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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푸틴, 중국 침략 대비한 핵 대응 시나리오 검토했다'2024.02.29 PM 02:08
FT, 러시아군 기밀 문서 입수
"2001년 中과 우호협력조약 체결 후에도
중국군 북진 대비한 핵공격 시나리오 가동"
러시아군이 10여 년 전 중국의 침략에 대비한 핵 공격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러시아군 내부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지역을 관할하는 부대는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여러 개전 시나리오를 훈련했다. 이 문서에는 “‘북부 연방’(러시아)은 ‘남부’(중국)의 북진을 막기 위해 전략적 핵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서는 2008~2014년 사이 작성된 29개 기밀 자료 중 하나다. 러시아와 중국이 선제 핵 공격 금지가 포함된 우호협력조약을 맺은 이후의 행보라는 얘기다. FT는 “러시아 고위 안보 라인 내에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윌리엄 알버크 전략·기술·군축 담당 디렉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군의 중심은 (우크라이나와 근접한) 서쪽으로 옮겨 갔지만, 러시아군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극동 지역에서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훈련을 계속해 왔다”며 “이 미사일들의 사거리는 중국까지만”이라고 짚었다. 그는 “러시아는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주의를 빼앗긴 틈을 타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중국이 바라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부는 일제히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은 “핵무기 사용 기준은 군 교리에 명시돼 있으며, 절대적으로 투명하다”면서 해당 문서들의 “진위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반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 중국 외교부 역시 “중러 우호협력조약은 양국 간 영원한 우정과 비(非)적대 관계를 법적으로 확립했다”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협론이 낄 자리는 없다”고 했다.
2023년 3월 21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걸어나오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중국 대응 시나리오와 별개로 해당 문서에서 △적의 중대한 공격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막지 못하게 된 상황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 등을 핵 공격 사용 기준으로 제시했다. 세부 기준으로는 전략 탄도 미사일 잠수함의 20%, 핵 추진 잠수함의 30%, 순양함 3대 이상, 비행장 3곳이 파괴되거나 해안 지역을 포함한 주요 군 거점 지휘센터가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경우 등이 명시됐다.
이밖에 러시아군은 분쟁 확대 억제, 공격 억제, 해군 전력 효율화 등 더욱 광범위한 목적을 위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의 핵 대응 ‘허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재래식 수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 핵 작전 사용에 대한 임계치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최소 20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대식 전술핵 탄두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것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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