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종가, 변화에 앞장서다…시대 상황에 맞게 '제사 문화' 바꿔2024.02.08 PM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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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례'(時禮)’, 시대 상황에 적합한 예를 통해 조상 기억

안동지역 40개 종가 모두 기제사 저녁 7~9시로 변경해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서 지내는 합사(合祀) 방식도 등장

4대봉사를 3대봉사, 2대봉사로 바꾼 사례도 11개 종가




안동시 서후면 학봉 김성일 종가는 지난해 6월 17일(음력 4월 29일) 학봉 기일을 맞아 전국에서 후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불천위 제사를 봉행했다. 학봉 불천위 제사는 몇해전 부터 초저녁에 모신다. 엄재진 기자


 

안동지역 종가가 시대 변화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기제사 시간을 초저녁으로 변경하고, 부부 합사(合祀)와 2대 봉사(奉祀) 등 전통제례 형식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예법의 '시례'(時禮)라는 말처럼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예'를 통해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가지며 후손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정성을 다해 지내도록 하는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이미 전국의 종가를 중심으로 '합사'(合祀)하거나 공휴일 제사를 통해 친척들이 함께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불천위 제사를 초저녁에 모셔 후손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수월하도록 변화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설 명절을 앞두고 조상 제사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동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은 변화된 모습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상 제사는 밤 11~12시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지만, 40개 종가 모두 저녁 7~9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저녁으로 시간을 변경하자 사람들의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서 지내는 합사 방식도 등장했다. 기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각각 지내는데, 남편의 기일에 부부를 함께 모시고 부인의 제사는 생략하는 방식이다.


이는 잦은 제사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조사 결과 40개 종가 가운데 약 90%에 달하는 35개 종가에서 합사 형태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4대봉사를 3대봉사, 2대봉사로 바꾼 사례도 11개 종가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개 종가가 조부모까지의 2대봉사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종손들은 "조부모는 생전에 뵌 적이 있어 친밀감이 깊다"며 변화 내용을 결정할 때 대면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특정 공휴일을 정해 4대조까지 여덟 분의 조상을 함께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종가도 3곳으로 나타났다.


한편, 종가의 맏형격인 퇴계 종가는 지난 2014년 1월 문중의결기구인 상계문중운영위원회를 열고 매년 자정 전후로 열리던 퇴계 불천위 제사를 오후 6시로 당겨 지내기로 결정했다.


앞서 퇴계 종가는 2011년 '종손 말이 법'으로 통하는 종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문중운영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종손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 제사문화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이런 경향은 세대가 교체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전통문화의 롤모델인 종가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바람은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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