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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사우디, 美 우라늄 농축 허용 압박하러 中 원전 건설 '만지작'2023.08.27 PM 01:13
미국로부터 지정학적 홀로서기, 핵 제한 피하기 위해
사우디는 미국이 자국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PHOTO: FAYEZ NURELDINE/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의 손을 빌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핵무기 비확산 요구 사항을 지켜야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이를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다가 미국으로부터 홀로 서는 지정학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와의 국경 근처인 사우디 동부 지방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 국영 원자력 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CNCC)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앞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를 하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또한 미국에게 자국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사우디가 자국의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거나 사우디 왕국 내의 우라늄 매장물을 채굴하지 않기로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우디 민간 핵 프로그램을 돕는 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관리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만약 미국과의 대화가 실패한다면 곧 중국 회사로 바꿔 발전소 건립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경우 한국 원전을, 불허할 경우 중국 원전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미다.
WSJ은 다른 나라에 원자로를 건설하는 관계를 '100년 결혼'이라고 비유하며 "중국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한 때 확고한 미국편이었던 사우디 왕국이 중국을 향해 돌아선 또 다른 지정학적 변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원전 건설에는 각 나라와 해당 국가 기업의 여러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 원전 건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중국 CNCC뿐이 아니다. 한국의 한국전력(Kepco)와 프랑스의 EDF도 참여했다.
중국의 제안가가 두 기업보다 최소 20% 저렴하지만 사우디 관리들은 일단 한전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미국의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법적 분쟁 중인 것이 문제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원자로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전의 한국형 원자로가 개발되었기에 한국의 원전 수출이 자사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도 중동의 핵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의 기술이 포함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사우디는 프랑스와 러시아와도 원자력 발전에 대해 논의했지만, 사우디 관리들은 프랑스가 핵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선택하는 것은 제재 우려가 있다고 본다. 사우디가 원전 건설사를 결정하는 과정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원자력 회사들은 대부분 자국의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와 부품을 토착화하여 미국이 부과할지도 모를 제재에서 자유롭다. 또한 중국이 사우디가 자국의 우라늄을 채굴하여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의 압력을 모른체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증대하거나 증대하는 티를 내며 줄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6월에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파트너십은 우리와 중국에 상당한 이익을 주었고 협력은 성장할 것 같다"며 "우리는 여전히 미국과 강력한 안보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로섬 게임(누군가 얻는 만큼 그대로 누군가 잃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800억~1000억달러를 들 16의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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