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NYT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美 강대국 아니라는 증거'2023.10.10 PM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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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며 양측이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것은 ‘다극화 체제(multipolar)’라는 새로운 세계 질서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 시각) 분석했다.


NYT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의 세계적 맥락’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은 더 이상 전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이 아니며, 대체 세력도 등장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많은 지역의 정치 지도자들은 공격적인 행동이 가진 이점이 비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는 데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치지도자들은 미국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크다고 믿는다”며 “하마스와 같은 정치 집단은 결과가 너무 끔찍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기꺼이 큰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9일(현지 시각) 가자 시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한 이후 이스라엘인 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말했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과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공습으로 700명 이상이 숨지고 4000명 가량이 부상을 입었다. / EPA 연합뉴스



NYT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세계가 새로운 혼란의 시대에 빠졌다는 신호”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해 더욱 호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인도가 민족주의를 받아들인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힘이 약해진 것은 전략적 실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중국이 미국에 우호적일 것이라 믿은 것이 실책이라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안보·국제정치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미국 양대 정당은 중국이 부유해지면, 중국이 미국에 더 우호적인 입장이 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었다”며 “미국 정부는 관대한 무역 정책이 자국 라이벌을 키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조지 W. 부시 전 정부 시절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며 많은 비용을 치렀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으로 철군한 것도 미국을 약자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하면서 미국이 약해졌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제협정을 탈퇴하고 NATO를 경멸했다. 재선에 나선 상황에서 2025년 다시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를 버릴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NYT는 “미국이 다극화 체제에서도 동맹과 평화를 구축하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동에서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 등을 설득해 아브라함 협정으로 알려진 외교 협정에 서명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화해를 모색하기도 했었다.


전직 미국 외교관이자 중동 전문가인 마라 루드먼은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 협정이 무산되지는 않더라도, 협상이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하마스의 공격은 미국의 권력이 다시 강해지는 것을 막고 세계를 다극화 체제 속으로 계속 밀어넣으려는 시도”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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