옐런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의 방중을 추진하고 있다. 친 부장의 방미도 하반기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 정상회담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직접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몇 달 내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왕 위원은 이날 오전 블링컨 장관과의 회동에서 미·중 관계 악화의 원인을 미국 측에 돌리며 미국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중국 위협론’에 대한 과장 중단 ▲중국에 대한 불법·일방적 제재 철회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압박 포기 ▲중국 내정 간섭 자제 등을 요구했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전날 친 부장과의 회동에서도 중국이 원료를 공급하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통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양국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韓中 관계에도 영향… 韓기업은 中사업 긴장 완화 기대감


미·중 긴장이 완화 조짐을 보이는 데 따라 한·중 관계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중 관계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이후 양국 대사를 불러 경고하는 등 급격히 얼어붙었고,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 결과에 따라 미·중 관계가 정해질 것”이라며 “한·중 관계도 일정 부분에서 미·중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 다음 달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중 고위급 소통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또 2019년 12월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을 차례지만, 관계 악화에 따라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급 협의조차 멈춰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춰 수위 조절에 나설 경우 반도체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 제한 유예 조치를 연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10월부터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없었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업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 생산 시설에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미국 상무부의 결정에 대해 “고도로 통합된 글로벌 산업에서 중국을 첨단 기술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노력이 예상보다 어렵다는 것을 미국이 인정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며 “미국과 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 사업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반대해 왔다”고 했다.



#미중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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