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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바이든, 사우디에 3년전 '금지'했던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 해제'2024.05.27 PM 12:19
FT 보도, 바이든 대통령 3년 전 사우디 '왕따 국가' 만들겠다 공언
우크라·이스라엘 전쟁 등 겹치자 "중동 지역서 미국편 필요" 다급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등 '외교 성과' 추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에 대한 공격형 무기 판매 금지를 해제할 전망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그간 중동의 대표적 숙적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중재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해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등이 겹친 상황에서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가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다급함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우디·이스라엘 수교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앞세울 수 있는 주요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알 살람 왕궁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되자 이 사건의 배후자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며 그를“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주먹 인사’를 건네며 친밀감을 표시했고,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했다. /UPI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를 사우디 정부로 지목하면서 사우디를 국제사회의 ‘왕따 국가(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이와 함께 예멘 내전을 이유로 사우디에 F-35 전투기 판매 등 미국산 공격형 무기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 갈등 상대인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항해 전쟁에 개입해왔다.
그러나 이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공급망 차질로 유가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선 석유 대국 사우디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게 됐다.
작년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의 대표적 숙적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 중재에 들어갔다. 이는 중국의 중동 내 급격한 세력 확장에 놀란 미국의 다급함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었다. 작년 3월 중국은 극비리에 주도한 물밑 협상 끝에 사우디와 이란이 7년 동안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지는 모양새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작년 5~6월 잇따라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기도 했다.
자신의 국정 지지율과 미국 경기회복에 필요한 유가 안정, 그리고 중동 중재라는 ‘외교 성과’ 등을 위해 그간 대립구도에 있던 사우디에 ‘무기 판매 재개’ 선물을 안기면서 협력을 요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P 연합뉴스
FT는 “유엔이 2022년 휴전 중재를 시작한 이후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 결정(미국의 공격형 무기 판매 금지)은 검토되고 있다”며 “판매 금지령 해제는 바이든 행정부와 리야드(사우디 수도)간 관계 개선의 최신 신호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사우디에 금수 조치를 해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의는 재작년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정상화를 하는 대가로 자국이 민간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간 미국은 이에 대해선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나 FT는 “미국 고위 관리들은 최근 미·사우디가 민간 핵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이 협력한다는 양자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가까워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는 미국이 한국·일본과 각각 맺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및 ‘미일 안보조약’과 유사한 군사 협약 체결하자고 미국에 요구해왔는데 이 요청도 긴밀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미국이 어떤 무기에 대한 판매를 재개할 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과거 사우디가 원하는 무기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승인한 것과 같은 정밀유도무기(PGM)가 포함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금지 조치를 완화하면 사우디는 장갑차와 같은 덜 치명적인 장비 수입이나 지대지·공대지 미사일을 보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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