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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38년 전 ‘금문교의 시진핑’ 사진, 중국서 퍼지는 까닭2023.11.15 PM 03:09
美·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앞두고 우호적 메시지 띄우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2살 때인 198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 사진. 샌프란시스코는 그가 처음 방문한 미국 도시다./X(옛 트위터)
1985년 봄, 미국 땅을 처음 밟은 32세 청년 시진핑은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의 관광 명소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눈썹 위까지 내려오는 앞머리를 휘날리며 미소 짓는 사진 속 그는 영락없는 관광객의 모습이다. 당시 시진핑은 농촌 지역인 허베이성 정딩현(縣)의 당서기(수장)로서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아이오와주의 농촌 마을로 출장 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를 먼저 방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역사 연구가는 “미·중 관계가 수교 직후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던 때여서 훙얼다이(혁명 원로 2세)라면 누구나 금문교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소망이었고, 이 때문에 시진핑도 미국 첫 방문지로 샌프란시스코를 골랐을 것”이라고 했다.
15일(현지 시각)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8년 전 첫 방미(訪美) 당시 찍은 ‘과거 사진’들이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웨이보 등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격화하는 미·중 경쟁의 ‘쉼표’를 찍고 양국 관계를 조정할 이번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시진핑 개인사까지 꺼내 보이며 미국과의 해빙(解氷)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을 포함해 미국을 총 9회 방문했다. 2012년 11월 중국의 일인자 자리에 오른 이후에는 2015년 워싱턴 DC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2017년에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8년 전 첫 방미 때 자신을 환대한 아이오와주 관계자와 찍은 사진이 인쇄된 기념패. 청년 시진핑(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앞머리를 내린 모습이다. 기념패에는 "1985년 5월 7일, 세라 랜드 여사,루카 부부와 허베이성 옥수수 가공 시찰단 단장 시진핑, 단원들이 함께 있다"고 적혀 있다./세라 랜드
시진핑은 이번 14~17일 방미 일정 중에 아이오와주의 ‘오랜 친구들’과 재회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38년 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아이오와주 주민들을 샌프란시스코로 초대해 함께 만찬을 갖는다고 전했다. 1985년 돼지 사육으로 유명한 정딩현을 이끌었던 시진핑은 당시 5명의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아이오와주의 농촌 마을 머스카틴을 방문했다. 시진핑은 2주 동안 그곳에 머물며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 포스터로 꾸며진 민가 침실에서 자기도 하고, 주민들 생일 파티도 참석했다. 주민들은 젊은 시진핑에게 바비큐를 대접하고 커피 대신 차를 끓여주며 환대했다. 또 농장과 식품 공장도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2012년의 시진핑 - 2012년 2월 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앞줄 가운데)이 주석 취임 직전 미국을 찾았을 때 아이오와주(州) 머스카틴에 있는 세라 랜드(앞줄 왼쪽)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세라 랜드는 1985년 시 주석이 샌프란시스코 방문 뒤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이곳을 찾았을 때 이들의 일정을 조율하던 주정부 직원이었다. 당시 시 주석과 교류했던 머스카틴 주민들과의 만남은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시 주석의 방미 일정에 포함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시 자기 집에 시진핑을 재웠던 주민 엘리너 드보르자크는 “시진핑이 선물로 주고 간 중국 술은 엄청나게 독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또 시진핑 출장 일정을 조율했던 아이오와주 공무원 세라 랜드가 시진핑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이어간 이야기는 미·중 우정 스토리로 중국에 널리 홍보됐다.
시진핑은 국가주석에 오르기 직전인 2012년에도 아이오와주를 찾았다. 당시 테리 브랜스태드 아이오와 주지사가 방문 초청 편지를 보내 ‘27년 만의 재방문’이 성사됐다. 시진핑은 세라 랜드의 집에서 주민들과 만나 “당신들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고, 내게는 당신들이 곧 미국”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같은 해 아이오와 주민 수십 명을 중국으로 초대해 직접 대접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이례적으로 미국에서 300만t 이상의 대두를 구매하며 화해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이오와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두 생산지로 꼽힌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왼쪽 두번째) 여사가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내외와 만찬을 갖고 있다./조선DB
시진핑이 이번 방미 중에 투자 유치와 경제 협력 강화를 노리고 ‘선물 보따리’를 풀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시진핑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 기업 대표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베이징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만찬에는 애플·퀄컴·비자·페덱스·화이자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수장을 비롯해 수백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자리에서 미·중 기업 간 계약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시진핑의 방미 기간에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737 맥스’ 항공기 구매를 약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4년 만에 보잉 737 맥스 구매를 재개한다는 뜻이다. 앞서 시진핑은 2017년 4월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할 때는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을 늘려주는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에 합의했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을 불신하는 시진핑이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관계의 악화를 막는 게 최대 성과가 될 것”이라면서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관심 있는 몇 가지 주요 분야에서만 합의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바이든과 양국의 군사 대화 채널 재개를 합의하고, 군사 장비에 AI(인공지능)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합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펜타닐 제조·수출 단속 관련 합의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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